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드 쉐마, 에베드 샤마

요 4:4-30

     기구한 삶을 ‘운명’으로 여기며 살았던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가련한 삶을 보며 뒤에서 수군덕거리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녀를 찾아와 위로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괜찮아요?” 그럴 때마다 그녀는 항상 짧게 그리고 차갑게 대답했습니다. “네.” 사람들은 다시 물었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그녀는 늘 그랬듯이 같은 말로 다시 대답했습니다. “네.” 그녀는 정말 괜찮았던 것입니까? 그녀의 짧고 차가운 대답 속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서글픈 세월의 고통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녀의 대답 “네”는 “담”을 의미했습니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습니다. 대꾸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 신경을 꺼달라는 뜻이었습니다. 말을 걸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혼자 있게 해달라는 뜻이었습니다. 당신들의 관심은 필요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당신들은 나의 위로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니 제발 귀찮게 하지 말고 가라는 뜻이었습니다. 그처럼 그녀의 “네”에는 큰 “담”이 있었습니다. 큰 “벽”이었습니다. 그래서 외출할 때 그녀는 항상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만 집을 나섰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없었지만, 우리는 그녀를 [수가성의 여인]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그녀를 만나주시기 위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유대인으로서 사마리아 지경으로 들어가는 것이 금기 사항이었지만, 예수님은 그 “두꺼운 담”을 넘어 아니 그 “높은 벽”을 허물고 수가성 여인이 있는 사마리아 땅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제자들을 데리고 가셨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을 다른 곳으로 미리 보내시고, 우물가 곁에 혼자 남아 계셨습니다. 그곳으로 나오는 여인이 단 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인들 대부분이 우물가로 나올 때는 동무들과 함께 나왔지만, 수가성 여인은 늘 그랬듯이 그날도 혼자 나왔습니다. “혼자” 오는 그녀를 위해서 예수님도 “혼자”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다.

    수가성 여인은 가장 힘든 시간에 나왔고, 예수님은 가장 먼 길을 걸어서 오셨습니다. 예수님의 눈에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녀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아시고 계셨지만,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서 “괜찮니?”라는 말로 말문을 열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면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방인 남자를 향해서 더 높은 담을 쳤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건넨 예수님의 첫 마디는 “마실 물을 좀 주시오.”였습니다. (요4:7) 그 말씀을 하실 때 예수님의 표정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 말씀을 하시기 전에 예수님의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길을 가시다가 피곤하여 우물 곁에 그대로 앉으시니라.” (요4:6) 마치 먼 길 여행에서 몸이 지쳐서 우물가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 철썩 주저앉아 버린 모습이었습니다. 수가성 여인의 눈에는 그 지친 한 나그네가 애절한 표정으로 물 한 모금을 구걸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유대인 남자였지만 도저히 거절할 수 있는 애절한 얼굴이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예수님은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비밀을 훨훨 벗겨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물 한 모금 달라고 하셨던 것은 그녀가 누군가를 위해서 선행을 베풀 수 있는 작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그 일을 먼저 부탁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행하셨던 두 번째 일은 그녀에게 [하나님의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요4:10) 모든 여인의 마음을 쉽게 열게 하는 단어가 [선물]입니다. 수가성 여인이 가지고 있던 [담]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예수님과 수가성 여인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게 되었습니다. 유대인이라는 담도, 사마리아인이라는 벽도 더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그녀에게 하나님의 선물은 한 번 마시면 다시는 목마르지 않은 [생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생수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얻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침내 그 생수를 받은 그녀는 수가성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외쳤습니다. “보라. 내가 오늘 그리스도를 만났다.” 사람들을 향해 입을 닫고 살았던 그녀가 갑자기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요4:29) 이 놀라운 이야기의 결말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들이 동네에서 나와 예수께로 오더라.” (요4:30) 그녀가 수가성에 첫 번째 [복음 전도자]가 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그녀는 남편이 여섯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녀가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었다는 결론입니다. 그것은 예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그것은 그녀가 [찾은 삶]이 아니라, 예수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삶]이었습니다. 담을 헐고 오신 예수님, 벽을 부수고 오신 예수님. 우리도 그 예수님을 만나야만 합니다. 그 예수님 앞으로 나아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생수가 되는 생명의 말씀을 듣고, 영생을 얻는 구원을 받아야만 합니다.

    에베드 쉐마(שְׁמַע עבד)라는 히브리어가 있습니다. 에베드 샤마(שָמָע עבד)라는 히브리어도 있습니다. [에베드:עֶבֶד]는 “주의 종이 여기 있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쉐마”는 “가르치라. 말하라. 들으라.”라는 의미입니다. “샤마”는 “순종하겠습니다. 복종하겠습니다. 행하겠습니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에베드 쉐마와 에베드 샤마를 연결해서 말하면, “주의 종이 여기 있나이다. 말씀하시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습니다. 말씀대로 순종하겠습니다. 말씀대로 행하겠습니다.”라는 뜻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쉐마)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 (요4:21-24) 그녀는 그 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쉐마) 그리고 그 말씀대로 순종하고 행했습니다. (샤마) 들음과 행함은 같이 가야 합니다. 수가성 여인은 여섯 명의 남편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녀가 피곤한 삶을 살았던 이유는 그 여섯 남자에게 종처럼 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예수님의 종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수가성의 첫 번째 복음 전도자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유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마음에 있는 높은 벽을 헐면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외로움의 벽, 우울증의 벽, 절망의 벽, 원망의 벽, 한숨의 벽, 자책의 벽, 과거의 벽을 모두 헐면 우리를 위해서 오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목마른 영혼을 찾아와 만나주는 주님이십니다. 그 예수님을 만나면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을 들으십시오. 그리고 그 말씀대로 순종하십시오. 목마름이 없는 삶이 거기에 있습니다. 예수님이 주시는 영생의 선물이 거기에 있습니다. 주님을 위해서 살 수 있는 멋진 제2의 삶이 거기에 있습니다.

에베드 쉐마(שְׁמַע עבד) 에베드 샤마(שָמָע עבד)

주의 종이 여기 있습니다.

말씀하시옵소서. 말씀대로 순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