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117호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카친(Kachin) 미치나(Myitkyina) 선교를 마치고

미치나의 분위기

    카친(Kachin) 주의 인구는 약 160만명(2014년)이다. 미치나(Myitkyina)는 카친 주의 주도(州都)로서 양곤(Yangon)으로부터 정북 방향으로 약 1,500km에 위치해 있다. 미치나의 인구는 15만명인데, 다양한 부족들뿐만 아니라 중국인, 인도인들까지 들어와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다. 그래서 종교도 기독교, 불교, 천주교, 힌두교, 이슬람교, 전통무속종교까지 다양하다. 미치나(Myitkyina)의 뜻은 “큰 강을 품은 땅”이라는 의미인데, 실제로 미치나는 Irrawaddy 강을 끼고 있다. Irrawaddy 강은 미얀마의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가장 큰 강인데, 미치나는 그 Irrawaddy 강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미치나의 거리는 너무도 한적했다. 오토바이도, 자동차도 많지 않았다. 재래시장도, 백화점도, 그 흔한 슈퍼도 보기가 힘들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4층 건물이 가장 높아 보였다. 어디를 가나 평화롭다는 기분을 가졌다.

미얀마 정부군과 카친 독립군의 대립

     그러나 그것은 미치나의 겉모습이었다. 내가 가진 카친 정보는 실제 카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갖고 있던 정보는 미얀마 정부군은 나쁜 편이고, 카친 독립군들은 좋은 편으로 알았었다. 그러나 실제로 카친 사람들은 두 쪽 모두 나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카친독립군들을 “지하단체(underground)”라고 불렀다. 그들은 마을로 들어와 식량을 비롯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탈취해 갔고, 돌아갈 때에는 전투를 할 있는 청소년들을 강제로 잡아서 산으로 끌고 가서 현재까지 자녀들의 생사를 모른다고 했다. 미얀마 정부군들은 자신들을 잡아 강제로 난민촌으로 이주를 시키고 보조도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카친 사람들은 미얀마 정부군이나 카친 독립군에게 그 어떤 희망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대신 새 정부를 세운 아웅산 수지가 카친의 내전을 종식시켜주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다시 자녀들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미치나는 결코 평화로운 땅이 아니었다. Irrawaddy 강에는 풍부한 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카친 사람들의 가슴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많은 고아원들

     카친에는 고립된 지역이 많다. 전기도 없고, 통신 시설도 없는 곳에 갇혀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잦은 내전과 자연 재해로 수많은 마을들이 초토화되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많은 고아들과 굶주린 아이들이 미치나로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의 보조 없이 개인적으로 감당하고 있었다. 몇 군데 고아원을 방문했는데 도움이 많이 필요한 곳들이었다.

기독교의 분열

     미치나 시내에는 약 200개의 교회가 있다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교단과 교단, 교회와 교회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서 연합 활동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번 목회자 세미나를 위해서 총 진행을 맡았던 아푸(Ah Pu)전도사가 친하게 지냈던 목회자들을 초대했지만 그들은 결국 오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은 침례교단에서 참석하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침례교 목사는 단 한 사람도 올 수가 없었다. 안타까운 기독교의 분열이었다.

    거기에 2년 전부터 박옥수 구원파 집단이 들어와 기성교회 교인들에게 접근해서 그들의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카친 주 국회의원 Khaw Ma Wu씨를 만나 구원파의 거짓 복음을 사전에 봉쇄해서 카친 교회와 성도들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기독교 신자는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카친 교회들은 안으로, 밖으로 많은 숙제를 안고 있었다.

카친 사람들의 트라우마(Trauma)

     목회자 세미나의 원래 일정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였다. 그런데 미치나에 도착했을 때 상황이 바뀌었다. 아푸전도사가 저녁 부흥회는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저녁 집회를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대신 수요일 저녁 예배는 작은 교회로 가서 드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수요일 세미나. 오전 휴식 시간에 아푸전도사가 한 목사를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켜주었다. 오늘 저녁 수요예배를 드릴 교회 목사라고 했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 저녁에 다시 뵙겠다고 했다. 그런데 오후 휴식 시간에 아푸전도사가 예배 장소를 바꿨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교회 목사를 나에게 소개했다. 나는 다시 새 목사에게 저녁에 뵙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푸전도사가 저녁에 교회로 가면서 차 안에서 예배 장소가 다시 바꿨다는 말을 했다. 결국 우리는 강가에 자리 잡은 한 고아원으로 가서 예배를 드렸다.

하루에 세 번 예배 장소가 바뀐 셈이었다. 그것이 미치나가 가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었다. 아푸전도사가 그렇게 가상 장소들을 앞에 던지고 실제 예배 장소는 예배 직전에 알려주었던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전에 목회자 세미나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방해하겠다는 경고가 왔었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진행을 했다가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목회자들이 밤길에 살해가 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푸전도사는 이번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들의 안전을 최대 고려해서 그처럼 예배 장소를 비밀리에 옮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목사 역시 고통스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수요일 새벽 3시부터 엄청난 천둥과 번개가 쳤다. 나 역시 그 소리에 깼고 이후에는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집회를 위한 기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크목사의 경우는 달랐다. 새벽에 터진 천둥소리를 들었을 때, 그는 전쟁이 터진 줄 알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얀마 정부군과 카친군 사이에 전쟁이 터지면, 밤새 폭탄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큰 천둥소리를 들으면 피난을 가기 위해서 옷부터 챙기게 된다고 했다. 과거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픔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고 있는 아픔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날씨

     날씨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였다. 일기예보에는 집회가 진행되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엄청난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했다. 멀리서 오는 목회자들이 걱정이 되었다. 또한 비가 많이 오면 양철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 때문에 도저히 세미나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집회 기간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새벽3시부터 6시까지만 억수 같이 비가 내리고 집회가 시작되는 오전 8시에는 이미 화창한 날씨를 주셨다. 목회자들도 매일 좋은 날씨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행복한 식사

     카친에서 고기 값은 매우 비싸다고 했다. 양곤의 고기 값은 마닐라보다 두 배 비싸고, 카친의 고기 값은 양곤보다 또 두 배나 더 비쌌다고 했다. 그래서 아푸전도사는 쇠고기는 1년에 한 번 먹고, 돼지고기는 큰 잔치가 있을 때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푸전도사에게 돼지 한 마리와 작은 소 한 마리를 잡도록 했다. 그래서 140명이 3일 동안 아침, 점심, 저녁, 밥과 고기로 배불리 먹었다. 모든 목회자들이 태어나서 그렇게 잘 먹어 본 적이 없었다고 행복해 했다. 나도 행복했다. 말씀 잔치는 그렇게 풍성한 음식과 함께 계속 되었다.

목회자 세미나

     목회자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하루 8시간. 딱딱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참석자들이 움직이지 않고 집중해서 수강했다. 참석자들의 간증들을 들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목회자들 안에 회개와 영성 회복과 성령의 충만함과 재 헌신이 시간 시간 이어졌다. 많은 목회자들이 영적으로 깨어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그들의 사명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간증했다.

난민촌 집회, 고아원집회, 일반 교회 집회, 마약재활센타 집회

     세미나가 끝나고 난민촌, 고아원, 교회, 마약재활센타 등 여러 곳을 방문해서 말씀을 전했다. 카친이 속으로 앓고 있는 고통과 그 신음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고통의 원인을 군사정부와 카친독립군에게 돌리고 있었다. 내전이 없었다면 난민촌도 없고, 고아원도 없고, 마약중독자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불평이라도 하지 못한다면 숨이 막혀서 죽을 수도 있을 사람들 같았다. 안쓰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들이 하루속히 고향으로 그리고 건강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선교지를 넓혀주시는 하나님

    세미나에 참석했던 목사들 중에는 카친의 끝에서 온 목회자들이 있었다. 오네시모(Onesimus)는 성공회 목회자였는데 Mohnyin이란 곳으로부터 하루 동안 열차를 타고 내려왔다. 노애하(Naw Ye Ha)목사는 Putao에서 출석교인이 1,000명이 넘는 교회 담임목사인데 비행기를 타고 내려왔다. 요수(Yaw Shu)목사는 티벳(Tibet) 히말라야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데 이틀 걸려서 내려왔다. 요엘(Joel)목사는 카친독립군들이 숨어있는 깊은 산 중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데 오는 도중에 홍수로 길들이 잠겨 거의 하루가 걸려서 내려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있는 도시에서도 목회자 세미나와 부흥회를 인도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해 왔다. 즉석에서 가겠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선교지가 더 멀리 확장되는 것은 좋으나 과연 내가 그 선교를 다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곤에서 미치나까지 올라 올 때 “땅끝까지 왔구나!”했는데, 더 먼 땅끝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카친 선교를 마치면서.....

     카친(Kachin). 카친 목회자들이 한국 선교사로서 카친에서 목회자 세미나를 인도한 것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것은 큰 영광이 아니라 더 큰 십자가가 되었다. 그 “처음”은 곧 “시작”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친선교는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다. 카친의 크기는 대한민국 땅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카친으로 와야 한다.

     한 카친 목사가 마지막 주일 설교를 마치고 나오는 내 손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꼭 다시 오셔야 합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닙니다. 어차피 굶고 살았고, 더 굶으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세미나와 설교를 들으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정말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성령 충만이었습니다. 제가 오늘 저녁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불을 받았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카친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부탁합니다. 꼭 다시 오셔야 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카친(Kachin). 다시 가야만 하는 선교지가 되는 것 같았다. 내 발걸음이 어디까지 가야하고, 어디에서 멈추게 될지 모르겠지만, 주께서 가라 하시면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이번 카친 선교에 함께 동행해 주셨던 모든 분들과 교회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여호와 닛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