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통신 230호

동남아한센봉사회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돌아온 폴리노

    9월 3일 첫째 주일 오전 10시 예배를 마치고 여러 부서의 일들을 늦게 까지 챙겼습니다. 오후 2시 예배를 위해서 엘림교회로 이동했습니다. 교회 안으로 들어서는 저에게 에덴집사가 달려오더니 대뜸 눈을 감으라고 했습니다. 영문을 몰랐지만 간곡한 부탁이라 눈을 감았습니다. 에덴집사는 자기가 인도하는 대로 눈을 감고 따라 오라고 했습니다. 잠시 후에 눈을 떠도 좋다고 했습니다. 눈을 떴을 때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 달 전에 중풍으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되었던 폴리노(Paulino)씨가 서서 활짝 웃으며 저를 향해서 양손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소리를 쳤습니다. “뭐예요? 폴리노씨,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온 성도들이 폴리노씨를 대신해서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기적입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일제히 박수를 쳤습니다.

    그의 회복을 위해서 안수기도를 해주었지만, 저는 순간 의심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두 손을 높이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걸어보라고 했습니다. 선 채로 돌아보라고 했습니다. 폴리노씨는 제가 시키는 대로 다 했습니다. 정말 그에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교인들은 폴리노씨가 옛날처럼 혼자서 교회 의자들을 들어서 정돈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다시 짓궂게 그 일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폴리노씨는 손으로 의자를 잡더니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다시 교인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찬양할 때 그를 보았습니다. 약 20분 동안 모든 교인들이 일어나 박수를 치며 찬양하는데, 폴리노씨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찬양했습니다. 그의 놀라운 움직임을 비디오에 담았습니다. 예배를 마치자, 그는 늘 했던 대로 흩어진 의자들을 다시 챙겨서 한 쪽 구석에 가지런히 쌓았습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폴리노씨는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본인 스스로 우산을 들고 그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돌렸습니다

    저는 오늘, 선교회 웹사이트에 올렸던 말씀을 주일예배 설교로 전했습니다. 마리아의 손에는 [없음]이 있었지만, 예수님의 손에는 항상 [있음]이 있다고 선포했습니다. 그 예수님의 [있음]이 물이 포도주가 되게 했고, 그 포도주는 기적이 되게 했다고 선포했습니다. 그 말씀을 선포하면서 오늘 주일예배에 나온 폴리노씨를 보라고 했습니다. 교인들은 “아멘! 아멘!”하며 다시 박수를 쳤습니다. 폴리노씨는 온 교우들에게 "예수님은 항상 [있음]이 되신다."는 큰 증거가 되어주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저는 폴리노씨를 보아왔습니다. 몸이 불편한 한센인 노인들의 휠체어를 밀고 매주 교회로 나왔던 성실한 봉사자였습니다. 교회까지 나오는 그 길을 잘 포장된 아스팔트길로 상상하면 안 됩니다. 딸라(Tala)에는 그런 예쁜(?) 길이 없습니다. 매주 휠체어 봉사를 위해서 그 험한 길 위에서 그가 얼마나 큰 수고를 했는지 우리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교회에 도착하면 의자들을 일일이 정리해서 가지런히 놓았던 신실한 종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성실함을 보시고 그를 축복해 주셨다고 저는 믿습니다. 가족도 없고, 돌보미도 없는 그가 친척 집에서 잤는데, 그의 방 천장은 구멍이 숭숭 뚫어져 비가 폭포수처럼 떨어졌습니다. 그의 집을 깨끗이 보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반신마비가 되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위해서 성인용 기저귀를 기한 제한 없이 매월 후원해 주기로 약속하고 특별후원비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기저귀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폴리노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교회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응답해 주신 하나님께 모든 찬양과 영광을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