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평토장

눅 11:42-44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에게 폭탄 선언을 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은 3절로 되어 있는데, 그 한 절 한 절을 시작할 때마다 “화 있을진저”라고 하셨습니다. 구약의 선지자들이 이 표현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 의미는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마태복음 23장에는 바리새인을 향해서 7번이나 “화 있을진저”라고 하셨습니다. 그처럼 예수님은 그들을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고 직설적 화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왜 그들에게 진노하셨던 것입니까? 그들이 사사건건 예수님의 말씀에 트집을 잡고 예수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기 때문이었습니까? 아닙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향한 트집에 대해서는 대항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셨기때문에 헤롯과 빌라도 앞에서처럼 무시하거나 침묵하셨습니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에게는 달랐습니다. 예수님이 문제를 삼았던 것은 그들이 예수님께 행했던 일이 아니라, 그들이 사람들에게 행했던 일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마 23:13)”라고 하셨습니다. 그들이 그들 자신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미혹해서 지옥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단들이 이 진노를 받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그 진노 중에서 누가복음 11:44절에 있는 진노만을 보겠습니다. “화 있을진저, 너희는 평토장한 무덤 같아서 그 위를 밟는 사람이 알지못하느니라.” 이 말씀 중에 [평토장]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평토장(Unmarked grave)이란 시신을 땅에 묻고 그 무덤의 높이를 길바닥과 똑같이 평지처럼 만든 무덤을 말합니다. 부자들은 언덕을 사서 굴을 파고, 시신을 그 안에 묻고, 큰 돌을 무덤 문으로 만들어 닫았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봐도 누구든지 그것이 무덤이라는 것을 알게 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평토장으로 장례를 끝냈습니다. 그런데 평토장에는 규례가 있었습니다. 평토장 위에 큰 돌을 놓아야만 했습니다. 평토장을 한 이후에 가족들은 큰 절기가 다가오면 표식을 했던 돌들 위에 회(흰색)를 칠해야만 했습니다. 유대인의 규례 중 하나는 ‘시체와 무덤을 만진 자는 부정한 자’가 되었습니다. 부지 중에라도 시체와 무덤을 만졌다면 반드시 우슬초 물에 씻어 그 부정함을 씻어야만 했습니다. (민 19:18) 그래서 큰 절기가 되면 유대인들이 사방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오게 되는데, 그때 길 주변에 있는 평토장 무덤을 밟게되면 부정한 자가 되기 때문에, ‘여기는 평토장 무덤이니 피해 가십시오’라는 뜻으로 평토장 위에 올려놓았던 돌 위에 회를 칠해서 표시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흘러 그 돌들도 없어지고, 가족들도 더 이상  관리하지 않으면 평토장은 부정한 무덤으로 남게 됩니다.

예수님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회칠한 무덤’이라고 하셨고, (마 23:27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회칠한 무덤같으니,”)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내려서 표식도 없는 '평토장'으로 취급하셨던 것입니다. “화 있을진저, 너희는 평토장한 무덤 같아서 그 위를 밟는 사람이 알지못하느니라.” 바리새인들에게는 최악을 평가였고, 치욕스런 저주였습니다. 사도 바울도 유대인을 향해서 같은 선언을 했습니다. “바울이 이르되 회칠한 담이여, 하나님이 너희를 치시리로다. 네가 나를 율법대로 심판한다고 앉아서 율법을 어기고 나를 치라 하였느냐?” (행 23:3)

성경에는 또 하나의 무덤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빈 무덤’입니다. 그 빈 무덤 위에는 ‘부정한 곳’이라는 의미의 큰 돌문은 더는 없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새 생명을 주는 가장 거룩한 곳’이라는 의미의 [십자가]가 세워져 있습니다. 민수기 21장에 보면, 불신앙과 불순종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불뱀에 물려서 죽게 되었습니다. 그때 모세가 한 장대를 높이 세우고, 사람들에게 그 장대를 바라보라고 했습니다. 그 장대를 바라보는 자마다 살아났습니다. 그 장대 위에는 놋으로 만든 뱀이 걸려 있었습니다.십자가의 예표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친히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 3:14-1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리합니다. 예수님은 율법에 목숨을 걸었던 바리새인들을 ‘회칠한 무덤,’  ‘평토장’이라고 하셨습니다. 바울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그 회칠한 무덤 속에 갇혀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부활의 예수님을 만난 이후에 그는 새 삶을 얻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아니었다면 그도 많은 사람을 지옥으로 끌고 갔던 ‘평토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처럼 예수님의 죽음, 예수님의 십자가, 예수님의 부활은 바울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며 은혜였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그리스도 믿고 영접한 사람들은 예수님처럼 살아야 합니다. 바리새인들처럼 거짓되게, 위선되게, 다른 사람들까지 지옥으로 끌고 가는 삶을 살지 않아야 합니다. 

한 사람을 소개하겠습니다. 에이미 카마이클(Amy Carmichael, 1867~1951)입니다. 에이미는 영국 북아일랜드에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나중에 공장에서 일하면서 야학으로 공부했습니다. 어느 날, 한 부흥회에서 큰 은혜를 받고 선교사로 헌신했습니다. 첫번째 선교지는 일본이었습니다. 2년 후, 1895(28살)년에 에이미는 인도 남부 방갈로르(Bengaluru)로 갔습니다. 그 당시 인도 사원 안에는 ‘데바다시(Devadasis)’라는 사원 소녀들이 있었습니다. 사원을 청소하고, 신상에 부채질을 하고, 춤을 추며, 노래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그 소녀들을 신과 결혼했다고 여기고 신의 축복을 받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어린 소녀들이 사원 안에서 매춘을 강요당했습니다. ‘데바다시’ 소녀들은 철통 경비 속에서 사원을 탈출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을 알게 된 에이미는 ‘데바다시’ 소녀들을 구출하는 일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1901년 3월 ‘프리나(7살)’라는 소녀를 시작으로 에이미는 많은 데바다시 소녀들을 구출했습니다. 그리고 가난하고 아픈 소년, 소녀들을 모아서 도나부르(Dohnavur) 공동체를 설립했습니다. 에이미가 있을 때 1,000명의 소년, 소녀들이 있었는데, 도나부르 공동체는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에이미가 한 소년을 마드라스(Madras)에 보냈습니다. 마드라스는 지금의 첸나이(Chennai)입니다. (첸나이는 사도 도마가 그곳에 있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순교했던 곳입니다.) 그 소년을 만났던 어른이 물었습니다. “네가 있는 도나부르 공동체는 어느 교단에 속해 있느냐? 장로교니? 감리교니? 침례교니?” 소년이 그 어른에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어른은 그 소년이 말귀를 못 알아들었구나 싶어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리스도인도 종류가 많이 있단다. 너는 그들 중 어디에 속해있느냐?” 소년이 다시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냥 그리스도인입니다.” 이 대화에서 에이미가 어떤 신앙을 아이들에게 주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에이미는 도나부르 아이들을 ‘어느 교단의 아이들’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아이들’로 키웠던 것입니다.

   에이미는 죽음 앞에서 자신의 무덤을 만들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녀의 부탁대로 시신을 도나부르 공동체에 묻었지만, 그녀의 무덤 위에는 꽃씨만 뿌렸습니다. 그곳이 에이미의 무덤이란 그 어떤 표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후에 그녀를 잊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가 잠든 무덤 위에 작은 돌 하나를 올려놓았습니다. 그 돌 위에 한 단어만 새겨놓았습니다. “AMMAI” ‘어머니’란 뜻이었습니다. 그 비문이 있기 전까지 에이미 카마이클의 무덤은 ‘평토장’이었습니다. 바리새인의 평토장과 에이미의 평토장은 결코 같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주님을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주님으로부터 책망과 진노가 아니라 칭찬과 상을 받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누구든지 너희가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 하여 물 한 그릇이라도 주면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가 결코 상을 잃지 않으리라”.

(마가복음 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