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 세월이 주는 희망

창 47:7-10

이제 야곱에게는 탄탄대로만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험악한 세월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겜에서 딸 디나가 강간을 당했고, 오빠들은 그 세겜의 남자들을 잔인하게 죽였습니다. 보복을 두려워했던 야곱은 통곡했습니다. 더 큰 슬픔이 찾아왔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아내 라헬이 막내 베냐민을 낳고 죽었습니다. 세상을 다 잃은 슬픔이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어머니 리브가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고, 아버지도 야곱이 보는 가운데 죽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요셉이 들짐승에게 잡혀 죽었다는 비보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의 험악했던 삶은 그렇게 멈추지 않고 계속 또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일생이 그렇게 끝났다면 아무 의미도 없었을 것입니다. 험악한 삶을 거론한다면 그보다 더 험악하게 산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그의 험악한 삶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삶 속에는 복음(福音)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복음은 하나님의 언약이었습니다. 첫 번째 언약은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창28:15)였고, 두 번째 언약은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라.”(창32:28)였고, 세 번째 언약은 “하나님이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생육하며 번성하라. 한 백성과 백성들의 총회가 네게서 나오고, 왕들이 네 허리에서 나오리라.”(창35:11)였습니다. 이 언약들을 보면, 야곱의 험악한 인생은 단순히 피곤했던 한 인생이 아니라 그의 삶 속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별히 세 번째 언약에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과 그에게서 한 백성과 많은 열방과 왕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말씀이 어떻게 성취되었는지 잘 압니다. 하나님은 그 언약의 성취를 위해서 야곱의 험악했던 삶을 한순간에 뒤집어 놓는 [대반전]을 공개하셨습니다. 그 반전이란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아들 요셉이 애굽의 국무총리가 되어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이 야곱 앞에 현실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정말 대반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70명의 가족을 이끌고 애굽으로 갔고, 바로의 배려로 기름진 고센 땅에 정착해서 후에 애굽인이 두려워할 만큼 엄청난 속도로 생육하고 번성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 역사를 보면, 야곱의 험악했던 삶은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고귀한 선물이 되었던 것입니다. 누군가의 험악한 삶이 누군가에게는 고귀한 선물이 될 수 있다면 그 험악한 삶은 분명 축복일 것입니다.

정리합니다. 필리핀에 닥친 코로나 재앙을 보면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죽어가는 시민들을 보면서 야곱의 “험악한 세월”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미얀마 사태를 보면서 “험악하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이 더욱 위로가 되었고, 더욱 희망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또한 곧 응답해 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요셉]을 통한 그 대반전을 우리에게도, 필리핀 형제들에게도, 미얀마 형제들에게도 곧 주시기를 얍복강에서의 야곱처럼 기도합니다. 

새끼 양을 품에 안고 있는 한 베두인(Bedouin) 노인의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고통의 세월이 묻어 있는 찌든 터번, 깊게 파인 주름살, 한쪽 시력을 잃은 눈, 가마니 같은 덮개, 상처로 가득한 손에서 그가 살아왔을 험악한 세월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를 한참 바라보고 있을 때 제 가슴으로 밀려오는 큰 은혜가 있었습니다. “그가 야곱이고, 그가 필리핀이고, 그가 미얀마이고, 그가 우리구나!” 바로(Pharaoh) 앞에 섰을 때 야곱의 모습이 그 베두인 노인처럼 초라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초라한 야곱에게 대반전이 있었기에 우리에게도 그 반전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험악한 상황들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대반전을 속히 허락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정말 간절히. 주여! 우리에게도 야곱의 은혜를 베푸소서. 아멘.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지금 말씀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이가 말씀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하지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라.”

(사4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