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146호

동남아 한센 선교회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팔라퐁을 찾았습니다.

   팔라퐁(Phala Phone)을 양곤에 있는 로얄고아원에서 처음 만났던 날은 2014년 11월 13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팔라퐁을 다시 제 품에 안았던 날은 4년 1개월만인 어제 2018년 12월 21일이었습니다. 4년 만에 팔라퐁을 다시 만났지만, 그를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는 여전히 꼬맹이였는데, 제 앞에 나타난 팔라퐁은 키가 훌쩍 커버린 청년 같았습니다. “너 정말 팔라퐁이 맞니?” 팔라퐁은 대답 없이 수줍게 웃기만 했습니다. 팔라퐁을 찾았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응답해 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팔라퐁이 양곤 로얄고아원에서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것은 3개월 전인 지난 9월 19일이었습니다. 그때 로얄고아원 원장 잠윈(Zam Win)목사는 1년 전, 2017년 어느 날, 카친독립군(KIA)들이 고아원으로 와서 팔라퐁을 강제로 잡아서 카친(Kachin)으로 데리고 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팔라퐁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잡혀가진 한 달 뒤에 팔라퐁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산속에서 군사 훈련을 받고 있다고 울면서 말했는데 그것이 마지막 통화였다고 했습니다.

   잠윈목사가 나에게 팔라퐁을 처음 소개할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얀마 정부군에 의해서 팔라퐁의 아버지, 어머니, 형 그리고 누나가 학살되었고 팔라퐁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KIA 독립군 대원들은 부모와 형제를 죽인 원수를 갚을 나이가 충분히 되었다고 하면서 팔라퐁을 강제로 징집해서 끌고 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로얄고아원으로 가서 잠윈에게 내가 팔라퐁을 찾아올테니 팔라퐁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잠윈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습니다. 그는 큰 소리로 “당신은 외국인입니다. 우리 미얀마 사람들의 일에 참견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팔라퐁을 찾아내면, KIA 독립군 대원들이 내려와서 당신에게 정보를 줬다는 이유로 이 고아원을 박살 내고, 나를 죽일지도 모릅니다.”라고 했습니다. “잠윈, 그래서 팔라퐁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냐?” “지금으로써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팔라퐁이 진짜 당신 아들이라면, 이 고아원을 지키기 위해서 당신 아들을 그렇게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이냐?” “나가세요. 나가세요.” “잠윈, 너 잘 들어. 내가 다시 너의 고아원을 찾아올 일도 없겠지만, 너 역시 나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마라. 나는 팔라퐁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찾아낼꺼야.” 그때부터 팔라퐁의 구출을 위해서 많은 분에게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카친(Kachin)의 수도 미치나(Myitkyina)에서 첫 번째 목회자 세미나를 인도했던 날은 2016년 8월 3일이었습니다. 목회자들과 5일 동안 함께 먹고, 함께 자면서 세미나를 했는데, 그때 약 120명의 목회자들이 모였습니다. 그때 알게 된 카친 목사들에게 팔라퐁의 상황을 알리면서, 팔라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된 목사들로부터 한결같이 불가능하다는 회신이 왔습니다. 팔라퐁이 KIA 독립군 대원들에게 끌려갔다면, 그 아이의 생명은 하나님 손에 맡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들 중에서 아푸(Ah Pu)목사에게 전화했습니다. “내가 11월에 다시 미얀마에 온다. 그때 미치나로 가겠다. 나는 팔라퐁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도와달라.” 아푸로부터 11월이 되기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미치나로 오지 마십시오. 오셔도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습니다. 헛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11월에 양곤에 갔을 때 미치나로 가지 않고 아푸에게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너 말대로 이번에는 가지 않겠다. 그런데 12월에는 반드시 간다. 이미 비행기 표까지 예약했다. 12월 19일 오후 5시에 미치나에 도착한다. 그때 보자. 팔라퐁을 포기하지 말아달라. 최선을 다해달라.” 아푸의 대답은 절망적이었습니다. “목사님, 지금으로써는 1%의 가능성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나는 미치나로 간다. 12월에 보자.”라고 했습니다.

   12월 19일 오후 5시에 미치나에 도착했습니다. 어깨에 가방 하나만 매고 내렸는데, 이민국 직원들이 나를 따로 빼냈습니다. 가방을 검색했습니다. 여권을 검색했습니다. 몇 년 전 칼레이미오 공항에서 경험했던 그 까다로운 검문이 시작되었습니다. 공항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싸늘한 분위기가 제 온몸을 휘감고 지나갔습니다. 이민관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입국 비자를 보여주십시오. 카친에는 왜 왔습니까? 최종 목적지가 어디입니까?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 며칠 있을 예정입니까? 묵을 호텔의 이름을 주십시오.” 거기에서 걸렸습니다, 아푸가 호텔 이름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호텔 이름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민관이 배웅 나온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에게 전화해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십시오.”라고 했습니다. 아푸가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을 공항으로 보내겠다고만 했지, 그 사람의 이름도, 그 사람의 전화번호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민관에게 공항 밖에 누가 와 있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의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민관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졌습니다. 아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민관에게 전화를 넘겼습니다. 카친 말이라 단 한마디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후 이민관이 노트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푸에게 호텔의 이름과 외국인을 카친으로 초청한 이유와 아푸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묻고 다 적었던 것입니다. 한참 후에 이민관은 나에게 가도 좋다고 했습니다. 긴 숨을 내쉬고, 공항 밖으로 나오자 한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저를 호텔까지고 데려다 주고 갔습니다.

   저녁 7시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푸였습니다. “목사님, 미치나에 다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만나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오늘 저녁 9시에 비밀 장소에서 카친독립군(KIA) 고위 장교와 만나게 되십니다. 제가 대충 팔라퐁에 대해서 말했지만, 양목사님이 직접 말씀해 보기 바랍니다. 8시 30분까지 호텔 앞으로 가겠습니다.” 아푸는 나를 태우고, 시내에서 많이 벗어난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곳으로 가면서 아푸에게 이런 미팅을 주선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습니다. “아닙니다. 모든 일이 잘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오늘 만나게 되는 분은 KIA 독립군 안에서 미치나 지하조직을 총괄하는 대장입니다. 감사한 것은 그 사람도 크리스천입니다.” 그가 크리스천이란 말에 “하나님께서 친히 이 일을 진행하고 계시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남한의 총 면적은 100,210㎢입니다, 카친(Kachin)의 총 면적은 90,100㎢입니다. 카친과 남한의 면적이 거의 같습니다. 그 넓은 땅에서 성도 없고 “팔라퐁”이라는 이름 하나만 가지고 그 꼬맹이를 찾겠다고 하니, 카친 사람들조차 1%의 가능성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어두운 길을 한참 동안 거둬내고 들어가니 한 장소가 나왔습니다. 강가에 있는 음식점이었는데, 한 사람도 없는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고 10분 후에 그들이 도착했습니다. 대장과 보좌관, 두 사람이 나왔습니다. 모든 대화를 마치고 그 대장과 사진도 찍었고, 그의 이름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받았기 때문에, 여기서 부터는 그를 단지 “대장”이라고 호칭하겠습니다.

   카친독립군들은 95%가 깊은 산 속에 주둔하고 있고, 카친의 수도 미치나는 미얀마 정부군에 의해서 완전히 점령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미치나에 있는 KIA 독립군들은 지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미 공항에서 이민관에게 철저한 검문을 받았던 상황이라, 혹 미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나에게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말하는 도중 위급 상황이 터지면 곧바로 자리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10분 안에 대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이런 자리를 허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크리스천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함께 가야 합니다. 팔라퐁이 1년 전에 양곤에서 KIA 독립군에게 끌려갔습니다. 지금 카친 안에 있을 것으로 압니다. KIA 독립군의 입장에서는 단 한 명의 사람도 소중한 대원이 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팔라퐁을 KIA 독립군 군인으로 만들지 말고, 우리가 힘을 합해서 그를 그리스도의 군사(Christ Soldier)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팔라퐁은 어린 나이에 부모와 형제와 자매를 잃고 고아가 되었습니다. 어린아이로서 감당하기 힘든 충격과 상처와 고통을 받았습니다. 팔라퐁은 특별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께서 그를 위해서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팔라퐁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팔라퐁을 찾아주십시오. 팔라퐁을 찾으면 그를 제게 주십시오. 팔라퐁을 주시면, 저는 그를 한국으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잘 훈련시켜서 그를 다시 카친으로 보내겠습니다. 나는 그가 신학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훌륭한 목사가 되어, [그리스도의 대사]로 카친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제가 할 수 있도록 팔라퐁을 찾아주십시오.”

   거기까지 숨도 쉬지 않고 말했습니다. 대장은 제가 말하고 있는 동안, 제가 미리 건넨 팔라퐁의 사진을 미꾸러미 바라보면서 듣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장과의 미팅은 10분이 아니라, 그때부터 자정 12시까지 무려 3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저희의 대화를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그 자리를 지켜주셨던 것입니다. 대장이 했던 말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카친족을 위해서 일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는 당신이 팔라퐁 한 소년만을 돕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팔라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당신을 보면서 우리 카친족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저 역시 최선을 다해서 팔라퐁을 찾아보겠습니다. 팔라퐁을 찾으면 반드시 당신에게 넘겨주겠습니다.”

   대장과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공개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 여기에서 줄입니다. 우리는 핸드폰을 서로 교환하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대장은 내가 준 팔라퐁의 사진을 자기 핸드폰에 저장했습니다, 그리고 하급 장교들에게 그 사진을 전송해서 당장 찾아보라고 명령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장은 저에게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십니까? 만약 팔라퐁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면, 내년 2월 중이라도 다시 카친으로 올 수 있습니까?” 저는 대장에게 팔라퐁을 찾았다는 소식을 주면 언제든지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어제 Bead of Life 신학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오후 3시경에 아푸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팔라퐁을 찾았다는 대장의 전화였습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KIA 독립군 대원들이 팔라퐁을 데리고 미치나로 이미 출발을 했는데, 밤 9시경에 도착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신학대학 강의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아푸는 열 번 이상 이렇게 말했습니다. “양목사님, 부럽습니다. 같은 하나님이시지만, 양목사님과 함께 하시는 그 하나님을 저도 한 번만 만나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팔라퐁을 하루도 되지 않아서 찾을 수가 있지요?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푸, 하나님께서 하실 것이라고 말했지 않아. 폴라퐁을 만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지금부터 찾아봐. 그리고 꽃다발 하나 준비해서 와.” “플라스틱 꽃으로 할까요?” “뭐라고? 플라스틱? 반드시 생화로 준비해야 해.” “생화는 비싼데요....” “아푸~~~~” “네에~~ 알겠습니다. 생화로 준비하겠습니다.”

  혹시 9시보다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약속 장소로 1시간 전부터 나가서 기다렸습니다. 9시 10분. 아푸의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5분 후에 도착한다는 대장의 전화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대장과 KIA 독립군 대원들과 팔라퐁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대장은 맨 앞에서 네 살 된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나타났고, 대원들은 검정 모자를 눌러 쓰고 나타났고, 팔라퐁은 맨 뒤에서 따라왔습니다. 10미터, 5미터, 3미터.... 그런데 제 가슴이 갑자기 철렁 떨어졌습니다. 내 앞으로 점점 다가오는 청년은 사진에서 봤던 그 팔라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무 커서 놀랐던 것이 아니라, 너무 달라서 놀랐던 것입니다. 대장이 뒤에 있던 팔라퐁을 앞으로 나오게 하면서, “목사님, 팔라퐁입니다.” 나는 그에게 “팔라퐁? 너 정말 팔라퐁 맞니?” 라고 했습니다. 팔라퐁은 수줍게 웃기만 했습니다. 그를 안아주었습니다. 얼마나 말랐던지 나무젓가락처럼 뼈만 남아 있었습니다. 안으로 자리를 옮겨서 팔라퐁을 찾게 된 과정을 대장으로부터 자세히 듣게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헤어진 후, 팔라퐁의 사진을 하급 장교들에게 곧바로 전송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여러 캠프으로부터 답신들이 쭉쭉 들어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팔라퐁은 어느 KIA 캠프에도 없었습니다. 없다는 뜻은 그 어떤 KIA 독립군 대원이 양곤으로 가서 팔라퐁을 데리고 온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 캠프에서 이런 연락이 왔습니다. 팔라퐁(Phala Phone)이란 이름은 여러 부족 가운데 오직 라와(Rawah Tribe)족만이 사용하는데, 캠프 가까운 곳에 라와족이 거주하는 마을이 있어서 그곳에 가서 혹시 팔라퐁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그들을 라와족 마을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 마을에서 팔라퐁을 찾았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그런데 대원들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팔라퐁을 찾기는 찾았는데, 보내준 사진과 대조를 해보면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한국 사람이 찾는 그 팔라퐁이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가 몇 년 전에 양곤에 있는 로얄고아원에서 살았다고는 하는데, 얼굴이 전혀 달라서 확신이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젯밤에 찍은 목사님 사진을 그 대원들에게 전송하면서 그 소년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맞춰보라?”고 해보라고 했습니다. 팔라퐁이 스스로 자신가 누구인지 증명해 보일 수 있는 마지막 테스트였습니다. 제 사진을 본 팔라퐁은 주저함 없이 “네, 저 이분 압니다. 한국에서 오신 목사님이시고, 이름은 조수아(Joshua)목사님이십니다.”라고 했습니다. 더 이상 의심할 구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원들에게 당장 팔라퐁을 데리고 미치나로 오라고 했습니다. 저도 이렇게 빨리 팔라퐁을 찾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팔라퐁이 KIA 독립군 캠프가 아니라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었느냐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대장의 음성은 점점 더 격하게 커졌습니다.

“로얄고아원 원장 잠윈은 악질 중에 악질 거짓말쟁이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잠윈이 꾸민 거짓 시나리오였습니다. 저의 대원들이 라와족 마을을 떠나기 전에 마을 사람들에게 팔라퐁에 대해서 자세히 물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증언한 내용입니다. 팔라퐁이 6살 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군에 의해서 살해된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나쁜 병에 걸려서 갑자기 죽었습니다. 팔라퐁에게는 형도, 누나도, 동생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팔라퐁은 하루아침에 혼자 고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친척이 팔라퐁을 데리고 양곤으로 데리고 가서 로얄고아원에 맡겼던 것입니다. 그리고 형편이 조금 나아져서, 1년 전에 그 친척이 양곤으로 내려가서 잠윈을 만나 팔라퐁을 데리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잠윈이 3년 동안 키워준 값을 내놓지 않으면 팔라퐁을 내줄 수 없다고 했답니다. 잠윈이 요구한 액수는 500,000잣트였습니다. 미얀마 사람 특히 가난한 라와족 사람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큰 금액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친척은 팔라퐁으로 두고 고향으로 혼자 돌아갔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팔라퐁의 작은 아버지가 500,000잣트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그 분은 광산에서 일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로얄고아원으로 다시 내려가 잠윈에게 그 큰돈을 지불하고 팔라퐁을 찾아서 라와 마을로 데려왔다는 것입니다. 잠윈이 목사님께 버럭 화를 내면서 미얀마 사람들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했던 이유는 큰돈 받고 팔라퐁을 팔았기 때문에 그 사실이 들통 나깔봐 KIA 독립군 대원들이 내려와서 강제로 팔라퐁을 데리고 갔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아주 나쁜 목사입니다. 그런데 그를 키워줬던 작은 아버지가 2개월 전, 비가 많이 내렸던 날, 산이 무너지면서 흙 속에 매몰되어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팔라퐁은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먼저 대장과 그의 부하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팔라퐁에게 직접 확인을 했습니다. 대장이 했던  말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팔라퐁에게 “그 말이 사실이냐? 그 말이 사실이냐? 그 말이 사실이냐?” 라고 물었습니다. 팔라퐁은 “네, 네,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영어로 팔라퐁에게 말하면, 아푸가 카친 말로 통역했고, 대원 중에 한 사람이 다시 라와 말로 통역했습니다. 팔라퐁은 카친 말도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팔라퐁은 그렇게 깊은 두메산골에 다시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도대체 이 아이는 어른들에 의해서 몇 번을 더 버려져야 합니까? 팔라퐁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4년 전에 제가 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도, 팔라퐁은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팔라퐁이 고개를 힘차게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장에게 저의 결정을 말했습니다.

“거짓과 진실이 송두리째 뒤바꿨습니다. 그러나 나는 미치나로 오기 전까지 팔라퐁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을 계속 하면서 다녔습니다. 상황은 바꿨지만, 내 약속은 바뀌지 않습니다. 팔라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은 팔라퐁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뜻이었습니다. 나는 팔라퐁의 부모와 형제와 자매가 미얀마 정부군에 의해서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일들이 사실로 증명된다면, 팔라퐁을 한국으로 데리고 가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진실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팔라퐁을 한국으로 데리고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부터 내가 팔라퐁의 아버지가 되겠습니다. 팔라퐁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간다면 모든 학비를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양곤에는 한국 회사들이 많습니다. 졸업 후에 그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면 좋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추천하겠습니다. 혹 팔라퐁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 일자리도 알아봐 주겠습니다. 그러나 나의 희망은 팔라퐁이 신학대학에서 공부하고, 훌륭한 목회자가 되어, 미얀마에서 나의 선교를 돕는 동역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모두 제 결정을 기쁘게 받아 주었습니다. 팔라퐁도 열심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팔라퐁은 아푸와 대장의 세심한 보살핌 아래에 있을 것입니다. 꿈을 꾸는 듯한 하루였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 사악한 얼굴을 감추고 있는 사탄이 있습니다. 미얀마 정부군이 아니었습니다. 카친독립군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한 목사였습니다. 그는 지금도 천사의 가면을 쓰고 고아들의 아버지로 살고 있습니다. 팔라퐁을 생각하면 감사가 넘치지만, 잠윈을 생각하면 분노가 끌어 올라와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그래서 악인 잠윈은 하나님의 채찍에 맡기겠습니다.

   그들의 얼굴과 그들의 이름들을 약속대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하루 만에 팔라퐁을 찾을 수 있도록 협조해 준 대장과 라와족 마을까지 가서 팔라퐁을 찾아서 미치나까지 데리고 왔던 KIA 독립군 대원들과 그들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었던 아푸목사와 팔라퐁을 위해서 지난 3개월 동안 금식하면서 기도해 주셨던 모든 분들과 교회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