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나님 앞으로

삼하 11:1-16

    사무엘하 11장 1절은 “그 해가 돌아와 왕들이 출전할 때가 되매”라고 시작했습니다. ‘그 해가 돌아왔다’라는 의미는 전쟁 시즌이 돌아왔다는 의미였습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기후와 자연조건에 따라서 전쟁할 수 있는 타이밍이 정해졌습니다. 특별히 뜨거운 중동 지역에서 가뭄이 장기간 지속되면 전장(戰場)에서 물을 구할 수 없으므로 그 시즌에는 서로 전쟁을 피했습니다.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내면 숨을 수 있는 위장 방어벽이 없어 병사들의 위치와 움직임이 벌거벗은 것처럼 노출되므로 그때도 서로 전쟁을 피했습니다. 반대로 숲이 우거져서 전쟁하기에 딱 좋은 때가 돌아오게 되면, 어김없이 왕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전쟁 시즌이 되면 모든 전선(戰線)은 항상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이스라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출정(出征)하지 않고, 군대장관 요압이 이끄는 군대만을 파병했습니다. (삼하 11:1) 다윗의 악몽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군인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전선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을 때, 다윗은 자다가 일어나 왕궁 옥상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의 눈에 한 여인이 목욕하는 광경이 들어왔습니다. 달빛 아래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그 여인의 아름다움에 취한 다윗은 신하를 불러 그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 오게 했습니다. 그녀는 다윗의 충신이었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윗은 거기에서 멈춰야만 했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밧세바를 그의 침실로 데려오게 했고, 그녀와 정을 나눈 뒤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하룻밤의 연정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윗의 숨통을 조이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밧세바가 다윗의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다윗의 첫 번째 반응은 “Oh~~ NO!”였습니다. 방을 뱅뱅 도는 다윗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습니다. “안돼! 안돼! 절대로 안 돼!”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습니다. 다윗은 요압 장군에게 전선에 있는 우리아를 속히 왕궁으로 보내라는 전갈을 보냈습니다. 다윗은 우리아를 후대한 후에 집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아는 전시(戰時) 중에 군인은 절대로 집으로 갈 수 없다는 신념으로 궁정 경비병 초소에서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 다윗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윗은 그의 작전대로 되지 않자 혼란에 빠졌습니다. 다윗은 우리아를 다시 불렀습니다. 자신의 격노한 감정을 감추고 다윗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아내와 헤어져 있었는데 그 아내와 좋은 밤을 가졌어야지... 밤새 밖에서 야영했다는 말을 들었다. 아내를 위해서 그러면 안 된다.” 그 말에 우리아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군대가 지금 전쟁 중이고, 여호와의 언약궤가 우리와 함께 있고, 요압 장군과 군사들이 들에 있는데 어찌 제가 집으로 가서 먹고 마시고, 내 아내와 같이 잘 수 있겠습니까? 제가 대왕 앞에서 맹세합니다. 저는 절대로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삼하 11:11) 그처럼 우리아는 가정보다 나라를 더 중요하게 여겼던 철저한 군인이었습니다.

    우리아의 충성 맹세에 대해서 다윗은 감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이 놈 봐라.” 다윗은 더 교활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밤은 나와 함께 하자. 내일은 너를 전쟁터로 다시 돌려 보내주겠다.” (삼하 11:12) 다윗은 그날 저녁 근사한 연회를 마련하고 우리아로 하여금 떡이 되도록 술을 마시게 했습니다. 취중에 우리아가 자기 집으로 가서 밧세바와 동침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아는 이틀째 되는 밤에도 집으로 가지 않고 경비병들과 함께 야영했습니다. 다음 날, 다윗은 우리아를 전쟁터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때 요압 장군에게 전하라고 하면서 왕의 밀서를 우리아에게 주었습니다. 그 밀서에는 음모가 담겨 있었습니다. 다윗은 요압 장군에게 우리아를 최전선에 배치해서 화살받이가 되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청부 살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아는 다윗의 손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다윗은 밧세바를 공식적으로 품에 안았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윗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고 있던 그의 모습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에게는 [명령자]의 모습뿐이었습니다. 기도하는 모습, 믿음을 지키는 모습, 하나님을 찾는 모습, 하나님께 복종하는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명령뿐이었습니다. “그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봐라. 그 여인을 당장 내 침실로 데리고 와라. 너는 오늘 나와 함께 자야 한다. 임신 문제는 내가 해결할 테니 너는 입 다물고 있어라. 우리아를 내게로 당장 보내라. 너는 집으로 가서 네 아내와 동침하라. 우리아를 최전선에 배치하라. 배치 후에 나머지 군사들은 즉시 후퇴시켜라.” 명령, 명령, 명령뿐이었습니다.

    다윗은 권력을 남용했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성범죄가 발각되지 않도록 우리아를 끼워 넣는 기묘한 알리바이를 만들었지만, 우리아의 충성심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끝내 다윗이 꺼내 들었던 칼은 [청부살인]이었습니다. 과연 다윗의 성범죄는 미제사건으로 덮어질 수 있었을까요? 우리아가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전사했기 때문에 다윗은 완전 범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선지자 나단을 다윗에게 보내서 그의 성범죄 사실을 대낮에 높이 뜬 태양처럼 낱낱이 드러나게 했습니다. 골리앗 앞에 물매와 돌멩이를 들고 섰던 다윗의 모습과 왕관을 쓰고 옥좌에 앉아서 교활한 목소리로 우리아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했던 다윗의 모습은 그렇게 너무도 달랐습니다. 같은 사람 그러나 다른 느낌. 어떻게 하다가 다윗은 그처럼 추하게 추락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다윗이 성령을 떠나 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성령께서 그를 떠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윗은 사울에게서 주의 성령이 떠났을 때 순간 악마로 돌변했던 사울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했던 증인이었습니다. 사람이 악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성령께서 떠나는 순간이 바로 악마로 돌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단으로부터 책망을 받았을 때 다윗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회개하며 울부짖었습니다.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다윗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왜 매주 교회에 나갑니까? 예배위원으로 순서를 맡아서 나갑니까? 축복을 받기 위해서 나갑니까? 주일성수는 크리스천의 의무이기때문에 나갑니까? 주일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한 주간이 찝찝해서 나갑니까? 아닙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며, 성령님으로 재충전을 받기 위해서 나가는 것입니다. 성령 충만만이 우리를 하나님 앞에 거룩한 성도로 서게 합니다. 성도는 거룩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거룩하시기 때문입니다. 성도의 삶은 깨끗해야 합니다. 성도의 삶 속에는 예수님의 보혈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거룩이 무엇입니까?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 원치 않으면 그것을 결단코 안 하는 것이 거룩입니다. 내게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내게 있지만, 그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 거룩입니다. 거룩은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낮에도 거룩해야 하고, 밤에도 거룩해야 합니다. 낮에는 성군(聖君)이었다가, 밤이 되면 야수로 변하는 것은 거룩이 아닙니다. 성령이 떠난 사람의 삶은 그처럼 앞뒤가 다릅니다. 그러므로 항상 성령 충만해야 합니다.

    둘째는 다윗이 너무 오만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왕의 자리가 그를 그처럼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권력이 그를 악마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교만과 오만은 항상 영적 평정심을 잃게 합니다. 다윗이 그 평정심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그처럼 비열한 인간으로 추락하게 했던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나는 왕이니까!” 그랬었습니다. 그는 분명히 이스라엘의 왕이었습니다. 아무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윗 자신이 그 말을 남발하기 시작한다면 그는 오만함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부녀 밧세바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나는 왕이니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아를 화살받이로 세워 죽게 한 것도 “나는 왕이니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보게 되는 매우 불편한 모습들입니다. “내가 이 나라 대통령이야. 왜 이래? 내 입 가지고 내 스타일대로 말하는데 왜들 소란이야!” “내가 이 집에 가장이야, 왜 이래?” “내가 이 회사 사장이야, 왜 이래?” 그런데 그렇게 살면 안 됩니다.

    결론입니다. 추락했던 다윗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만으로 뻔뻔했던 다윗이 회개의 눈물을 흘리는 촉촉한 다윗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단으로부터 무서운 책망을 받았을 때 다윗은 “나는 왕이다. 감히 너 따위가 왕인 나를 책망하느냐? 저 놈을 당장 죽여라!”하지 않았습니다. 나단의 책망을 받고 다윗으로 하여금 다시 정신을 번쩍 차리게 했던 말은 “나는 죄인이니까!”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죄인입니다.”라는 진솔한 고백만이 추락하는 우리를 다시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게 합니다. 다윗은 밧세바를 범한 죄보다 우리아를 죽인 죄를 더 가슴 아파하며 눈물로 진솔하게 그 죄를 회개했었습니다. “하나님이여,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여, 피 흘린 죄에서 나를 건지소서.”

    우리도 날마다 실수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감사한 것 하나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거룩한 성도로 회복 받고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없이 서툴러서 늘 실수하지만, 지옥으로 추락하는 일은 스스로 자처하지 말아야 합니다. 죄를 회개하면 성령님께서 우리를 그 죄악 세계로부터 건져 내주십니다. 시편 51편은 밧세바와의 범죄 이후에 드린 다윗의 회개 기도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시편 51편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를 따라 내게 은혜를 베푸시며 주의 많은 긍휼을 따라 내 죄악을 지워 주소서. 나의 죄악을 말갛게 씻으시며 나의 죄를 깨끗이 제하소서. 무릇 나는 내 죄과를 아오니 내 죄가 항상 내 앞에 있나이다. 우슬초로 나를 정결하게 하소서. 내가 정하리이다. 나의 죄를 씻어 주소서. 내가 눈보다 희리이다. 주의 얼굴을 내 죄에서 돌이키시고, 내 모든 죄악을 지워 주소서.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하나님이여,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여, 피 흘린 죄에서 나를 건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