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148호

동남아 한센 선교회

양한갑/최영인 선교사

 카친의 내일

   아푸목사가 10년째 이끌고 있는 Bread of Life 신학교에서 강의했습니다. 35명의 신학생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열악한 시설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1층짜리 학교 본관은 한 중앙에 있었습니다. 그곳에 방이 네 개가 있었는데, 제일 왼쪽 방은 강의실, 가운데 두 방은 남학생 기숙사, 제일 오른쪽 방은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여학생 기숙사는 학교 건물 밖 왼쪽에 따로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들어갔습니다. 대나무로 엮어서 만든 방이었습니다. 사방이 뚫려 있었고, 지붕도 곧 주저앉을 것처럼 허술해 보였습니다. 모기장도 없었습니다. 여학생들을 보호해 줄 만한 그 어떤 안심 공간도 없었습니다. 화장실은 뒤편에 가느다란 작대기처럼 두 개가 서 있었습니다. 그 옆으로 샤워장이 있었는데, 하늘 가리개도 없었고, 벽은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가 없는 포장으로 덮어 있었습니다. 부엌은 나무로 밥을 해서 검정 그을음이 수북히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이런 시설에서 공부하고 있는 35명의 신학생들이 정말 행복할까? 대답은 조금 후에 하겠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 교회 설립 역사가 100년이 넘는 큰 교회들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교회부지는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고, 웅장한 교회 건물은 그 값을 환산하기가 어렵고, 성전 중앙 통로는 비행기 활주로처럼 길고, 화장실에는 아늑한 조명과 부드러운 휴지가 충분하고, 바닥은 유리 바다와 같고, 향긋한 향수는 여기가 정말 화장실이 맞나 의심케하고, 곳곳에 있는 소파들은 구름에 앉은 것처럼 푹신했습니다. 그런데 예배 중 성전에 앉아 있는 교인은 헬몬산 위에 내린 흰 눈처럼 노인들만 약 20명뿐이었습니다. 교회 벽에는 묵직한 파이프 오르간이 여전히 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어린이와 청년들과 젊은 장년들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 크리스천 믿음을 버리고 교회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처럼 웅장한 교회 건물 안에는 있어야 할 것들이 넘치도록 충분했지만, 정작 그 교회들 안에는 그들의 “내일(tomorrow)”이 될 어린이와 청년들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지만, 대나무로 엮어서 만든 기숙사에서 자지만, 하늘이 보이는 샤워장에서 몸을 씻지만, 탄광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지만, 바람 불면 훌렁 날아갈 듯한 화장실이지만, Bread of Life 신학교에는 서양교회에 없는 것들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일(tomorrow)“이었습니다. 주께서 부탁하신 길을 가겠다고 찾아온 예수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선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는 너무도 큰 기쁨이고, 감당할 수 없는 큰 영광입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열악한 환경에 있는 그들을 도와달라고 이 선교통신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학생들을 위해서 안심 기숙사가 필요하고, 넘어지지 않을 튼튼한 화장실도 필요하고, 하늘이라도 막아 줄 샤워장이 필요하고, 가스로 밥을 할 수 있는 깨끗한 부엌도 필요하지만, 저는 그 자체가 [카친의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많은 달러를 가지고 가서 그 소중한 것들을 다 뜯어내고 [인조 성형 수술]을 해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 수업을 하기 전에 30분 동안 점심시간을 가졌습니다. 아푸에게 시내에서 제일 맛있는 볶음밥을 주문하라고 했었습니다. 테이블 위에 40개의 도시락이 예쁘게 놓여 있었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국물도 없고, 반찬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밥만 먹었습니다. 행복하냐고요? 네, 저희는 행복했습니다.

   행복은 푹신한 소파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행복은 두둑한 돈지갑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행복은 푸짐한 반찬들이 넘치는 밥상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 흔하고, 우리에게는 너무 넘치는 것들이 카친 학생들에게는 단 하나도 없었지만, 그들은 행복이 가득한 점심을 그렇게 웃으면서 먹었습니다.

   여학생들은 내 앞에서 항상 수줍어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부끄러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거액을 받고 팔라퐁을 팔았던 로얄고아원 원장 잠윈목사 같은 사람은 수줍음도 없이 뻔뻔한 얼굴을 내놓고 지금도 ”고아들의 아버지“로 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부끄러운 일입니다. 쓰레기입니다. 일반 신학생보다 못한 삯군 목사입니다.

   저는 카친(Kachin)이 좋습니다. 카친은 보석의 땅입니다. 미얀마에서 보석들이 가장 많이 매장된 땅이 카친입니다. 그 보석들을 차지하기 위해서 20년 동안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미치나에 있는 보석 가게에 가면, 가게 안 한구석에 돌멩이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시냇가에서 주워온 돌들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며칠 전에 광산에서 깬 아직 가공하지 않은 보석의 원석들입니다. 35명의 신학생들은 카친의 빛나는 보석이 될 원석들입니다. 그들이 어떤 보석으로 탄생할지 모릅니다. 흔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죽지 못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내가 만난 카친 제자들은 그런 먹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잘 사는 것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를 위해서 죽을 각오를 하고 나온 예수의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기도에서, 그들의 찬양에서, 그들이 강의를 듣는 열정에서, 그들의 행복한 웃음에서 저는 카친의 내일(tomorrow)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