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 있음

요 2:1-11

    즐거워해야 할 잔칫집에 근심과 걱정이 엄습해 왔습니다. 있어야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대인 결혼식 피로연에서 포도주는 한 달 동안 마셔도 남을 만큼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포도주가 연회 중에 갑자기 떨어졌습니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님이 그 연회에 초대되셨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께 가서 “포도주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마리아가 몹시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것이 손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접받는 사람은 주인이 더 없다고 하면 더 없는 것으로 여기고 넘어가면 됩니다. 그러나 대접하는 사람에게 “없음”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중대한 사건이 됩니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신랑신부와 매우 가까운 친척이었음을 추측하게 합니다.

    가나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작은 산동네였습니다. 사방에는 돌만 널려있는 깡촌이었습니다. 2천 년 전에는 더 열악했을 달동네였습니다. 없는 사람들이 결혼하고, 최선을 다해서 피로연을 준비했는데 포도주가 떨어졌던 그 이유를 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살림의 형편이 부족해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예상했던 손님들보다 더 많이 왔던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 배경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마리아가 했던 말에 있습니다. “포도주가 없다.”였습니다.

    우리도 살다보면 그런 일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없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오케이. 알겠어!”하면서 지나칠 수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는 마리아처럼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하고 넘어가야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얀마에 지금 먹을 것이 없습니다. 돈이 없습니다. 쌀이 없습니다. 자유가 없습니다. 없는 것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습니다. 미얀마 밖에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미얀마에 먹을 것이 없나 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미얀마 사람들에게 그 “없음”은 생존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마리아의 다급했던 그 심정으로 지금의 미얀마를 봅니다.

    저는 오늘 본문에서 두 번째 중요한 단어를 만났습니다. “갖다 주라!” (8절) 예수님이 하인들에게 하셨던 말씀이셨습니다. 오병이어 기적을 일으키시기 전에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라고 하셨습니다. (마14:16) 예수님은 우리 손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 따로 있음을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마음만 안타까워하지 말고, 말만 “정말 안 됐다!”하지 말고,“너희가 먹을 직접 갖다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었고, 포도주는 기적이 되었습니다. 11절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물이 포도주가 되고, 포도주는 제자들에게 믿음을 심는 기적이 되었습니다. 그 기적을 일으켰던 결정적인 열쇠(Key)는 바로 [순종]에 있었습니다. 마리아가 하인들에게 말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니라.” (5절) 믿음이 있으면 순종하면 됩니다. 그것이 기적이 됩니다.

    미얀마 메얀청에서 8월 29일과 30일에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31일 새벽 2시에 자다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주라!” 그 음성이 너무도 크고 분명해서 깬 후에 다시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성령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순종하라!” 그래서 31일 아침에 일어나 선교회 사무총장 송재선장로님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장로님, 10월에 메얀청에 가서 한국 고구마를 파종하면서, 동시에 한센 가족 600 가구 앞으로 한국 라면 한 박스씩을 기증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교회에 선교비가 없으니, 대한적십자사와 같은 기관에 문의해 주셔서 기아에 허덕이는 미얀마 한센인에게 라면을 기부해 줄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봐 주십시오.” 그 문자를 받은 송장로님은 10분 후에 선교회 총무 김영석전도사에게 “라면 800상자를 지금 주문해 주세요. 그리고 곧바로 양곤으로 운송할 수 있는 물류회사를 알아봐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장로님은 개인적으로 라면 800 상자를 후원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순종은 기적을 낳는 좋은 씨앗입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그 말씀대로 순종만 하면 기적은 기본이 됩니다.

    염치없이 장로님께 또 말했습니다. “선교통신 229호에 첨부했던 사진들을 눈 여겨 보시면, 급식을 받으러 나왔던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가 창골 했을 때도 양곤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급식을 타기 위해서 줄은 섰던 사람들 모두가 마스크를 썼다는 것은 미디어에는 보도가 되지 않고 있지만, 미얀마에 코로나가 재 유행을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현재 한국에는 재고 마스크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마스크 5,000장도 함께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장로님은 곧바로 마스크도 추가로 주문하라고 했습니다.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10월 중순에 미얀마에 가서 직접 라면과 마스크를 전달하려면 선박을 통해서 양곤으로 속히 배송해야 합니다. 제가 양곤에 도착하기 전에 그 물품들이 도착하게 되면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급히 필요했습니다. 양곤에 살고 있는 바욱전도사의 집은 너무 작아서 그 물량을 다 보관할 수 없었습니다. 특별히 안전한 장소가 아니면, 라면 탈취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서 반드시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잘 알고 지내는 틴모민사장에게 급전을 보냈습니다. 9월 1일, 이른 아침에 그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양사장님, 기꺼이 돕겠습니다. 800개 라면 상자를 저희 회사 창고에 보관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메얀청까지도 저희 회사 트럭으로 옮겨드리겠습니다. 보관비는 없습니다. 차량비도 없습니다. 운전수 팁만 조금 주시면 됩니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고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연회장에 배달된 진기한 포도주를 맛 본 사람들도 꿈을 꾸는 줄 알았을 것입니다. 오병이어 기적으로 배불리 먹었던 사람들도 꿈을 꾸는 줄 알았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주라"고 말씀하신 지  단 하루만에 완벽하게 응답되었습니다. 우리는 꿈만 꾸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기적 속에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선교통신 229호를 받아 보시고 선배 되시는 서울신대 박영환교수님이 곧바로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양선교사님, 선교는 결과가 아닙니다. 과정입니다. 목적을 향해 걷는 일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공감했습니다. 선교는 선교지에 교회를 몇 개 세웠느냐는 결과물로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선교의 과정 속에 나타나신 하나님의 선교 이야기가 곧 선교입니다. 메얀청 교회 설립보다, 리안전도사의 용맹한 사역이 메얀청에 나타나고 있는 하나님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선교의 본질입니다.

    마리아의 손 안에는 [없음]이 있었지만, 예수님의 손 안에는 [있음]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믿음이 없다면, 우리에게 순종이 없다면 그 [있음]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없음]을 근심하지 마십시오. [있음]을 믿으십시오. 오늘도 그 [있음] 때문에 물이 포도주가 되고, 포도주가 기적이 됩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요한복음 14:1

예수님 = 있음

항상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