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서라

출애굽기 3: 1-5

 

   저는 어린 시절을 촌에서 자랐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올 때, 고추밭에서 풋고추 몇 개를 따서 휘파람을 불면서 집으로 왔습니다. 우물에서 차가운 물을 퍼서 보리밥에 붓고, 된장에 풋고추를 찍어서 먹었습니다. 그 어린 것이 지금까지도 그 달콤한 풋고추 맛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배를 채우고 나면, 밭으로 가서 어머니의 밭농사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시냇가에서 미역도 감고, 다슬기도 줍고, 논에서 메뚜기도 잡았습니다. 논두렁을 이리저리 다니는 제 발걸음은 늘 자유였습니다. 그때가 새삼 그리운 것은 아련한 추억 때문이 아닙니다. 요즘 서울에서 버스를 탈 때마다 너무 귀찮아서 그 옛날이 자주 생각나고는 했습니다. 버스를 탈 때마다 교통카드를 대면 “환승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참 똑똑한 녀석입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성난 얼굴을 하고 곧바로 저를 협박합니다. 내릴 때 카드를 찍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콩나물시루처럼 빡빡한 공간에서 그 녀석 얼굴 찾기가 여간 힘들지가 않습니다. 서울은 참 귀찮은 도시입니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제 발걸음은 IT 시스템에 걸립니다.

   2018년에서 2019년으로 가는 것은 2018번 버스에서 2019번 버스로 갈아타는 환승이 아닙니다. 환승은 바로 전에 탔던 마일리지를 가지고 다시 시작합니다. 2019년은 그렇게 2018년의 자투리 일들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환승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새해입니다. 새 일입니다. 새로운 창조입니다. 하나님은 둘째 날의 창조를 첫째 날의 창조물에서 가지고 오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여섯째 날의 창조를 다섯 번째 날의 창조물에서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진화가 아닙니다. 창조입니다.

   히브리어로 창조는 ‘바라(???)’입니다. ‘바라(???)’는 오직 유일신만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시는 일을 뜻합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 천지만물이 창조되었고, 날과 해와 계절이 창조되었습니다. 창세기 1장 14절입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하늘의 궁창에 광명체들이 있어 낮과 밤을 나뉘게 하고, 그것들로 징조와 계절(seasons)과 날(days)과 해(years)를 이루게 하라.” 그 여러 해(years) 중에 2019년이 그 하나입니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입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이 말씀에도 ‘환승’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옛것과 새것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2018년과 2019년을 그렇게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옛것은 옛것이고, 새것은 새것입니다.

   마리아의 생애를 보겠습니다. 어느 날 마리아는 천사장 가브리엘의 방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말을 들었습니다. 한 아기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리아에게는 정혼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결혼할 남자의 아이도 아니고, 결혼 전에 처녀가 아기를 갖는 일은 있을 수도,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성령으로 아기를 잉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창조 ‘바라(???)’입니다.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았던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달랐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파혼을 결심했습니다. 요셉이 그런 결정을 내렸던 이유는 마리아의 잉태를 ‘환승’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남자를 품고 있다가, 자신에게 건너오는 여인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 ‘환승’이 아니라고 오해를 풀어주었습니다.

   모세의 생애를 보겠습니다. 그는 애굽에서 도망친 후에 미디안 광야에서 40년 동안 목동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호렙산에서 이상한 불꽃을 보았습니다. 떨기나무에 불꽃이 훨훨 타오르고 있었는데, 정작 떨기나무는 타지 않고 있었습니다. 더 가까이 가서 보려고 할 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모세야,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왜 하나님은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 했을까요?

   미디안 광야는 사막입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모래는 뜨겁고, 산은 송곳처럼 뾰족뾰족 솟아오른 돌산입니다. 모세가 그런 곳에서 40년 동안 살 때, 신발을 벗고 걸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것입니다. 신발이 없이는 살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가 처음으로 신발을 벗었습니다. 그 순간은 그의 생애에서 처음으로 거룩하신 하나님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자리였습니다. 그의 어머니 요게벳으로부터 들었던 그 하나님, 그의 가슴에만 품고 있었던 그 하나님을 그렇게 직접 대면했던 것입니다.

   거친 길에서 신발을 벗고 걷다가 신발을 신으면 참 편안하다는 느낌을 경험합니다. 반대로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송곳같이 뾰족한 돌산에 서게 되면 칼 고통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모세는 그런 고통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가 신을 벗고 섰던 곳은 뾰족한 돌산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섰기 때문이었습니다. 신발을 신고 섰을 때보다 더 편안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그가 애굽을 향해서 걸어가야 할 길은 뾰족한 돌산보다 더 험악한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함께 동행하시니 그 길이 평안의 길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일이었습니다. 

   모세는 그때 하나님으로부터 새 일을 하명 받았습니다. 그것은 그에게 새날이 주어졌다는 뜻이었습니다. 모세가 미디안에서 40년 동안 신었던 신을 벗지 않고, 그 신을 그대로 신고 어렸을 때 살았던 애굽으로 갔다면 그것은 환승일 것입니다. 호렙산에서 하나님을 대면했던 모세는 애굽을 떠났던 40년 전 그 모세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거룩한 땅에 맨발로 서게 하셨던 것은 알몸으로 하나님 앞에 서게 하셨던 것이고, 하나님은 그를 새롭게 빚어 창조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새날과 새 일을 주셨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2019년도를 그렇게 맞이해야 합니다. 새해입니다. 새날입니다. 새 일입니다. 새것을 기대하신다면 신을 벗어야 합니다. 2018년에 가졌던 나쁜 생각, 분노, 미움, 원망, 고통, 상처, 실패까지 다 벗어야 합니다. 새것은 새 달력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새 일은 새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새날은, 새 일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잠언 16장 9절입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9장 21절입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 그러므로 여러분 혼자서 2019년을 계획하지 마십시오. 2019년을 위한 여러분의 비장한 각오를 스스로 신뢰하지 마십시오. 새해를 맞이하면서 우리가 할 일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허접스러운 것들을 다 벗어버리고, 맨발로, 알몸으로 하나님 앞에 조용히 서는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진정한 새해를 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놀라운 새해를 어디에서 맞이할 것입니까? 그 새로운 창조의 날을 미친 거리에서 만날 것입니까? 술집에서 흥청거리면서 만날 것입니다. 와인 잔을 건배하면서 만날 것입니다. 방 안에서 TV를 껴안고 만날 것입니까? 해외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만날 것입니까? 성전으로 나아가십시오. 높은 산으로 올라가십시오. 하나님이 정하신 거룩한 땅으로 가십시오. 새날에 대한 가치를 바르게 아는 당신이라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새해는 신발을 벗고, 무릎으로 받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복주머니를 내밀지 마십시오. 사람들에게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지 마십시오. “새해 첫 시간에 하나님을 만나셨습니까?” 라고 인사하십시오.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당신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라고 인사하십시오. “하나님과 끝까지 동행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라고 인사하십시오.

   하나님의 임재가 없는 2019년 세상은 더 악해질 것입니다. 그 악한 세상으로 환승하지 마십시오. 거룩한 곳으로 나아가 하나님으로부터 새날을 받으십시오. 당신에게 며칠 남아 있는 2018년을 성탄절 파티와 선물 준비로 분주하게 보내지 마십시오. 떨기나무에서 불꽃을 보았던 모세는 그 불꽃처럼 살다가 갔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다 내려놓고, 다 벗어놓고, 다 보내놓고, 하나님 앞에 당신 [혼자] 맨발로 서십시오. 당신도 불꽃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