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제133호

동남아 한센 선교회

양한갑/최영인선교사

미얀마 24차 선교 보고

코끼리 마을 선교

    미얀마 24차 선교에는 코끼리 마을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코끼리 마을은 메얀청으로부터 약 3시간 이상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있습니다. 메얀청 선교센타 아이들 중에는 그 코끼리 마을에서 온 아이들이 네 명이 있습니다. [코끼리 마을]은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건기가 되면 정글 안에 있던 배고픈 코끼리들이 마을로 내려와 마치 태풍이 할퀴고 간 것처럼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 어머니는 코끼리의 습격을 받고 선교센타로 피신해서 약 2개월 이상 있다가 다시 마을로 돌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 코끼리 마을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외국인에게는 방문이 금지된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선출된 동장을 만났을 때, 코끼리 마을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새 동장은 다음 달 3월에 공식적으로  취임을 하기 때문에 현재는 권한이 없지만,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3일 후에 허락을 해줘서 2월 22일에 처음으로 코끼리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메얀청 선교센타를 떠난 지 15분 만에 넓은 길이 끝나고, 오토바이 한 대만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로 바꿨습니다. 리안전도사는 우기 때 오토바이들이 다닐 수 있도록 몇 달 전에 정부에서 시멘트로 길을 포장해 주었다고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멘트 길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오토바이는 흙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건기 때라 땅이 딱딱해서 오토바이를 계속 타고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오토바이에서 내려야만 했습니다. 길이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리안은 나무 밑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목사님, 여기부터 걸어야 하는데.... 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내 발걸음은 리안보다 더 앞서고 있었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복음을 들고 걷는 것은 축복입니다. 태양은 터질 듯이 작렬하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벗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제 머리뿐만 아니라 온 땅이 타고 있었습니다. 메얀청에서도 느낀 것이었지만 코끼리 마을의 상황은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과일나무 하나가 없었습니다. 채소도, 곡식도 없었습니다. 강도 없고, 먹을 물도 없었습니다. 우물을 몇 개 찾았지만 바닥을 들어낸 우물들이었고, 바닥에 붙어 있는 물은 이미 썩어 있었습니다. 물이 없어서 그 고인 물을 먹는다고 했습니다. 

    한참을 걸었을 때, 뽀쪽한 언덕에 세워진 큰 불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절이라고 했습니다. 중들도 보였습니다. 그 안에는 불교학교가 있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있어서 4학년부터는 메얀청 학교로 학생들이 보내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코끼리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무조건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불교수업을 받고, 4학년이 되면 그때부터는 매일 코끼리 마을에서 메얀청 학교까지 3시간 걸어서 등교하고, 3시간 걸어서 하교를 한다고 했습니다. 비가 오면 진흙탕 길이 되어 몸이 약한 아이들은 학교를 빠진다고 했습니다. 모두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코끼리 마을에 교회가 세워지기를

    코끼리 마을에 있는 네 명의 아이들의 집 중에서 마지막 집에 도착했습니다. 무무(Daw Moe Moe)의 집은 높은 언덕 위에 서 있었습니다. 무무는 애먀티다(Aye Mya Thi Da)의 엄마였습니다. 애먀는 이번에 전교에서 12등 안에 들어갔던 학생 중에 하나였습니다. 애먀의 집에는 엄마와 여동생 그리고 어린 남동생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나무를 하기 위해서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있다고 했습니다. 가난한 가정이었습니다.

    무무의 집은 과수원의 원두막처럼 땅바닥에서부터 높이 올려진 나무집이었습니다. 무무가 저에게 올라가라고 권했습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한 나뭇가지에 달랑달랑 걸려있는 대나무 통들이 보였습니다.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무무는 수줍게 웃으면서 들쥐를 잡는 통이라고 했습니다. 코끼리 마을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수가 없어서 들쥐를 잡아서 먹는다고 했습니다. 고깃값을 물어보았습니다. 쇠고기는 1kg에 8,000잣트, 돼지고기도 1kg에 8,000잣트, 닭고기는 1kg에 6,000잣트인데, 남자가 하루종일 일하고 받는 품값은 5,000잣트, 여자는 3,000잣트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비싼 고기는 먹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들쥐를 잡는 대나무 통은 그들의 가난한 삶을 잘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올라가서 앉으니 원두막처럼 시원했습니다. 무무와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무가 놀라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코끼리 마을로 들어오기 전, 처녀 시절에 민쿵(Myin Kung)이란 곳에서 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무무는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복음의 일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무무에게 필리핀 딸라(Tala)교회 제1호 신자였던 봉(Bong) 형제의 간증을 들려주었습니다. 봉이 그의 집을 예배처소로 드렸을 때,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그를 많이 축복해 주시고 계시다고 전하면서 그녀의 집을 예배처소로 드리고 제1호 신자가 되어달라고 했습니다. 무무는 남편 핑계를 됐습니다. 독실한 불교 신자라 반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했습니다. 무무에게 있었던 예수의 신앙을 회복하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그래서 믿음 생활에 관한 말씀을 그녀에게 차근차근 전했습니다. 그녀는 집중해서 말씀을 들었습니다. 성령께서 그녀의 마음을 열어주시고, 지혜를 주셔서 그 말씀들을 바르게 깨닫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리안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코끼리 마을 안에 절이 있어서 크리스천 예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중들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가 불교 신자들인데 무무가 크리스천임을 밝히고, 그녀의 집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알리면 무무는 분명히 마을 사람드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리안은 무무가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리안은 너무 친절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코끼리 마을 선교는 결국 두 사람에 의해서 시작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을 나란히 놓고 다시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죽기까지 충성하는 순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무는 자기 집 주위에 약 80채의 집이 있는데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리안전도사는 메얀청 선교센타에서 오전에 주일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무무의 집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금지된 지역의 경계선을 넘어 들어가 야곱의 우물가에서 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 만남 이후에 그 여인은 수가성으로 돌아가 예수님이 메시야이심을 전하는 첫 번째 전도인(Evangelist)이 되었습니다. 무무 자매가 처녀 때 받은 신앙을 회복하고, 그 사마리아 여인처럼 코끼리 마을에 있는 많은 영혼을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훌륭한 전도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메얀청 선한목자 선교센타에 있는 리안전도사와 우리 아이들이 코끼리 마을 선교를 위해서 힘을 더할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코끼리 마을에 놀라운 구원의 역사가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미얀마 24차 선교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