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입니다.

빌레몬 1:1-25

빌레몬(Philemon)에 대해서

     빌레몬은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지역에 있는 골로새(Colosse) 지방의 유지였습니다. 그가 어떻게 해서 크리스천이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빌레몬은 그의 집을 예배 처소로 내놓았던 헌신된 크리스천이었습니다. 그의 집에서 시작된 모임은 후에 골로새교회가 되었습니다. (몬1:2) 사도 바울이 그를 가리켜 “나의 동역자”(몬1:1)라고 말한 것을 보면, 빌레몬은 훌륭한 영적 리더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빌레몬을 특별히 사랑했습니다.(몬1:1) 빌레몬은 그런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풍성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몬1:4) 그리고 또 하나의 보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견고한 믿음이었습니다. (몬1:4) 그 당시에 예수의 가르침대로 산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아야만 했던 일이었습니다.

     바울과 바나바가 제1차 선교를 했을 때 루스드라에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때 루스드라 사람들이 바울을 죽이기 위해서 안디옥과 이고니온으로 부터 온 사람들과 합세해서 바울을 향해 잔인하게 돌을 던졌습니다. 수 백 개의 돌을 맞은 바울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바울이 죽은 줄 알고 루스드라 성 밖으로 내다 버렸습니다. (행 14:19) 골로새는 바로 그 루스드라 건너편에 있었던 도시였습니다. 건너 마을에서 터졌던 그 엄청난 사건을 빌레몬이 몰랐을 리가 없었습니다. 겁이 나서 누가 예수를 믿겠다고 했겠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빌레몬이 그의 집을 예배 처소로 내놓았으니 그의 믿음이 얼마나 단단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빌레몬이 바울에게 사랑을 받았던 이유였고, 그가 바울의 동역자가 되었던 이유였습니다.

     그는 단순히 많은 재물을 가진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예수의 복음 전파를 위한 것이라면 그의 재산을 모두 잃어도 괜찮다고 여긴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높은 신분을 가진 귀족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다른 귀족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해도 괜찮다고 여긴 사람이었습니다. 빌레몬은 신실한 그리스도의 종이었습니다.

오네시모( Onesimus)에 대해서

     오네시모는 빌레몬의 노예였습니다. 그래서 그가 있어야 할 곳은 빌레몬의 집이었습니다. 즉 골로새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돌연 로마에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것도 바울이 갇혀 있던 감옥이었습니다. 그가 로마에 나타난 일에 대해서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 빌레몬의 집에서 물건을 훔친 후에 로마로 도망쳤다가 붙잡혀서 바울이 갇혀 있던 감옥으로 끌려 온 설입니다. 다른 하나는 빌레몬이 로마에 갇혀 있는 사도 바울을 돌보도록 자신의 종 오네시모를 로마로 보냈다는 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첫번째 설을 지지합니다. 빌레몬이 오네시모를 신뢰해서 로마로 보냈다면, 바울이 오네시모를 가리켜 “무익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바울이 오네시모가 진 빚을 대신 다 갚아주겠다고 말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오네시모를 용서해 달라고 빌레몬에게 바울이 그처럼 간곡히 청원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네시모는 주인의 재물을 훔쳐서 도망쳤던 노예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면 오네시모는 마땅히 죽임을 당해야만 했던 도망친 노예였습니다.

     그런데 오네시모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네시모가 로마 감옥에서 바울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그가 바울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일이었습니다. 오네시모는 영적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노예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변화는 빌레몬의 종에서 그리스도의 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빌레몬에게 오네시모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가 전에는 네게 무익하였으나 이제는 나와 네게 유익하므로 네게 그를 돌려보내노니 그는 내 심복이라.”(몬1:11-12)라고 했습니다. 오네시모가 비록 도망을 쳤던 노예였지만 그 이유 때문에 그를 버릴 수 없고, 그 이유 때문에 그를 죽일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특별히 바울은 오네시모를 가리켜서 “내 심복”이라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심복'은 헬라어로 “스프랑크나(σπλ?γχνα)”인데, 그 뜻은 “내 심장(heart)”이란 의미였습니다. 오네시모가 바울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 되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므로 빌레몬이 어떻게 바울의 심장이 된 오네시모를 벌할 수 있었겠습니까? 오네시모를 죽이는 일은 곧 바울을 죽이는 일이 되었습니다. 결국 오네시모는 빌레몬의 용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에바브라(Epaphras)에 대해서

    바울은 생애에 골로새를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골로새교회 성도들과는 깊은 교제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바울이 골로새교회를 알게 된 것도, 바울이 빌레몬을 알게 된 것도, 바울이 오네시모를 알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습니다.빌레몬과 오네시모를 사도 바울에게 소개해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에바브라입니다.

    에바브라는 사도 바울이 에베소 두란노서원에서 3년 동안 복음을 전하고 있을 때 만났습니다. 그리고 에바브라는 골로새로 가서 그곳에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때 빌레몬이 그의 집을 예배 처소로 내놓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골로새서를 기록할 때 교회 개척자였던 에바브로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습니다. 골 1:7-8절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와 함께 종 된 사랑하는 에바비라에게 너희가 배웠나니 그는 너희를 위한 그리스도의 신실한 일꾼이요. 성령 안에서 너희 사랑을 우리에게 알린 자니라.” 골 4:12절입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종인 너희에게서 온 에바브라가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 그가 항상 너희를 위하여 애써 기도하여 너희로 하나님의 모든 뜻 가운데서 완전하고 확신 있게 서기를 구하나니”라고 했습니다. 이 말씀 가운데 “애써 기도했다"라는 뜻은 원형 경기장 안에서 결투사들이 이기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마지막 까지 죽을 힘을 다해 싸웠던 그 "애씀"을 말합니다. 에바브라는 그런 애씀이 넘쳤던 신실하고 경건한 목회자였습니다. 빌레몬은 그런 에바브로에게서 견고한 믿음과 크리스천의 신실한 삶을 전수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에바브라가 골로새교회 목회를 접고 갑자기 로마로 갔습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 감옥에 갇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에바브라는 스스로 바울과 함께 갇힌 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체포되어 죽임을 당하게 되었을 때 제자들은 어둠 속으로 자신들의 몸을 숨겼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습니다. 바울이 순교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바울 옆에 있다가 무슨 봉변을 함께 당하게 될지 모를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울과 함께 죽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에 한 사람이 바로 에바브라였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로마 감옥에서 빌레몬서를 기록할 때 그와 함께 했던 동지들의 이름을 낱낱이 기록했습니다. 빌레몬 1:23절입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와 함께 갇힌 자 에바브라와 또한 나의 동역자 마가, 아리스다고, 데마, 누가가 문안하느니라.”

    그런 배경에서 보면, 빌레몬의 집에서 교회를 개척했던 에바브라가 빌레몬의 노예였던 오네시모를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 오네시모 역시 골로새교회 목회자 에바브라를 한 눈에 알아보았을 것입니다. 그들의 만남이 참으로 신비하지 않습니까? 수천 마일이 떨어진 이국의 땅, 로마에서 목회자 에바브라와 노예 오네시모가 극적으로 만났던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였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우리의 만남 하나하나가 그와 같습니다. 바울이 "그는 나의 심복"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오네시모는 로마로 도망을 쳤던 것이 아니라, 바울의 심장 속으로 도망을 쳤던 것입니다. 바울이 오네시모를 아들로 삼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에바브라의 추천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빌레몬과 오네시모를 이야기할 때에는 반드시 에바브라의 역할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Apostle Paul)에 대해서

    사도 바울은 오네시모를 보는 눈이 남들과 달랐습니다. 바울은 오네시모를 도망친 노예로 보지 않았습니다, 장차 예수의 복음을 위해서 크게 쓰임 받을 인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빌레몬에게 편지를 보낼 때, 바울은 오네시모를 가리켜 전에는 무익한 자였으나 지금은 유익한 자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바울은 사람을 무능한 자 혹은 유능한 자로 보지 않았습니다. 주님께 무익한 자인가 혹은 유익한 자인가로 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라 할지라도 주님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는 무익한 자가 됩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님께 기쁨이 될 수 있다면 그는 유익한 자가 됩니다. 사도 바울은 오네시모를 후자로 보았습니다. 오네시모는 장차 주님을 위해서 유익한 종이 될 것을 바울은 의심치 않았던 것입니다. 원래 오네시모(?ν?σιμον)라는 뜻은 “유익" 혹은 "이득”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유능한 사람이 되어 크게 출세를 한 이후에 큰 이익을 얻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하나님께 무익한 자라면 그가 얻은 명성과 그가 모은 재산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 무익한 종은 천국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마 25:30절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어 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사도 바울은 오네시모 안에 주님을 위한 귀중한 보석이 있음을 보았던 것입니다.

    빌레몬서에서 발견하는 또 하나의 보석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도 바울의 위대한 신학 사상입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신학 사상 때문에 빌레몬서가 66권 정경 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빌레몬서는 단 25절로 된 매우 짧은 서신입니다. 서신이 아니라 한 장의 메모 편지였습니다. 그 내용도 한 노예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는 바울의 개인적인 청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 짧은 메모장이 어떻게 성경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 그것은 그 안에 위대한 신학 사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귀족들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사상이었습니다.

   바울이 전한 신학 사상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그 어떤 사람도 차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로마 제국에는 약 6,000만 명이 넘는 노예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노예들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당나귀였고, 그들은 질그릇이었습니다. 언제든지 짐승처럼 부릴 수 있었고, 언제든지 팔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노예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할례파나, 무할례파나, 야만인이나, 스구디아인이나, 종(노예)이나, 자유인이나, 차별이 있을 수 없나니 오직 그리스도는 만유시요, 만유 안에 계시니라." (골 3:11)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그가 누구이든 차별이 없다고 한 것입니다. 바울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노예를 둔 양반들에게 말했습니다. "상전들아 의와 공평을 종들에게 베풀지니 너희에게도 하늘에 상전이 계심을 알지어다." (골 4:1) 상전이었던 귀족들도 하나님 앞에서는 종(노예)임을 잊지 말라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런 신학 사상이 있었기에 바울은 빌레몬에게 [노예]였던 오네시모를 [형제]로 받아달라고 부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바울이 빌레몬에게 했던 말입니다. "이후로는 종과 같이 대하지 아니하고 종 이상으로 곧 사랑받는 형제로 둘 자라." (몬 1:16) 이것은 새로운 신학, 새로운 사상,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개혁, 새로운 도전, 새로운 희망이었습니다. 이 신학 사상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냈습니다. 내 것과 네 것이 없는 공동체, 상전과 노예가 없는 공동체가 세워졌습니다. 있고 없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고, 높고 낮음의 차이가 계급이 되지 않는 새로운 공동체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빌레몬서는 사도 바울이 단지 오네시모라는 한 노예만을 구명하기 위해서 쓴 서신이 아니라, 갇히고 눌린 자들에게 인권과 자유가 선포되었던 메시지가 담긴 서신이었습니다. 노예가 인간이 되고, 노예가 목회자가 되는 신분 혁명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것은 인간을 신으로 만들었던 르네상스 운동과는 그 차원이 다른 사회 신분 개혁 운동이었습니다.

    그처럼 오네시모 곁에는 깨어있었던 위대한 신학자 사도 바울이 있었고, 그를 믿고 추천해 주었던 목회자 에바브라가 있었고, 노예라는 사슬을 풀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오네시모를 형제로 품어주었던 참 그리스도인 빌레몬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오네시모에게 보내준 소중한 선물들이었습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오네시모 역시 그 바울처럼, 그 에바브라처럼, 그 빌레몬처럼 죽을 때까지 예수의 종으로 헌신해서 살았습니다. 후에 오네시모는 에베소교회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50년 후에 기독교에 모진 박해가 일어나게 되고, 그때 많은 순교자들이 나오게 됩니다. 그 당시 주목할만한 순교자는 안디옥교회 감독 이그나시우스(Ignathius)와 서마나교회 감독 폴리캅(Polycarp)이었습니다. 그 순교자들이 남긴 글에 보면 한 사람의 이름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들이 롤모델로 삼았던 감독이었습니다. 그가 바로 에베소교회 감독 오네시모였습니다.

    선교는 땅 끝에서 제2, 제3의 오네시모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무익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를 더 얻을 수 있고, 신분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은혜를 입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잘 갖춰졌을 때 그리고 완벽한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하나님께 쓰임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내가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만드시도록 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부족함까지 하나님께 고스란히 내드려야 합니다. 우리가 누구의 손을 붙잡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느 분의 손에 붙잡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다시 오네시모에게로 돌아갑니다. 오네시모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도망쳤다가 붙잡힌 노예로서 그저 "위로부터" 내려지는 처분만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도 "위로부터" 내려지는 처분만 기다리는 그리스도의 종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당신 자신이 당신의 삶을 이끌고 가려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당신의 발걸음이 가도록 하나님의 손을 당신 쪽으로 끌어당기지 마십시오. 하나님께 맡기십시오. 전부를.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사도 바울은 순교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은 순교도 그리스도의 종에게 "위로부터" 내려진 처분으로 믿었습니다. 에바브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골로새교회를 떠나 로마로 가서 바울과 함께 갇힌 자가 되었습니다. 빌레몬은 어떠했습니까? 체포되면 그의 명성과 그의 재물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집을 예배 처소로 내놓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위인들로부터 오네시모는 무엇을 배웠겠습니까? 주님께 그의 목숨을 기꺼이 드리는 일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은 주님을 위해서 무엇을 드릴 수 있습니까? 목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