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님을 믿습니다.

요한 11:25-27

   예루살렘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희롱했습니다. 예수님을 희롱했던 현장이 다름 아닌 골고다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이렇게 희롱했습니다.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서기관들과 장로들과 함께 희롱하여 이르되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그가 이스라엘의 왕이로다.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올지어다. 그리하면 우리가 믿겠노라.” (마 27:41-42) 예수님이 꼼짝하지 못하도록 양손과 양발을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그들이 한 말입니다.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들입니까? 그들은 만왕의 왕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못 박은 후에 “스스로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예전처럼 기적을 행해 보시지.”라고 희롱했습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으로부터 예수님께서 그와 비슷한 조롱을 받고 계십니다. 그들도 대제사장이 사용했던 같은 단어 [지금]이란 단어를 들고 조롱합니다. “당신의 축복, 당신의 기적이 나에게 필요한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바로 지금!” 그들이 제시한 시간 즉 그들이 원하는 “바로 지금” 하나님이 응답하지 않으면 그들은 즉시 하나님을 조롱합니다. 어떤 이는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어떤 이는 하나님을 원망하고, 하나님께 분노하고, 불평합니다. 무지와 잘못된 신앙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모습들입니다.

    나사로가 죽었습니다. 예수님은 나사로가 죽은 지 4일 후에 오셨습니다. 그때 마르다가 말했습니다.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동생이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 11:21) 거기에서 언급된 “여기”는 4일 전을 가리킵니다. 즉 ‘시간’을 의미했습니다. 예수님이 4일 전에만 도착했었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때 베다니에 계셨다면 정말 나사로가 죽지 않았을까요? 마르다의 말을 직관적으로 해석하면, 마치 동생의 죽음이 늦게 오신 예수님께도 책임이 있다는 듯 들립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마르다에게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지금이라도 살려줄 테니 그만 진정하라고 마르다를 위로해 주셨습니까? 마르다에게 그런 뜻이 없었다면, 그녀의 말 속에는 그녀가 얼마나 간절히 가슴을 졸이며 주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지를 말해줍니다. 만약 그녀의 손에 예수님과 연결된 밧줄이 있었다면, 그녀는 쉬지 않고 온 힘을 다해서 그 밧줄을 힘차게 끌어당겼을 것입니다. 결론은 예수님은 마르다가 원했던 그 시간에 오지 않으셨고, 동생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진심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예수님은 나사로의 위급했던 상태를 이미 들으셨지만 일부러 늦게 가셨습니다. 6절입니다. “나사로가 병들었다 함을 들으시고 그 계시던 곳에 이틀을 더 유하시고” 그리고 늦게 도착했던 예수님께서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우셨다고 기록했습니다. 34-35절입니다. “이르시되 그를 어디 두었느냐? 이르되 주여 와서 보옵소서 하니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그처럼 예수님은 나사로를 마음에 깊이 두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일부러 나사로가 죽은 후에 가셨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는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오라고 하면 곧장 달려가시고, 달라고 하면 즉시 주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사람들은 마르다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갖기 전에 그들이 반드시 알아야만 한 사실을 먼저 알기를 원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마르다가 무엇을 제일 먼저 알기를 원하셨습니까? 마르다에게 던졌던 예수님의 질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요 11:25-26) 마르다에게 던졌던 그 단어들. “부활, 생명, 죽어도 살겠고,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라.” 우리도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단어들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만나야만 하는 단어들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체험해야만 하는 단어들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믿어야만 하는 단어들입니다. 우리가 단단히 붙잡고 평생 살아가야만 하는 단어들입니다. 그 단어들은 ‘축복’이란 단어보다 더 소중하고, ‘기적’이란 단어보다 더 위대합니다.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놀라운 단어들입니다. 죽었던 동생을 다시 만나기 전에, 마르다는 그 단어들을 먼저 만나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예수님께서 나사로가 죽은 이후에 늦게 베다니에 오셨던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그 단어들을 선포하시고 예수님께서 마르다에게 물으셨습니다. “이것을 네가 믿느냐?”

    마르다의 눈에서 눈물이 순간 멈췄습니다. 슬픔이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그 말씀을 들었을 때, 마르다는 죽은 동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부활이요 생명이신 주님만 보였습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감촉같이 사라졌던 이유였습니다. 그녀는 기쁨이 충만한 모습으로 대답했습니다. “내가 믿습니다.” 주님께서 그 대답을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마태복음에서 만났던 대제사장, 서기관, 장로들이 했던 말을 기억해 보십시오.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올지어다. 그리하면 우리가 믿겠노라.” 그들은 결코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갖기 위해서 그런 요구를 했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을 희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롱했던 말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닮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기적을 보여주시면 믿겠습니다. 이번 일만 성사시켜주시면 큰 헌금을 하겠습니다. 이 병만 고쳐주시면 저의 남은 생애를 다 드리겠습니다.” 등등. 우리의 기도 속에 대제사장의 희롱 섞인 그런 가짜 믿음이 살짝이라도 묻어 있다면 그것은 결코 순결한 기도가 될 수 없습니다.

    마르다의 고백을 다시 보겠습니다. 예수님은 그녀에게 “내가 너의 죽은 동생 나사로를 다시 살려줄 것을 믿느냐?”라고 묻지 않으셨습니다. “내가 부활이요, 생명인 것을 네가 믿느냐?”라고 물었고, 마르다는 “내가 주님을 믿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한 고백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고백한 믿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드릴 수 있는 믿음의 순결함도 그래야 합니다. 누군가를 위한 고백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고백이 아니라, 오직 주님만을 위한 나의 진실하고 순결한 고백이 되어야만 합니다. “네가 나를 믿느냐?” “내가 주님을 믿습니다.”

    그 순결한 믿음은 격동된 감정들을 차분하게 내려놓게 합니다. 다시 서울로 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갔습니다. MRI 촬영실 앞에는 많은 환자들이 초조함과 두려움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저도 환자였기에 옆 사람에게 부담 없이 물었습니다.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습니까?” “뇌암이래요.” “아아~~ 네에~~” 괜히 물었다 싶었습니다. 그가 먼저 검사실로 들어가고 차가운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때 저를 향해서 잔잔히 밀려오는 작은 물결을 보았습니다. 요한복음 11장에 있는 오늘 본문의 말씀들이 그 잔잔한 물결과 함께 다가왔습니다. “네가 나를 믿느냐?” 저도 대답했습니다. “내가 주님을 믿습니다.” 그때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요한복음 11장은 나사로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우리들의 이야기이구나. 나의 이야기이구나.” 그때 초조함과 두려움이 그 물결과 함께 쓸려 사라졌습니다. 

    얕은 믿음은 우리의 마음을 시끄럽게 만듭니다. 그래서 쉽게 분노하게 하고, 쉽게 불평하게 하고, 쉽게 악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순결한 믿음은 우리를 차분하게 하고, 더욱 잠잠하게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도 무거운 고통들을 참고 견디게 하고, 하나님의 때를 묵묵히 기다리게 합니다. 시편 37편 4-8절 말씀입니다. “여호와를 기뻐하라. 그가 네 마음의 소원을 네게 이루어 주시리로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 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 같이 하시리로다.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며, 불평하지 말라. 오히려 악을 만들 뿐이라.” 이 말씀들이 여러분에게는 어떻게 와 닿습니까?

    정리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빨리 오시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던 마르다에게 1분은 너무도 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누구에게 1분은 깃털처럼 가벼울 수 있지만, 누구에게 1분은 촛농처럼 뜨겁고, 바위처럼 무거울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1분은 어떤 시간입니까? 1분이라도 그 소중한 시간을 분노와 불평으로 채우지 마십시오. 악을 만들 뿐입니다. 대제사장처럼 함부로 입을 열지 마십시오. 여호와 앞에 잠잠하십시오. 참고 기다리십시오. 저 끝에서 파도가 밀려와 하나님의 말씀이 내 앞에 서서 “네가 나를 믿느냐?”라고 물으시면, “내가 믿습니다.”라고 대답하십시오. 그 다음은 주님이 하십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말이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이 말씀을 하시고 큰 소리로 “나사로야, 나오라” 부르시니,

죽은 자가 수족을 베로 동인 채로 나오는데 그 얼굴은 수건에 싸였더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풀어 놓아 다니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