사무엘의 등장

삼상 7:3-12

         어머니 한나의 손에 이끌리어 제사장 엘리 앞으로 나왔던 사무엘은 그때부터 하나님의 법궤가 있는 실로(Shiloh)의 성전에서 자랐습니다. (삼상 3:3)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자주 나타나셔서 말씀하셨고, 사무엘은 그 말씀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그들의 예언자로 세워주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상 3:20-21)

        그때 블레셋과의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그 전투에서 이스라엘은 4,000명의 병사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블레셋은 물러가지 않고 이스라엘 진영을 향해서 더 무섭게 진군했습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후퇴해서 전열을 재정비했습니다. 그때에 이스라엘에는 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사장 엘리만을 의지하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98세가 된 노인이 되어 있었고, 전투를 지휘할만한 리더십이 그에게는 없었습니다. 영적으로도 깨어 있지 못했던 우둔한 사람이었습니다. 사무엘이 있었지만 그는 나이가 어렸습니다. 그처럼 이스라엘의 군대를 지휘할만한 장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한 제안이 제출되었습니다. 실로에 있는 하나님의 법궤를 전투지로 가지고 오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법궤를 매고 블레셋 진영을 향해서 진군하게 되면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승리를 주실 것이라고 그들이 믿었습니다. 결국 법궤는 실로(Shiloh) 성전을 떠나 아벡(Aphek) 격전지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법궤를 본 이스라엘 군인들은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들은 “승리는 이제 우리의 것이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그 아벡 전투에서도 이스라엘은 패하고 말았습니다. 병사 30,000명을 잃었고, 법궤까지 빼앗겼습니다. (삼상 4:10) 비참한 패전 소식을 들은 엘리는 충격을 받고 목이 부러져 죽었습니다.

        거기서부터 성경은 그 초점을 이스라엘 진영에서 블레셋 진영으로 옮겨 블레셋 땅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겁 없이 하나님의 법궤를 아스돗 신전 안에 있던 다곤(Dagon) 신상 옆에 두었습니다. 다음 날 가서 보았습니다. 거대한 다곤 신상이 넘어져 있었는데, 다곤의 얼굴이 법궤 앞에 엎드린 상태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쓰러진 신상을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다음 날 다시 갔습니다. 이번에는 전날보다 더 처참한 모습으로 신상이 깨진 채로 머리 따로, 몸통 따로, 팔다리 따로따로 나뒹굴려져 있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아스돗(Ashdod) 땅에 악성 종기를 퍼트리셨습니다. 아스돗 사람들은 “재앙이로다! 재앙이로다!”라고 외치며 여호와의 법궤를 다곤 신전에서 가드(Gath)로 옮겼습니다. 하나님은 가드에서도 무서운 재앙을 내리셨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법궤를 에그론(Ekron)으로 옮겼습니다. 그러자 에그론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결국 블레셋 지도자들은 그들이 소유할 수 있는 법궤가 아님을 그때서야 인식하고, 법궤를 이스라엘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블레셋이 법궤를 취한 지 7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었습니다. (삼상 6:1)

        여호와의 법궤는 블레셋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진영 벧세메스(Beth Shemesh)로 넘어왔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법궤를 인계받고,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벧세메스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촌사람]이라고 칭해 보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당시에 이스라엘에는 왕이 없었습니다. 즉 블레셋으로부터 법궤를 인계받을 수 있는 국가 대표자가 없었습니다. 더욱이 블레셋 사람들은 가는 곳곳마다 재앙을 일으켰던 그 법궤를 하루라도 빨리 이스라엘 땅에 던져 버리고 블레셋으로 줄행랑을 치고 싶었습니다. 거창한 법궤 인계식과 같은 의식이 필요 없었다는 뜻입니다. 벧세메스 사람들 역시 요즘으로 말하면 중앙 정부로부터 돌아온 벱궤를 어떻게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인간적인 본능이 벧세메스 촌사람들에게 발동했습니다. 법궤는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처럼 벧세메스 마을 한 밭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삼상 6:18) 여러분, 상상해 보십시오. 그냥 밭이었습니다. 허허 벌판 위에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 법궤가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보는 사람마다  흥분되지 않았겠습니까? 말로만 듣던 그 법궤를 촌사람들이 직접 보게 된 것입니다. “정말 저것이 모세의 법궤가 맞을까? 법궤 안에는 정말 십계명 돌판과 만나 항아리와 아론의 지팡이가 있을까?” 그들의 궁금증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실물을 봐야겠다는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던 그들은 밭으로 들어가 법궤를 열고 말았습니다. 그때 70명이 죽었습니다. (삼상 6:19) 벧세메스 사람들은 벌벌 떨면서 법궤를 기럇 여아람(Kiriath Jearim)에 사는 아비나답(Abinadab)의 집으로 보냈습니다. 여호와의 법궤는 그곳에서 20년 동안 있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20년을 주목해 보겠습니다. 그 20년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눈을 크게 열고 이 분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 20년 후에 이 분이 역사의 무대 위에 드디어 그의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바로 사무엘입니다. 하나님은 소년이었던 사무엘이 장성한 어른이 될 때까지 그 20년을 기다려 주셨던 것입니다. 사무엘이 역사의 무대 위에 등장할 때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사건들은 마치 위대한 영웅의 등장을 환영하는 팡파르(Fanfare)와 같았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사무엘이 이스라엘 백성을 미스바(Mizpah)로 불러낸 일이었습니다. (삼상 7:4) 이스라엘 백성을 미스바로 소집할 때 사무엘은 짐승의 뿔로 만든 양각 나팔 ‘쇼파르(Shofar)’를 힘차게 불게 했을 것입니다. 그 ‘쇼파르’가 ‘팡파르’였습니다. 미스바에 모인 이스라엘 백성에게 사무엘이 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만일 너희가 전심으로 여호와께 돌아오려거든 이방 신들과 아스다롯(가나안의 신)을 제거하고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을 섬기라. 너희가 그리하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리라. 그리하면 너희를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서 건져내시리라.” (삼상 7:3-5) 이스라엘 사람들은 사무엘의 그 말을 듣고 하루 종일 금식하며, 하나님 앞에 회개했습니다. 놀라운 회개 운동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쇼파르 나팔 소리를 듣고 미스바로 집결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던 블레셋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준비하는 줄로 착각하고, 선제공격을 하기 위해서 군대를 이끌고 이스라엘을 침공했던 것입니다. 그때 사무엘이 두 손을 들고 기도했고,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놀랍게 응답해주셨습니다. 사무엘이 기도할 때, 갑자기 하늘에서 큰 우레가 터지자 블레셋 진영은 대혼돈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우레가 무엇입니까? 천둥입니다. 벼락입니다. 비구름이 있을 때가 아니라,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쳤던 것입니다. 대낮에 수십만 볼트의 전류가 하늘로부터 내려와 블레셋 진영을 내리쳤던 것입니다. 그때 이스라엘 군인들은 큰 우레 소리에 우왕좌왕하고 넋이 빠진 블레셋 군인들을 습격해서 쉽게 물리쳤습니다. 쇼파르는 사람들이 분 팡파르였다면, 우레는 하나님께서 이방인들에게도 사무엘의 등장과 존재를 알리는 팡파르가 되게 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대승은 사무엘의 지도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습니까?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행하신 위대한 역사였습니다. 사무엘은 그 하나님의 권능을 이스라엘 백성이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큰 돌을 가지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 돌로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곳 이름을 [에벤에셀]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셨다.”라는 뜻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사무엘상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삼상 7:15절입니다. “사무엘이 사는 날 동안에 이스라엘을 다스렸더라.” 즉 이스라엘의 새 역사의 장이 사무엘에 의해서 그렇게 활짝 열렸음을 온 세상에 알렸던 것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너무도 어지럽습니다. 여기저기가 우상들이 넘치는 다곤 신전과 같습니다. 여기저기가 아벡의 전쟁터와 같습니다. 여기저기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우습게 여겼던 벳세메스의 밭과 같습니다. 혼돈의 세계입니다. 왜 이 세상은 그처럼 혼란합니까? 답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식과 무지가 세상을 통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세상의 정치가 여름 날에 생선 섞는 냄새와 같습니다. 한국 정치판, 필리핀 정치판, 미얀마 정치판, 러시아 정치판이 다 그와 같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다곤 신전에서 부서진 우상의 조각들을 주어서 다시 복원시키는 재주는 있었지만, 그들은 하나님 앞에 회개할 줄은 몰랐습니다. 왜 그들은 회개하지 않았습니까? 답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방인도, 선민백성이라 자칭했던 사람들도 영적으로 무식한 면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법궤를 열었다가 많은 사람이 떼죽음을 당했던 것입니다. 그때 답을 가지고 역사의 무대 위로 등장했던 사람이 사무엘이었던 것입니다. 그 답이 무엇이었습니까?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답입니다. 우리 민족이 살 길이 거기에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새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필리핀도 새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그들은 새 역사를 세우겠다고, 새 나라를 세우겠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우상 단지를 끌어안고 정치를 한다면 그 끝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한 국가의 운명이 한 사람의 손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그들의 운명이 하나님의 손에 있다는 것을 그들은 두렵게 알아야만 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이 되어야 삽니다. 나라뿐이겠습니까? 목회도 그렇고, 선교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가정도 그렇습니다. 사무엘이 등장할 때 하나님의 팡파르가 높이 울려 퍼졌던 것처럼, 우리의 목회 현장 위에도, 선교지 위에도, 사업장 위에도, 가정 위에도 그 하나님의 팡파르가 우레와 같이 울려 퍼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위해서 하나님이 불러내신 이 시대에 사무엘이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도 사무엘처럼 거대한 승전 기념비를 세우고 외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셨습니다.” 그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에벤에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