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무겁게

마 13:33

    지난 2월 17일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부활절까지 40일 동안 예수님의 수난을 깊이 묵상하는 기간입니다. 유대인에게 유월절(Passover)이 있고, 모슬렘에게 라마단(Ramadan)이 있다면, 크리스천에게는 사순절(Lent)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한 40일이 되기 위해서 사순절을 다시 한번 묵상하려고 합니다. 오늘 본문은 매우 간결합니다.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를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 예수님께서 천국에 관한 비유를 많이 주셨는데, 오늘 말씀은 그중 하나입니다. 오늘 본문을 짧게 요약하면 “천국은 누룩과 같다.”라는 말씀입니다. 누룩은 발효제입니다. 빵을 만들 때 혹은 술을 만들 때 넣는 이스트(yeast)입니다.

음식으로써 누룩

   누룩균이 활동하기 시작하면 약 100종이 넘는 좋은 효소들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잡내를 없애주고, 감칠맛을 만들어주고, 음식 안에 나쁜 균의 번식을 막아 식품을 오래 보존해주고, 면역력이 높아 장(腸)에 있는 염증을 완화해 주고, 노화를 억제해 주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누룩은 보약입니다.

   그런데 그 좋은 누룩이 독약처럼 취급받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유대인들이 유월절을 지킬 때입니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유월절이 다가오면 온 집안을 뒤집어 놓습니다. 집 안에 있는 누룩을 찾아서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평상시에 유대인도 빵에 누룩을 넣어 먹습니다. 그래서 누룩은 그들의 부엌 선반에도 항상 있습니다. 그런데 유월절 기간에 누룩은 음식이 될 수 없습니다. 독약처럼 취급해서 소량의 누룩 가루라도 집에서 철저히 치워야 합니다. 그처럼 유월절 기간에 누룩을 철저히 제거하는 전통은 모세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출애굽 하기 전에 애굽에 임한 열 가지 재앙 중에서 마지막 재앙이 장자의 죽음이었습니다. 그때 유대인들은 어린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발랐습니다. 어린양의 피가 묻어 있는 집은 장자의 죽음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기념하여 제정했던 절기가 유월절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자 ‘踰越(유월)’은 ‘넘어갔다’라는 뜻이고, 영어도 유월절을 ‘Passover’이라고 말합니다.

   애굽을 탈출할 때 상황은 초(秒)를 다투는 상황이었습니다. 다급했던 상황 속에서 평상시처럼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부드러운 빵을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유대인들에게 시간이 없으므로 누룩을 넣지 않은 무교병을 급히 만들어 떠나게 했습니다. (출 12:39)  그것이 전통이 되어 지금까지 유대인은 유월절에는 누룩을 넣지 않은 무교병만을 먹습니다. 그러나 유월절이 끝나면 그들은 다시 누룩을 넣어서 부드러운 빵을 만들어 먹습니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에게 누룩은 절대로 먹을 수 없는 부정한 식품은 아닙니다. 실제로 하나님께 화목제를 드릴 때 감사 제물 중에는 누룩을 넣은 유교병이 있었습니다. (레 7:13) 또한 요제를 드릴 때도 누룩을 넣은 유교병을 드렸습니다. (레 23:17) 그런 기록들을 참고하면 평상시에는 누룩을 넣었고, 유월절에는 절대 넣지 않았던 단순한 식품이었습니다.

2. 영적 의미로써 누룩

   신약으로 가면 누룩은 영적으로 부정적인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말씀들을 보겠습니다. 마태복음 16:6절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삼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의 누룩을 주의하라.” 마가복음 8:15절입니다. “예수께서 경고하여 이르시되 삼가 바리새인들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을 주의하라.” 누가복음 12:1절입니다. “그 동안에 무리 수만 명이 모여 서로 밟힐 만큼 되었더니 예수께서 먼저 제자들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바리새인들의 누룩 곧 외식을 주의하라.” 그처럼 예수님은 누룩을 거짓과 위선의 상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언급하셨던 그 누룩은 먹는 ‘식품’이 아니라, 누룩이 다른 재료들과 혼합될 때 그 안에서 작용하는 누룩의 효과에 초점을 두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즉,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은 거짓을 진리처럼 섞어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했기 때문에 그들이 전하는 것은 사람들을 죽이는 독버섯과 같은 누룩이라고 질타하셨던 것입니다.

3. 예수님의 비유에 있는 누룩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천국은 누룩과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조금 전에는 누룩이 거짓되고, 위선된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제는 누룩을 천국과 같다고 말씀하시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예수님이 즉흥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른 해석을 통해서 두 가지 누룩이 있음을 명백하게 알려주셨던 것입니다. 그 두 가지 누룩을 오늘 본문을 통해서 보겠습니다.

   한 여인이 밀가루 서 말로 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서 말”을 무게로 계산하면 꽤 많은 분량이었습니다. 1 말은 1.4kg입니다.그러므로 3 말은 4.2kg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빵을 만든다면 100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비유에서 주목할 단어 하나가 있습니다. 밀가루도 아니고, 누룩도 아닙니다. 밀가루 속에 ‘넣은”이란 단어입니다. 이 단어를 영어 성경(KJV)은 “hid(감췄다)”라고 했고, 헬라어는 “에네크루프센(?ν?κρυψεν)”라고 했습니다. “안에 깊이 숨겨 놓았다.”라는 뜻입니다.

   그 단어 속에는 예수님의 생애가 들어있습니다. 예수님은 30년 동안 산골 나사렛에 당신의 몸을 밀가루 속에 감춰진 누룩처럼 깊이 숨기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어 세상 앞에 당신을 내놓으셨을 때, 수많은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양식”으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첫 번째 메시지는 [천국]이었습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마 4:17) 누룩이 천국과 같다는 말씀이 그 뜻입니다. 예수님은 유월절에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지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예수님은 누룩이 없는 무교병을 들어 올리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당신의 살과 피를 들어 올리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곧 생명의 떡이니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 네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의 안에 거하나니, 이 떡을 먹는 자는 영원히 살리라.” (요 6:48, 55-58) 이것이 성경에 나오는 세 번째 누룩 이야기입니다.

   모세의 유월절 무교병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영생을 얻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룩을 넣지 않은 무교병이 아니라, 예수님의 살을 먹고, 예수님의 보혈을 마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살과 보혈을 언급지 않는 바리새인이나 사두개인의 누룩(가르침)은 그러므로 위선 되고, 거짓된 가르침임을 주님께서 명백히 밝혀놓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새로 제정해 주신 새 누룩을 사도 바울은 이렇게 선포했습니다. 고전 5:6-8절입니다. “너희가 자랑하는 것이 옳지 아니하도다. 적은 누룩이 온 덩어리에 퍼지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느니라. 이러므로 우리가 명절을 지키되 묵은 누룩으로도 말고, 악하고 악의에 찬 누룩으로도 말고, 누룩이 없이 오직 순전함과 진실함의 떡으로 하자.”

   사도 바울은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고 엄중하게 선포했습니다. 모세가 준 유월절 무교병은 이제는 버려야 할 [묵은 누룩]이 된 것입니다. 유월절 어린 양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것이 사망을 넘어가게 하는 [새 누룩]임을 선포했던 것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유월절 어린 양으로 인정하지 않는 영들은 모두 거짓된 영입니다. 지금도 유월절이 되면 누룩을 제거하기 위해서 온 집안을 호들갑스럽게 청소하는 유대인들은 여전히 묵은 누룩을 먹는 무지한 백성입니다. 예수님을 메시야로 인정하지 않는 이단들도 독(毒)을 퍼트리는 [묵은 누룩]들입니다.

   정리합니다. 예수님은 [묵은 누룩]을 유월절 식탁에서 치우셨습니다.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무교병은 이제 유월절 식탁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지금도 땅바닥에 떨어진 그 ‘묵은 누룩’을 먹고 스스로 하나님의 선민 백성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참으로 한심한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은 그 무지한 유대인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암탉이 제 새끼를 날개 아래에 모음 같이 내가 너희의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냐? 그러나 너희가 원하지 아니하였도다.” (눅 13:34)

   이제 우리는 어느 식탁으로 가야 합니까? 유대인의 유월절 식탁입니까? 예수님의 성찬식 식탁입니까? 예수님은 당신의 살과 피로 성찬을 베푸시면서 “나를 기념하라.”하셨습니다. 그래서 초대교회 성도들은 사순절을 제정하고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찢기신 주님의 몸과 보혈을 기념하기 위해 40일 동안 저녁 한 끼만을 먹었습니다. 그 저녁도 좋은 음식은 금했고, 오락도 금했고, 화려한 옷도 입지 않았고, 40일 동안 오직 말씀 묵상과 기도에만 전념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도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무겁게” 사순절을 지켜야 합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심정으로 주님의 살과 보혈을 내 가슴 깊이 “넣고” (에네크루프센:?ν?κρυψεν) 갈보리 십자가를 향해서 한 걸음씩 무겁게 걸어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