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149호

동남아 한센 선교회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ALM Mission Partner for Kachin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325㎞입니다. 미얀마 양곤(Yangon)에서 미치나(Myitkyina)까지는 1,520㎞입니다. 서울-부산보다 4.6배나 더 긴 거리입니다. 미치나 기차역은 미얀마의 최북단에 있는 마지막 종착역입니다. 양곤을 출발 미치나로 가는 칙칙폭폭 기차가 있는데, 약 39시간이 소요됩니다. 서민들은 그 기차를 타고 거의 이틀 동안 양곤에서 미치나로, 미치나에서 양곤으로 오갑니다. 수도 미치나는 한국의 부산처럼 카친의 최남단에 있고, 카친의 최북단에는 푸타오(Putao)가 있습니다. 푸타오는 북한의 함경북도 나진과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종착역 미치나 기차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더 북쪽 도시로 가려면 버스를 타고 다시 며칠 동안 가야 합니다.

   제가 미치나로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먼 푸타오로부터 와리보(Wa Le Bow)목사가 미치나로 내려왔습니다. 점심을 대접하는 약속으로 그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여러 목사님들이 함께 나왔습니다. 모두 카친교회의 원로목사님들이었습니다. 키아메(Khi Ah Mar)목사님은 목회 경력이 45년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푸사예(Phu Sar Yet)목사님은 목회 경력이 37년 되었다고 했습니다. 미팅에 나오셨던 목사님들은 평균 25년 이상 목회하고 있는 현역 목회자들이었습니다.

   한 분씩 돌아가면서 어려운 목회 상황에 대해서 말해주셨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목회자들의 영성이라고 했습니다. 성도들이 가진 문제보다, 목회자들이 가진 문제가 카친 선교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2년 전에, 120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했던 저의 목회자 세미나를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어서 다시 목회자 세미나를 인도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특별히 원로목사님들은 수도 미치나보다 깊은 외지에서 목회하는 시골 목회자들의 재훈련이 절실히 필요하기때문에 그런 곳으로 가서 세미나를 인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와리보목사는 “다음 세미나 장소는 푸타오입니다. 푸타오입니다. 꼭 푸타오로 잡아주셔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성격이 무척 급한 분이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저를 외국인 선교사가 아니라 카친의 한 형제로 받아주면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버지를 카친 말로 뭐라고 합니까?” “‘아빠’라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도 ‘아빠’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카친 말로 뭐라고 합니까?” “‘엄마’라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도 ‘엄마’라고 합니다. 한국말이나 카친말이나 그 발음이 똑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형제입니다.” ‘아빠, 엄마’라는 발음이 똑같다는 말을 듣자 모두들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를 볼 때, 돈 많은 외국 선교사가 아니라 카친의 한 형제로 초대해 준다면,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들고 카친으로 오겠습니다. 세미나를 열면서 나에게 목회자들을 위해서 돼지 한 마리를 잡아달라, 교통비를 후원해 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교통비도 참석하는 목회자 자신이 감당해야 합니다. 식사는 국수 하나만 놓고 먹어도 기쁨으로 세미나에 오겠다고 하면 나도 오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원로목회자들은 “양목사님께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뿐입니다. 그 외에 경비는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조건이 성사되었습니다.

   두 번째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한두 번으로 끝날 세미나가 아니라면, 세미나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카친 목회자 세미나]를 전담해 줄 수 있는 선교회 조직이 필요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원로목사들은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하고, 참석했던 원로목사들이 먼저 창립 위원들이 되어 주었습니다. 저에게 이름을 달라고 해서 “ALM Mission Partner for Kachin”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카친에 [동남아 한센선교회 카친 선교부]가 조직되었습니다.

   목회자 세미나가 다시 개최될 수 있다는 소식에 제일 기뻐했던 사람은 푸타오 와리보목사였습니다. 그는 흰색 단추들이 주렁주렁 달린 푸타오의 전통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 단추들이 플라스틱이냐고 물었습니다. 와리보목사는 손사래를 하면서 플라스틱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도자기처럼 보여서 세라믹이냐고 했습니다. 아니라고 했습니다. 푸타오 강가 주변에 사는 짐승의 뼈라고 했습니다. 만져보니 정교하게 깎아서 만든 아주 가벼운 짐승의 뼈였습니다.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35,000원 정도 하는 가격이었습니다. 값을 물었더니, 제가 자기 옷을 원하는 줄 알고, 금새 옷을 벗어서 저에게 입혀주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손사래를 쳤습니다. 와리보목사는 푸타오에 오면 제 몸에 잘 맞는 치수로 한 벌 선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 옷을 입으면 정말로 푸타오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무거운 십자가가 주어지는 기분이라 괜히 물어봤다 싶었습니다.

   사람은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원하지도 않았는데, 강제로 제 손에 주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손사래를 쳐도 제 어깨에 올려지는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벗으려고 해도 제 몸에서 벗어지지 않는 옷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사명]입니다. 엘리야가 그의 겉옷을 벗어서 제자 엘리사에게 입혀주고 떠났습니다. 그처럼 하나님께서 저에게 또 어떤 옷을 입혀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또 어디까지 데리고 가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가라”하시니 성령의 바람을 따라 “가라”하시는 그곳까지 또 가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