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었군요.

눅 22:7-13

 

    예수님은 마지막 시간을 아시고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초조해 하지도 않으셨고, 서두르지도 않으셨습니다. 차분한 모습으로 생각해 두셨던 일들을 하나하나 진행해 가셨습니다. 여리고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 베다니 근처에서 두 제자들을 불러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맞은편 마을로 가라. 그리로 들어가면 아직 아무도 타지 않은 나귀 새끼가 매여 있는 것을 보리라. 그것을 풀어서 끌고 오너라.” (눅 19:30) 그 두 제자는 베드로와 요한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속으로 “매어 있는 나귀 새끼라고 하셨지, 매어 있는 나귀 새끼...” 그렇게 중얼거리며 예수님이 지시한 곳으로 갔습니다. 잠시 후에 두 제자는 실제로 매어 있는 한 나귀 새끼를 발견하고 놀랬습니다. 그처럼 예수님은 제자들이 알지 못했고, 제자들이 준비하지 않았던 일들을 친히 준비해 놓고 계셨던 것입니다.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셨던 예수님께서 다시 두 제자를 불러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도 베드로와 요한이었습니다. (눅 22:8) “유월절 음식을 준비하거라.” 그들이 말했습니다. “어디에다 마련할까요?” 그때 예수님은 “성 안에 들어가면 물 한 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를 따라가라.” (눅 22:10) 한글 번역은 “물 한 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대부분 그 사람이 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 우물이나 냇가에서 물을 길어오는 사람은 여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 원어로 보면 그 사람은 남자였습니다. 헬라어에도 불어와 독일어처럼 남성, 여성, 중성 명사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물동이를 들고 가는 사람”은 남성 명사였습니다. 그래서 물을 긷는 많은 여인들 속에서 “물 긷는 남자”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그의 뒤를 몰래 따라갔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 남자의 뒤를 따라가다가 그가 집으로 들어가면, 그 집으로 함께 들어가 주인을 만나 이렇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선생님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방을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눅 22:11) 예수님의 말씀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러면 그 주인이 이미 준비해 놓은 큰 다락방을 보여줄 것이다.” 예수님은 그처럼 최후의 만찬 장소까지 친히 준비해 놓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탄생하셨을 때, 예수님을 위한 방은 준비되어 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후의 만찬을 위한 다락방은 예수님이 친히 준비하셨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눈을 다락방을 제공해 주었던 그 주인 대신에 물 한 동이를 길어왔던 그 남자에게 주목해 보겠습니다. 다른 복음서들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그 다락방은 마가의 다락방이었습니다. 마가의 다락방에서 제일 가까운 샘터는 실로암이었습니다. 실로암은 기혼 샘에서 발원하여, 히스기야 수로를 통해서 내려오는 시원하고 신선한 물이 가득히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의 젖줄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그 실로암에서 한 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가지고 갔던 것입니다. 실로암에서 마가의 다락방까지는 매우 가파른 언덕길이었습니다. 힘들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그 힘든 일을 그가 하도록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유월절 음식을 나누신 후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 겉옷을 벗으셨습니다. 그리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셨습니다. 제자들은 영문을 알지 못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실로암에서 물을 길어왔던 그 남자에게 사인을 보냈습니다. 그 남자는 즉시 길어왔던 물을 대야로 옮겨 담아 예수님 앞으로 가지고 나왔습니다. 예수님은 그 대야에 담긴 물로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물이 그처럼 귀하게 쓰일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나귀 주인도 자신의 어린 나귀가 그렇게 귀하게 쓰일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어린아이가 가지고 있었던 보리 떡 다섯 개와 생선 두 마리가 그렇게 놀라운 일을 하게 되리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어린아이가 가지고 있었던 그 오병이어도 주님께서 친히 준비해 놓으셨던 것이 분명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로 가실 때, 고통과 무게를 견디지 못하시고 길 위에 쓰러지셨습니다. 그때 로마 병정들이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을 지목하여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그로 하여금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게 했습니다. 그 남자는 정말 재수 없이 걸렸던 것일까요? 아니면, 예수님께서 미리 준비해 놓으셨던 사람이었을까요? 예수님의 거룩한 십자가가 “재수 없는 사람”에게 그렇게 쉽게 넘겨질 수 있었을까요? 예수님께서 그렇게 되도록 허락하셨을까요? 아닙니다. 결코 아니었을 것입니다. 구레네 시몬도 주님께서 미리 준비해 놓으셨던 사람이었다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여러분의 삶이 너무 허접스럽다고 생각되십니까? 그래서 버리고 싶고, 그래서 숨기고 싶습니까? 아닙니다. 여러분에게 있는 것이 비록 볼품없고, 미천하고, 너무 작은 것이라도 그것들이 주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것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그것들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영광이 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하늘만을 보고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을 우습게 여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작은 삶을 주님이 쓰시겠다고 하시면 가장 아름답게 쓰임을 받는 복된 삶이 될 것입니다. 그런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한번은 뉴스 시간에 이런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나가던 한 행인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길 위에 쓰러졌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우왕좌왕할 때 한 여자가 앞으로 나아와 무릎을 꿇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응급처지가 끝나갈 때 119 앰뷸런스가 도착했습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그 여자 분은 조용히 사라졌고,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살아났습니다. 그 일이 뉴스에 보도되었던 것은 그 고마운 은인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후에 그 은인을 찾았을 때 많은 사람이 말했을 것입니다. “그 분이 당신이었군요.”

    시간이 흘러 우리가 오병이어를 드렸던 그 어린이를 다시 만나가 된다면 우리는 그에게 말할 것입니다. “그때 그 어린이가 당신이었군요. 감사합니다.” 먼 훗날, 구레네 시몬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또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때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셨던 분이 당신이었군요. 감사합니다.” 먼 훗날 나귀 새끼 주인에게도, 먼 훗날 물을 길어왔던 그 남자에게도 “그 분이 당신이었군요. 감사합니다.”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일이, 우리의 작은 섬김이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주님은 그 작은 일을 결코 잊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마 10:42)

    정리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요 5:17) 데살로니가전서 5:19절은 “성령을 소멸치 말라.”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들은 삼위일체 하나님께서는 멈추심이 없이 지금도 일하시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하시려는 일들을 위해서 지금도 이곳 저곳에 많은 사람들을 주님이 친히 예비해 놓으셨다는 뜻이 됩니다. 주님께는 지금도 오병이어를 내놓을 수 있는 어린이가 필요하고,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갈 수 있는 구레네 시몬이 필요하고, 물을 길어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다락방을 준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나귀를 아낌없이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의 일을 위해서 주님이 친히 준비해놓으시는 바로 [그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여러분도 꼭 그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당신이었군요! 주님이 친히 예비해 놓으셨던 바로 그 사람이...”

“주께서 이르시되 일어나 직가라 하는 거리로 가서 유다의 집에서 다소 사람 사울이라 하는 사람을 찾으라. 그가 기도하는 중이니라. 그 사람은 내 이름을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택한 나의 그릇이라.” (행 9:11, 15)

아나니아가 청년 사울을 만났을 때 말했습니다.

“당신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