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139호

동남아 한센 선교회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우리는 하나님의 선교였습니다.

    미얀마 25차 선교로 제1기 미얀마 선교를 마쳤습니다. 제1기 선교를 마치면서 6년 동안의 미얀마 선교를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미얀마 선교 시작

    미얀마 선교는 6년 전, 2012년 3월에 미얀마 한센인들의 삶을 둘러보기 위해서 미얀마를 우연히 방문했다가 한센인들의 처절한 삶을 보고 냉정하게 등을 돌릴 수가 없어서 시작된 선교였습니다. 미얀마 한센인들이 격리 수용된 메얀청(Mayanchaung)을 처음 방문했을 때, 처마 밑에 기진해서 쓰러져 있는 한 한센 노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그 노인은 마치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처럼 말없이 희미한 눈빛으로 저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제 발걸음을 미얀마로 스물다섯 번 이끌고 간 이유입니다.

 

    메얀청은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포로수용소였습니다. 미얀마 군부에 의해서 철저히 감춰진 요새였습니다. 생명이 없는 사막이었습니다. 희망이 없는 구덩이였습니다. 찾아가는 사람이 없는 땅이 아니라 찾아갈 수 없는 땅이었습니다. 불교 사원과 중들이 장악한 땅이었습니다. 주민의 95% 이상이 버마족이 뿌리를 내린 땅이었습니다.

    메얀청 입구에 있는 한센센타에는 약 140명의 한센인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안쪽 마을에는 약 3,000명의 한센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안쪽 마을까지 오토바이로 약 40분이 걸리는데, 저에게는 6년이 걸린 거리였습니다. 마을에 큰 기부를 할 때마다 메얀청 사람들은 저에게 약 500미터 정도만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내주었습니다.

    한센센타에 있는 한센인들을 위해서 3년 동안 매월 급식 후원을 했습니다. 한센센타 밖에 있는 한센 가족들에게는 새끼 돼지들을 기증했습니다. 메얀청 초중고등학교에는 컴퓨터와 복사기를 기증했습니다. 메얀청 보건소에는 전기 공사를 후원했습니다. 메얀청 중심에는 공동 우물을 기증했습니다. 방학이 되면 영어 교실과 컴퓨터 교실로 마을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선교센타를 건축할 때 마을 사람들은 기독교 건물은 지을 수 없다고 공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집단 항의를 했었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공사는 재개되었습니다. 인내와 사랑으로 베풀고 또 베풀었습니다. 메얀청 선교는 양곤 선교와 확연히 달랐습니다. 양곤 선교는 필리핀 마닐라 선교와 매우 흡사합니다. 양곤에는 교회도 많고, 신학대학도 많고, 선교사도 많고, 미얀마 목회자도 많고, 크리스천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양곤에는 여유와 자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메얀청은 그 양곤과 달랐습니다. 메얀청 선교는 공산권 선교와 같았습니다. 모슬렘 선교와 같았습니다. 복음에 대한 저항이 강할 뿐만 아니라 기독교에 대해서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곳이었습니다. 버마족이란 단일 종족과 95% 이상이 불교 신자라는 단일성이 그들로 하여금 기독교에 대해서 더 공격적인 자세를 갖게 했습니다.

선한목자 선교센타에서 시작된 기숙사 선교

    그런 메얀청에서는 교회 개척과 같은 직접 선교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한센인 자녀들을 위한 기숙사 선교로 메양청 선교를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을 돕는 의미도 있었지만, 어린 학생들을 어렸을 때부터 불교 가정권에서 일찍 끊어 내어 선교 센타에서 함께 기숙하면서 매일 매일 복음을 전한다는 선교전략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소중한 선교 열매를 거두고 있습니다.

    미얀마 제1호 선교사였던 아도니람 저드슨(Adoniram Judson: 1788-1850)은 미얀마 선교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한 명의 세례자를 얻었습니다. 저희 역시 메얀청 선교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첫 세례자를 얻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에 선교 센타에 왔을 때, 찬송가 하나를 몰랐습니다. 아이들은 성경을 읽고, 찬송을 하고, 기도하는 일을 거부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머물다가 기독교가 싫다고 떠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좋아하는데 부모들이 크리스천이 되어가는 자녀들을 보고 강제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간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양곤에 있는 그 어떤 교회 크리스천 학생들이 부럽지 않을 만큼 메얀청 아이들의 신앙이 많이 성장했습니다. 성경을 줄줄 암송하고, 찬송은 뜨겁게 부르고, 기도는 간절히 하고, 말씀은 열심히 듣는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코끼리 마을에 교회 개척

    메얀청에서 제일 끝에 있는 마을이 코끼리 마을입니다. 코끼리 마을은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코끼리 마을은 열대 정글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일년에 몇 번씩 코끼리들이 정글로부터 마을로 내려와 곡식과 집들을 초토화해버립니다. 그곳을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지만 메얀청 동사무소에서 외국인에게는 방문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도가 응답 되었습니다. 작년 2017년 11월에 메얀청에 공동 우물을 기증했습니다. 그때 메얀청 동장과 유지들이 기증식에 참석했었습니다. 기증식 후에 점심을 대접하면서 코끼리 마을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물을 기증받은 뒤였기에 그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는지 힘들게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2월에 코끼리 마을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6년 만에 메얀청에서 가장 끝에 있는 코끼리 마을까지 들어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코끼리 마을 안에는 어김없이 불교 사원이 있었습니다. 저희 선교센타에 있는 네 명의 아이들이 그 마을에서 온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 중심으로 가정 방문을 했습니다. 사는 형편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마을 주변에서 먹을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 코끼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코끼리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추수를 바로 앞둔 잘 익은 벼 이삭이라고 했습니다. 추수하려고 하면 어떻게 알고 코끼리 떼들이 10마리 혹은 20마리씩 습격해서 벼 이삭을 다 뜯어 먹고, 과일도 다 먹어 치우고, 집들까지 부숴버리고 떠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벼농사를 중단한 사람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식수가 없었습니다. 주변에 강도 없고, 호수도 없었습니다. 곳곳에 삽으로 판 우물들이 있었지만 바닥에는 물 한 방울이 없었습니다. 먹을 물을 얻기 위해서 한 시간 이상 정글로 들어가 물을 길어와서 먹는다고 했습니다.

    코끼리 떼는 막을 수가 없지만, 마을에 우물을 파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샌프란시스코 산라파엘교회에서 후원해 주셔서 이번 2018년 5월 15일에 우물 기증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증식 장소는 코끼리 마을 이장(里長) 집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이장은 먼저 저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끓어서 내놓았습니다. 저는 양곤에서 가져간 오리온 초코파이, 사탕, 젤리, 과자들을 내놓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왔는데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내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리안전도사를 소개하면서 앞으로 코끼리 마을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을 이장에게 우물 공사비 300만 잣트를 전달했습니다. 모두들 박수를 쳤습니다. 기증식이 끝나고 우물이 설치될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목에 이장은 한 우물을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깊이가 약 5미터 훨씬 넘어 보이는 우물이었습니다. 코끼리 마을에서 본 우물 가운데 가장 깊은 우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물 안에는 물 한 컵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이장은 이처럼 물이 없는 마을에 깊은 우물을 기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는 인사를 몇 번이고 했습니다. 코끼리 마을에 기증한 우물은 지하 약 200미터 까지 내려가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장 집에서 우물이 설치될 장소까지는 약 500미터 정도였는데 제가 맨 앞에서 이장과 함께 걸었고, 우리 뒤를 따라서 마을 사람들이 줄줄이 따라 왔습니다. 그 모습은 목자를 따라서 따라오는 양떼들 같았습니다. 가슴에 벅찬 감사와 감동이 넘쳤습니다. 우물이 들어 설 자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마을을 떠나려고 하는데, 많은 사람이 와서 악수를 청하며 다시 한번 허리를 깊이 숙이면서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우물 공사 후원을 통해서 코끼리 마을에 교회를 세울 수 있는 교두보(거점)를 확실하게 해두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6년 전, 메얀청 선교는 마을 입구에 있는 한센 센타에서 시작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마을의 끝에 있는 코끼리 마을까지 정복하게 되었습니다. 힘든 시간, 힘든 일들이 많았지만 예수의 복음은 포로수용소와 같은 땅에, 사막과 같은 불모지에, 저주받은 땅이라 말하는 그곳에 전파되었고, 그 안에서 죽어가는 영혼을 구원하는 열매를 거두고 있습니다.

    미얀마 한센 선교는 제가 시작한 선교가 아닙니다. “필리핀에 거주하는 선교사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미얀마까지 선교를 할 수 있을까?” 제가 제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라!” 명하실 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 합니다.”라고 수 십 번 거절했던 선교였습니다. 그런데 도망친다고 해서 나에게서 멀어지는 선교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구레네 시몬처럼 끌려서 주신 십자가를 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섭리였습니다.

   미얀마 선교를 하면서 수 백 번 확인했던 팩트(Fact)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얀마 선교는 하나님께서 시작하셨고, 하나님께서 지금도 주도해 가시는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단지 하나님의 계획의 부분이었습니다. 저희는 단지 하나님의 도구였습니다. 저희는 단지 하나님의 선교에 동원된 일군이었습니다.

   이제 메얀청의 마지막 땅, 코끼리 마을까지 정복하고 미얀마 제1기 선교를 마치고 미얀마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미얀마 선교를 위해서 기도와 후원을 보내주셨던 모든 교회와 선교 동역자 여러분들에게 온 마음으로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미얀마 선교는 계속됩니다. 하나님께서 이 선교의 주체이시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잠시 안식년으로 떠나 있겠지만, 저희는 다시 미얀마로 돌아갈 것입니다. 메얀청 선교를 담당하고 있는 리안(Lian) 전도사 내외의 선교를 위해서 기도를 부탁드리며, 그들을 통해서 더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