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없는 것을 하라 하셨을까?

마 5:29-30

    예수님께서 많은 병자와 장애인을 고쳐주셨습니다. 그것은 축복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건강한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드셨다면 그것도 축복일까요? 네, 맞습니다. 그것도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목적하시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결과만을 놓고 “좋다, 나쁘다, 맞다, 틀리다, 축복이다, 저주다.”라고 쉽게 판단합니다. 그러나 어떤 결과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끝이 아니라, 새 일이 출발하는 시작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픔도, 실패도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본문의 말씀을 보겠습니다.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몸의 한 부분을 잃을지라도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몸의 한 부분을 잃을지라도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 이 말씀 속에는 한 저울 접시(A pair of scales)가 있습니다. 왼쪽 접시 위에는 “말씀”이 올라가 있고, 오른쪽 접시 위에는 “천국”이 올라가 있습니다. 말씀대로 살면 천국으로 갈 수 있지만, 말씀대로 살지 않으면 균형(Balance)을 잃고 지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산상보훈(마태복음 5-7장) 말씀들 속에는 동일한 저울이 들어 있습니다.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마 5:23-24) 이 말씀 속에 저울이 있습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균형을 잃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금식할 때에 너희는 외식하는 자들과 같이 슬픈 기색을 보이지 말라. 그들은 금식하는 것을 사람에게 보이려고 얼굴을 흉하게 하느니라.”(마 6:16) 이 말씀에도 저울이 있습니다. 외식하는 자의 금식은 이미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화가 될 수 있습니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 (마 6:19-20) 이 말씀에도 저울이 있습니다. 엉뚱한 곳에 묻으면 불행한 결과만을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 6:31-33) 이 말씀에도 저울이 있습니다. 먼저 하나님입니다. 그 순서가 바뀌면 균형(Balance)은 깨지고, 모든 일은 무익한 것이 됩니다.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마 7:4) 이 말씀에도 저울이 있습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을 두번째, 세번째 라인(Line)으로 옮기면, 거기부터 인생의 에러(Error)가 발생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그 귀한 말씀들을 마치시면서 최종 결론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되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주추를 반석 위에 놓은 까닭이요,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매 무너져 그 무너짐이 심하니라.” (마 7:24-26) 이 마지막 말씀에도 동일한 저울이 있습니다. 왼쪽 접시 위에는 “모래”가 올라가 있었고, 오른쪽 접시 위에는 “반석”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균형잡힌 삶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런 이해를 갖고, 본문의 말씀을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몸의 한 부분을 잃을지라도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몸의 한 부분을 잃을지라도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 이 말씀에서 그 저울 접시를 빼고, 오직 문자적으로만 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죄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는 말씀이 되고 맙니다. 즉 교회 안에는 눈이 없는 장애인들과 손발이 없는 장애인들만 있을 것입니다. 죄를 범할 때마다 몸의 지체를 그렇게 하나, 둘, 셋 잘라내야 한다면 살아 남아 있을 몸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 말씀은 실제로 눈을 빼고, 실제로 손을 자르라고 하신 말씀이 아니라 은유적으로 하신 말씀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 말씀이 은유라면, 먼저 화해하고 와서 예물을 드리라고 하신 말씀도 은유입니까? 금식할 때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라고 하신 말씀도 은유입니까? 보물을 하늘에 쌓으라는 말씀도 은유입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실제가 되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은유(隱喩)가 됩니까?  그러므로 오늘 본문의 말씀은 은유라고 말하는 사람들 쪽에서 봐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 쪽에서 봐야 합니다. 이 말씀을 하신 분이 예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우리에게 주실 때,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하셨을까요? 분명 아닙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을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오늘 본문의 말씀을 하시게 된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 왜 그처럼 무서운 말씀을 주셨던 것입니까? 그 배경이 바로 앞 절 27절과 28절에 나와 있습니다. “또 간음하지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간음하였느니라.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십계명 중 “간음하지 말라.”는 제7계명을 먼저 언급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가셨습니다. 간음뿐만 아니라 음욕을 품는 일도 죄라고 하셨습니다. 담배는 냄새를 풍기고, 술은 발걸음을 취하게 하지만, 음욕은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죄도 하나님 앞에서는 숨겨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마음에 음욕을 품는 것이 사실이라면, 오늘 본문의 말씀은 은유(隱喩)가 될 수 없습니다. 사실이며,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불교 용어 중에 “고행(苦行)”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불교 사전에서 고행은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한 사면을 얻기 위해 고해(告解)를 하기 위한 준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톨릭에서도 그것을 고해성사(告解聖事)라고 동일한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고행(苦行)의 종교가 아닙니다. 불교용어 중에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있습니다. “죄 값은 반드시 치르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을 “죄를 지었으니 반드시 눈을 빼야하고, 죄를 지었으니 반드시 손을 잘라야 한다.”는 말씀으로 해석한다면 그것은 불교의 인과응보 사상입니다. 그것은 율법을 행함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율법주의입니다. 죄 값을 그렇게 지불해야 사면(죄의 용서)을 받는다면,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은 아무런 능력이 없게 됩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말씀대로 십계명 즉 제7계명 즉 율법을 뛰어넘는 위대한 말씀이었습니다.

   기독교는 행함이 앞에 가는 종교가 아닙니다.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습니다. 믿음이 먼저입니다. 그 믿음을 가진 자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준행하며 살아야 합니다. 좋은 믿음은 오랜 연륜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세상 유혹을 이기고, 음욕을 초월하면서 살려면 오랜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이미 크리스천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랜 고행의 수련을 통해서 높은 경지에 들어간 고승(高僧)을 두고 말하는 불교식 변명입니다.

   참 믿음은 오랜 연륜, 깊은 명상, 우월한 수련을 통해서 득도(得道)한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참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오랜 고행과 수도를 통해서 내 스스로 믿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연륜과 상관없이 어린 나이에도 위대한 일들을 해냈습니다. 어린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칠 때 전쟁에서 쌓은 연륜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십대들이었던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가 불꽃 속에서 머리카락 하나 타지 않고, 다니엘이 사자들의 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불꽃 속에서, 사자굴 속에서 고승(高僧)들처럼 좌불(坐佛: 앉아있는 부처)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소년들이 그 놀라운 일을 행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우상에게는 절할 수 없고,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 두려움이 없고, 그 신앙을 지키는 일에 목숨도 아끼지 않겠다.”는 큰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믿음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보내어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도록 그들을 보호해 주셨던 것입니다. 득도(得道)의 결과가 아니라 믿음의 결과였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구원받기 위해서, 천국가기 위해서 눈을 빼고, 손을 자르라는 고행(苦行)을 말씀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구원받은 자로서, 믿는 자로서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말씀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예수님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명하실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기에 “실천하라”고 주신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말씀을 가려서 취하지 마십시오. 입에 단 말씀은 아멘이고, 입에 쓴 말씀은 노멘이라 말하지 마십시오.

   예수님께서 오늘 본문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 각자에게 다시 묻습니다. “너는 나를 위해서 네 눈을 뺄 수 있느냐? 너는 나를 위해서 네 손을 자를 수 있느냐?” 눈뿐이겠습니까? 손뿐이겠습니까? 거룩한 삶을 위해서라면,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젠가 우리의 삶은 저울 접시 위에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삶은 모래 위에 있습니까? 아니면 반석 위에 있습니까? 주님은 결코 우리가 실천할 수 없는 말씀을 주신 적이 없으십니다. 그러므로 그 말씀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 말씀 위에 우리의 삶을 세워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