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이 죄인을 용서해 주시는 것입니까?

요한복음 8:1-11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알려고 하면 그처럼 곤란한 경우를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것은 끝까지 알려고 매달릴 필요가 없습니다. 끝까지 알려고 하지 않고, 그저 쇠고기로 알고 맛있게 먹기만 했다면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예수님께서 몸을 굽혀서 손가락으로 땅 위에 뭐라고 쓰셨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쓰셨던 것일까를 놓고 논쟁이 격렬합니다. 밥도 안 먹고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처럼 될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땅 위에 쓰신 글의 내용을 알 수 없다면 그냥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꼭 알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요한복음 8:1-11절까지입니다. 그런데 8장은 7장과 단단히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7장과 8장을 반드시 함께 읽어야 합니다. 두 장에는 절기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시간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율법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그리고 죄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첫째, 7장, 8장에서 언급된 절기는 초막절이었습니다. 초막절은 유월절, 칠칠절(오순절)과 함께 이스라엘의 3대 절기였습니다. 초막절은 농부들이 추수한 곡식들을 곳간에 넣은 후에 기쁨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던 절기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것을 추수감사절이라고 하지 않고, 초막절이라고 했을까요?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출애굽 후, 40년 동안 광야에 있을 때 조상들이 초막에 거주했던 일을 절대로 잊지 말자는 뜻이었습니다. 둘째는 40년 동안 광야에 있을 때 하나님께서 날마다 내려주셨던 하늘 양식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일을 절대로 잊지 말자는 뜻이었습니다. 유대 달력에 따라서 그 초막절의 날짜가 매년 달라지지만, 대략 10월 중순에 시작해서 7일 동안 초막절을 지킵니다. 그래서 초막절은 3대 절기 중에서 제일 마지막에 있는 절기입니다. 그런데 그 명절 끝날에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과 대제사장은 기쁨의 절기를 큰 싸움판이 되게 했습니다.

   둘째, 7장, 8장에는 시간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요한복음 7장 2절은 초막절이 가까이 왔다고 했습니다. 요한복음 7장 14절은 이미 초막절이 시작되어 중간쯤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요한복음 7장 37절은 초막절이 끝나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이 갈릴리에 계실 때(요7:1), 예수님의 형제들이 와서 이번 초막절은 예루살렘으로 가서 함께 지키자고 했습니다. 초막절이 되면 예루살렘에 많은 사람이 모일 텐데, 그 큰 대중 앞에서 놀라운 기적과 표적을 행함으로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널리 알리자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일을 할 때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요 7:8) 그래서 예수님의 형제들이 먼저 예루살렘으로 떠났고, 예수님은 초막절 중간에 예루살렘에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요 7:14) 그리고 잠시 물러가셨다가 초막절 마지막 날에 다시 예루살렘 성전에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요 7:37) 그리고 다시 잠시 물러가셨다가, 다음 날 아침에 예루살렘 성전에 모습을 다시 드러내셨습니다. (요 8:2) 그 아침에 유대인들이 간음했던 한 여인을 데리고 나아왔던 것입니다.

   셋째, 7장, 8장에는 율법에 대한 논쟁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초막절 중간에 예루살렘에 나타나셔서 율법에 관한 말씀을 언급하셨습니다. “모세가 너희에게 율법을 주지 아니하였느냐? 그런데 너희 중에 율법을 지키는 자가 없도다. 너희가 어찌하여 나를 죽이려 하느냐?”라고 하셨습니다. (요 7:19) 그 말씀을 듣고 격분했던 무리가 있었습니다. 평생을 율법을 가르치면서 먹고 살았던 서기관들, 바리새인들 그리고 대제사장이었습니다. (요 7:32) 그들은 누구보다 율법을 잘 알고 있고, 그 율법을 철저히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스스로 자부했던 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루살렘 안에 율법을 지키는 자가 하나도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그들은 이를 갈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곧바로 예수님께로 와서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따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은 잠수를 택했습니다. 군중들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잠수하는 것을 보고, 그들도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요 7:26) 그러나 그들이 잠수를 택했던 것은 예수님을 죽일 수 있는 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이었습니다.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작전은 간음한 여인을 현장에서 체포해서 예수님 앞으로 끌고 나가서 예수님을 곤경에 빠트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작전이 아니라 음모였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음모를 아셨지만, 초막절 마지막 날에 다시 성전에 나타나셔서 말씀을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전하는 말씀에서 고소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서 가지고 오라고 서기관들, 바리새인들, 대제사장이 예수님이 있는 곳으로 첩자들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증거를 찾기는커녕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큰 은혜를 받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대제사장에게 돌아가서 하는 말이 그런 은혜의 말씀은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격분하면서 “율법을 알지 못하는 무식한 자들은 다 하나님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요 7:49)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예수님이 다시 예루살렘 성전에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자기들이 직접 간음했던 여인을 끌고 예수님 앞으로 나아갔던 것입니다. 그것은 용기도, 정의도 아니었습니다. 무식이었습니다. 

   유대인의 하루는 우리와 달라서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저녁 6시까지입니다. 예수님이 모습을 드러내셨던 날이 명절 끝날이라고 했으니 그 날은 목요일 저녁 6시 이후가 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은 새날이 아니라 여전히 초막절 마지막 날로 이어졌던 하루였습니다. 초막절은 금요일 저녁 6시에 끝나고 그때부터 새날이 되어 안식일로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즉 초막절이 끝나기 전에 그 문제를 끝내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아침에 그 여인을 끌고 나와서 예수님 앞에 세우고 말했다.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모세의 율법에 의하면 이런 여자는 돌로 쳐서 죽이라고 했습니다. 선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수님께서 그 여인을 살려주라고 하시면, 율법을 어긴 죄인으로 예수님을 몰고 갈 수 있었습니다.

   넷째, 그래서 7장, 8장에는 죄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모세의 율법대로 그 여인을 죽여야 합니까? 라고 묻는 자들 앞에서 예수님은 말없이 허리를 굽히시고 손가락으로 땅에 뭐라고 쓰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그리고 다시 몸을 굽혀서 두 번째 말씀을 땅 위에 쓰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두 번째 말씀을 본 사람들이 돌들을 하나 둘 땅에 떨어트리고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던 것입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까지 모습을 감췄습니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까?

   오늘 본문이 그 해답을 주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말씀’을 말할 때 두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하나는 로고스(λ?γο?:Logos)이고, 또 다른 하나는 레마(??μα:Rhema)입니다. 로고스와 레마는 차이가 없습니다. 둘 다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을 의미합니다. 굳이 구분한다면 “로고스 말씀”은 선포된 말씀이고, “레마 말씀”은 그 선포된 말씀을 읽을 때 혹은 들을 때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다시 말씀하시는 말씀을 말합니다. 그래서 레마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인간이 자신의 이성과 지성으로 “깨달은” 말씀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깨닫게” 해주는 말씀을 의미합니다.

   그런 이해를 갖고 오늘 본문을 주의 깊게 보시기 바랍니다. 8절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두번째로) 다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그리고 다음 9절은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는 여자만 남았더라.”라고 했습니다. 보이십니까? 이 두 절의 말씀에서 주목해야 해야 중요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9절에 있는 “말씀을 듣고”입니다. 8절에서는 예수님이 말씀을 땅에 쓰셨습니다. 그런데 9절에서는 사람들이 땅 위에 쓰셨던 그 말씀을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귀로 들었다(?κο?σαντε?: 아코우산테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8절에 있는 말씀은 “로고스 말씀”이고, 9절에 있는 말씀은 “레마 말씀”이 된 것입니다.

   좀 더 들어가서 보면, ‘로고스’와 ‘레마’는 히브리 어원으로는 같습니다. “다바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로고스(Logos)’가 다바르의 ’명사적’ 의미라고 하면, ‘레마(Rhema)’는 다바르의 ‘동사적’ 의미입니다. 즉 땅 위에 기록했던 명사 “로고스(λ?γο?) 말씀”을 보았을 때, 그들의 귀에는 ‘동사’ 즉 “들리는” 말씀으로, 그들의 양심을 치는 “살아있는” 말씀으로 역사 되었던 것입니다. 기록된 말씀이 살아서 역사하는 말씀이 되게 하시는 일은 성령님께서 하시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령께서 역사하실 때, 예수님을 죽이려고 했던 자들의 양심이 산산이 박살이 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것으로 싸움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적자들이 다 물러가고 혼자 남아 있던 여인에게 예수님은 죄 문제를 꺼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인을 구출해 주셨던 이유는 간음은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혹은 간음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형편과 사정을 예수님께서 너그럽게 봐주시겠다는 뜻도 아니었습니다. 그 여인이 직업여성이었는지, 그 여인이 유부녀였었는지, 그 여인이 처녀였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여인의 간음 행위를 예수님은 분명히 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여인에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라고 하셨습니다. (요 8:11)

   그런데 그 말씀을 하시기 전에 예수님은 그 여인에게 매우 중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발했던 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했던 자들이 어디 있느냐?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라.” (요 8:10-11)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그녀의 죄를 이미 용서해 주셨다는 뜻이었습니다. 여기에 오늘 본문의 핵심이 숨어있습니다.

   첫째, 서기관들, 바리새인들, 대제사장은 예수님께 “죄”를 물을 수 있는 자격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들 자신이 죄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스스로 돌을 내려놓고 슬며시 자취를 감춰버렸던 것입니다. 둘째, 오늘 본문은 위기에 빠진 한 여인을 구해내셨던 예수님의 큰 사랑에 대해서 말하려고 기록한 말씀도 아니었습니다. 이 말씀이 기록된 이유는 예수님께는 죄를 사해 주실 수 있는 권세가 있음을 모든 사람이 알게 하려고 기록했던 것입니다. 율법을 뛰어 넘는 복음이었습니다. 누가복음 5장 24절에서도 예수님은 이렇게 선포하셨습니다.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리라.” 

   그래서 그 무서운 죽음의 형장에서 목숨을 건지고, 죄까지 용서함을 받았던 그 여인이 주님의 이름을 간절히 불렀을 때, 그녀의 떨리던 음성이 우리의 가슴을 멍하게 합니다. “주여, 주여, 주여, 이 죄인을 용서해 주시는 것입니까?” 예수님의 잔잔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들려옵니다. “그래, 너의 죄를 용서하노라.”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가라. Go Now!” 그리고 또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시작하라. 그리고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 그 용서와 그 격려를 받았던 여인이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그 여인이 바로 나고, 그 여인이 바로 당신입니다. 우리는 다 죄인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예수님의 용서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뒤에서 죄를 물 마시듯이 벌컥벌컥 마시고, 사람들 앞에서는 가면을 쓰고 서기관들처럼, 바리새인들처럼, 대제사장처럼 자신들이야 말로 하나님을 가장 잘 믿는 사람들처럼, 자신들이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을 가장 잘 지키는 사람들처럼 위장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살지 않아야 합니다. 날마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말은 이것입니다.  

“주님, 저도 용서해 주시는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