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7일 대구원대장로교회 주일 설교) 

그게 가능합니까?

행 20:22-24

    고린도후서 8장에 보면, 마게도냐 교회들이 드린 헌금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루살렘교회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마게도냐 교회들이 헌금을 모아서 예루살렘교회로 보냈다는 내용입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편지할 때 그 마게도냐 교회들을 언급했던 것은 그들이 보여주었던 그 아름다운 일을 고린도교회 성도들이 반드시 기억해 주기를 바랬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언급했던 마게도냐 교회들은 아마도 빌립보교회와 데살로니카교회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헌금을 드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그들의 형편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고후 8:2절에서 “많은 환난과 극심한 가난 가운데 있는 마게도냐 교회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그처럼 큰 헌금을 넘치도록 드렸던 것입니다. 바울은 8장 3절에서 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내가 증언하노니 (내가 증인이니) 그들이 힘대로 할 뿐 아니라 힘에 지나도록 자원하여 드렸느니라.”라고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빌립보교회는 바울이 로마에 갇혀 있을 때도 헌금을 모아서 바울에게 보냈습니다. 바울은 감옥에서 그 헌금을 받고 빌립보교회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습니다. 빌립보서 4:18-19절입니다. “에바브로디도 편에 너희가 준 것을 받으므로 내가 풍족하니 이는 받으실 만한 향기로운 제물이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것이라.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 그 사랑의 빚을 바울 자신은 갚을 길이 없지만, 대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더 큰 축복으로 갚아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했던 것입니다. 그처럼 메게도냐 교회들은 자신들보다 더 어려움에 처했던 예루살렘교회와 로마교회 형제들을 먼저 챙겼던 것입니다. 대단한 헌신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이런 말로 오늘 말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마게도냐 교회들은 많은 환난과 극심한 가난가운데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들도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상황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그처럼 큰 헌금을 모아서 예루살렘으로 또 로마로 보낼 수 있었을까요? 그게 가능합니까?

성경에는 그런 예가 많습니다.

◼ 사렙다 과부는 마지막 밀가루를 드렸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 한 꼬마는 먹지 않고 간직했던 오병이어를 예수님께 드렸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 마리아는 값진 향유 옥합을 드렸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그런데 그 모든 일들은 가능한 일들이 되었고, 그 큰 드림 뒤에는 놀라운 기적들이 일어났었습니다.

    선교가 무엇입니까? 한푼 한푼 모아서 선교사에게 10만원, 20만원을 보내는 것이 선교입니까? 선교지에 교회를 세우고, 선교 센터를 세우고, 학교를 세우고, 고아원을 세우고, 병원을 세우는 것이 선교입니까? 교회 중고등부 학생들과 대학부, 청년부 젊은이들을 단기선교사로 파송하는 것이 선교입니까? 구제품을 가득 모아서 선교지로 보내주는 것이 선교입니까? 우리의 입장에서는 선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편에서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은 두 번째 부수적인 일들이 되기 때문입니다.

    선교는 생명을 구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첫 번째 일입니다. 선교는 선교사를 돕는 일이 아닙니다. 선교는 구제 사업이 아닙니다. 선교는 죽어가는 영혼들을 구원하는 [생명 사역]입니다. 구원이 무엇입니까? 죄로부터의 해방을 말합니다. 사탄에게 붙잡혀 있는 죄인을 구출하는 일입니다. 선교사가 돈을 준다고, 구제품을 준다고, 장학금을 준다고, 치료비를 준다고 사탄이 한 영혼을 쉽게 내어줄까요? 사탄은 절대 그런 밑지는 거래는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엇을 해야 사탄의 손에서 죽어가는 영혼들을 구원해 낼 수 있습니까? 예수의 이름 외에는 없습니다. “예수! 예수! 예수!” 그 놀라운 이름이 죄인들을 사탄의 손으로부터 꺼낼 수 있습니다. 예수의 이름에는 권세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서평 선교사의 생애

    한국 이름은 서서평이지만, 본명은 엘리자베스 쉐핑(Elisabeth J. Shepping)입니다. 1912년, 32세 젊은 나이로 전남 광주에 정착해서 간호사로 선교사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1912년이라고 하면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었던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서서평선교사는 나병 환자들, 지금은 한센인이라 부르는 이들을 위해서 헌신했습니다. 1933년에는 한센병을 유전병으로 오인한 일본정부는 한센인들의 씨를 말리겠다는 단종 정책으로 남자 한센인들에게 강제 거세(정관 수술)을 감행했습니다. 그래서 서서평선교사는 조선인 목회자들과 한센인 50여명과 함께 일본총독부가 있는 경성을 향해서 도보로 “강제 거세를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행진을 했습니다. 그녀는 13명의 고아를 입양했고, 1명의 한센 아동을 양자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헌신적으로 섬기다가, 1934년 6월 26일, 54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평생 하얀 무명 한복을 입고 한국인으로 살았던 서서평 선교사가 죽으면서 남긴 유품은 [담요 한 장, 쌀 두 홉 그리고 동전 7전]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시신은 세브란스 의대에 기증되었습니다. 그의 시신을 해부했던 의사들이 제출한 그녀의 사인은 [영양실조]였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다시 한번 그 같은 질문을 드립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영양실조가 말이 됩니까?

    서서평선교사는 엘리트 간호사였습니다. 멋쟁이 미국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살기 좋은 나라를 뒤로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하고, 가난한 조선으로 와서 버리진 고아들과 한센인들을 위해서 살다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사인이 [영양실조]라고 합니다. 서서평 가족이 그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가슴을 치며 통곡했겠습니까? 우리는 여기에서 다시 한번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선교는 과연 무엇입니까?”

    서서평선교사는 쓸쓸히 죽은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장례식은 광주 최초의 시민 사회장으로 10일 동안 치러졌는데, 조객 10만 명이 모였습니다. 1934년도에 10만 명이 모였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많은 한센인들이 그녀의 운구행렬을 따라가며 외쳤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그녀는 독신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수많은 영적 자녀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진정한 선교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남 광주에 가실 기회가 있으면 호남신학대학 언덕 위에 있는 서서평선교사의 묘지를 한번 방문해 보시면 어떠실까요? 선교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두 달 전에 당뇨합병증으로 오른쪽 눈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런 저의 건강을 염려하는 분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눈으로 대구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설교는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이제 선교도 그만하시지요?”라고 합니다. 저를 너무 염려해 주시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들에게 오늘 본문으로 저의 대답을 대신 드리고 싶습니다. “보라 이제 나는 성령에 매여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할는지 알지 못하노라. 오직 성령이 각 성에서 내게 증언하여 결박과 환난이 나를 기다린다 하시나,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이 말씀은 사도 바울이 에베소교회 장로들과 작별하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체포되어 많은 환난을 받게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교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그가 달려가야 할 길을 끝까지 달려가겠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선교입니다. 그것이 선교사가 가야 할 길입니다.

    제가 서서평선교사에게 배운 것은 이것입니다. 선교는 돈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담요 한 장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선교였습니다. 쌀 두 홉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선교였습니다. 동전 7전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선교였습니다. 선교는 돈으로 하는 일이 아님을 그녀가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모든 선교사가 가져야 할 [선교 정신]입니다. 선교사는 선교헌금이 적고 많고에 따라서 선교를 적게 하고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이 커야 하고, 사랑이 커야 합니다. 서서평은 가난한 선교사였지만 그녀의 사역은 위대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까? 그녀와 함께하셨던 하나님이 크고 위대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위대하십니다. 하나님은 크십니다. 하나님은 크십니다. 정말 크십니다. 그 크신 하나님을 믿는다면 그 어떤 일을 만나도 우리는 쪼그라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강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담대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불가능한 일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불가능한 일이 가능한 일이 됩니까? 하나님께서 크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위대하시기 때문입니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게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빌 4:13)

    사랑하는 여러분! 선교는 우리의 선택이 아닙니다. 가능할 때 하는 것이 선교가 아닙니다.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선교입니다, 할 수 있을 때 하는 선교는 이미 늦습니다. 마게도냐 교회들처럼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는 것이 선교입니다. “그게 가능합니까?”라고 묻는 이들에게 이제 우리는 담대히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능합니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주 안에서!” 그것이 하나님의 선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