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150호

동남아 한센 선교회

양한갑/최영인선교사

리안의 양복

    팔라퐁을 아푸목사에게 맡겼습니다. 팔라퐁은 카친독립군(KIA)에게 잡혀갔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미치나에서 얼굴을 들어내고 아푸와 살아도 그의 신변을 염려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팔라퐁은 현재 9학년 학생입니다. 10학년을 마치고 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됩니다. 그런데 10학년 학생은 마지막 시험에 합격해야만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험이 국가 사법고시처럼 어려워서 미얀마 전체 10학년 학생 중에서 그 시험에 통과하는 학생은 평균 10%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시험에 떨어지게 되면 1년 뒤에 재도전할 수 있습니다. 2차 시험에서도 합격하지 못하면 다음 해에 다시 재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3차 시험에서 불합격하게 되면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은 재수할 수 있는 돈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재시험을 포기하고 졸업장이 아닌 수료증만 받고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10학년 학생들의 80%~90%가 그렇게 됩니다. 그들은 공무원이 될 수 없고,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없고, 대학에도 진학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10학년이 되면, 잘 사는 아이들은 특수 과외 수업을 1년 동안 받기 위해서 서울에 있는 고시원과 같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아푸목사에게 팔라퐁을 위해서 그런 고시원을 알아보도록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내년 5월까지는 아푸목사가 팔라퐁을 데리고 있고, 내년 6월부터 마지막 시험이 있는 2020년 3월까지는 고시원에 있게 될 것입니다. 필요한 경비는 저희 선교회에서 후원할 것입니다.

   카친선교를 마치고 양곤으로 돌아와 메얀청 선교를 준비했습니다. “리안, 우리 학생들이 모두 25명 맞지?” “네, 목사님. 내일 오전 10시부터 예배가 시작됩니다.” “알았어. 10시 전에 도착하도록 할께.” 그리고 슈퍼마켓으로 가서 25명 아이들을 위한 성탄절 선물을 샀습니다. 두 손으로 다 들 수 없는 무게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하늘을 날아갈 듯한 기쁨이었습니다. 미얀마선교 6년 만에 처음으로 메얀청에서 맞이하는 성탄절 예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메얀청 선교센타는 성탄절 장식으로 가득했습니다. 대문에도, 나무들 가지가지에도 예쁜 풍선들이 가득 걸려있었습니다. 마당에 있던 여학생들은 모두 미얀마 전통 옷을 입고, 머리를 곱게 빗고, 볼에 동글동글 연지도 찍고,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Merry Christmas, Pastor.” “Merry Christmas, everyone.”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순간 뒷걸음을 칠 정도로 놀랬습니다. 학생들의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 그리고 이웃 사람까지 센타 안에 가득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 백명, 수 천명, 수 만명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리안전도사가 “목사님, 저희가 준비한 성탄절 선물입니다.”하면서 손으로 직접 십자가와 문양을 짜서 만든 빨간 넥타이를 주었습니다. 리안도 같은 넥타이를 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멋진 넥타이를 맺습니다. 모두들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너무 행복한 선물이었습니다.

   모든 순서들이 눈물이 날 정도로 은혜가 넘쳤습니다. 성탄에 관계된 찬양들을 준비해서 하나님께 올려 드렸는데, 그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연습을 했을까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찬양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다 내 새끼들이다.”라는 생각에 저의 작은 가슴이 점점 벅차고 또 벅차올랐습니다. 예배 후에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풍성한 음식들이 올라왔습니다. 토요일 밤부터 센타에 와서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난 어머니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들이라고 했습니다. 야채, 국, 생선, 닭고기 요리, 돼지고기 요리, 등등. 밥을 먹고 있는데, 메얀청 동장과 마을 원로들 7명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소집해서 왔다고 했습니다. 원로들이 온 것은 “생명의 양식” 빵선교 이야기를 듣고, 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미리 하기 위해서 왔다고 했습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 인사를 받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함께 점심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모두 돌아가고, 리안과 마주 앉았습니다. 리안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리안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자신이 메얀청에서 대통령이 된 것처럼 기쁘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의료선교 이후에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환영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둘째는 앞으로 하게 될 “생명의 양식” 빵선교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더욱 더 자신의 방문을 기쁘게 받아주고 있어서 예수의 복음을 널리 전하는데 신이 난다고 했습니다.

   리안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센타로 와서 한국 약을 달라고 하는데, 한국으로부터 그 약들을 더 받을 수 있느냐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리안에게, “약은 의사가 주는 것이다. 우리는 약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다. 약을 원하는 사람이 오면, 혹시 내년에 한국 의사 선생님들이 다시 오시게 되면 그때 약을 주겠다고 대답해라. 의사의 소견 없이 약을 줬다가 잘못되면 우리 선교는 거기에서 끝이 날 수 있다.” 리안은 잘 알겠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리안이 저를 믿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목사님, 어느 날, 양곤에서 전도사로 일하는 제 친구가 저를 보기 위해서 여기에 왔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희 선교센타를 보고 크게 놀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중에 이 센타가 네 것이 되겠네. 너도 곧 부자가 되겠구나. 양곤에서 한국선교사와 일하는 미얀마 목사들은 하나 같이 다 거부가 되었데. 네가 정말 부럽다.’ 그래서 제가 그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야. 나는 내 신앙을 돈과 바꾸지 않아.’ 그랬더니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두고 보자!’ 너무 부끄럽고, 너무 슬픈 만남이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리안전도사는 하나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아침에 메얀청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서 저를 맞이했던 리안의 모습을 여러분도 보셨다면 잠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하하하”하면서 웃었을 것입니다. 머리는 젤을 더덕더덕 발라 빳빳하게 세웠는데, 그 아래는 촌스러웠습니다. 검정 양복을 입었는데 아마 골리앗이 입고 버렸던 것을 주어서 입었던 것 같습니다. 어깨는 긴 케텐처럼 늘어져 있었고, 소매는 손가락을 덮고 있었고, 뒤쪽은 다리미질도 없이 장롱 깊은 곳에서 꺼낸 것처럼 꼬질꼬질 구겨져 있었고, 신발은 구두가 아니라 여름 슬리퍼를 신고 있었습니다. 자기 나름대로는 성탄절에 입으려고 준비했던 “최고급 양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촌놈’ 리안이 참 좋습니다. 저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일을 하고 싶습니다. 양곤으로 데리고 나와서 새 구두도 사주고, 그의 몸에 잘 맞는 양복 한 벌도 사주고 싶습니다. 그런 선물을 받기에 리안은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Bread of Life Family 제과점 공사를 다 마치고 나면, 내년 3월에 리안에게 멋쟁이 양복 한 벌을 선물하겠습니다. Bread of Life Family 헌당식 때 리안이 "골리앗의 양복"이 아니라 멋진 “다윗의 양복”을 입고 헌당식 예배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리안은 메얀청에 있는 소중한 하나님의 보석이고, 하나님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