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낫고자 하느냐?

요 5:1-9

    예루살렘 성에는 동서남북으로 많은 성문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최북단에 있는 양의 문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장 가까운 성문입니다. 그 문을 [양의 문]이라 한 것은 유대인들이 제물로 드릴 양들을 성전으로 가지고 들어갈 때, 그 문을 통해서 들어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진이나 그림에서 보는 양들은 털이 하얗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양의 털은 매우 더럽습니다. 그래서 제물로 드리기 전에 사람들은 그 양문에서 양들을 깨끗이 씻겼습니다. 매일 매일 물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전 산 북쪽에서 동쪽 기드론 골짜기로 내려가는 작은 시냇물을 막아 물을 담수해서 인공 골짜기를 만들었습니다. 담수되어지는 물의 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작은 연못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베데스다 연못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베데스다 연못 주변은 양들이 아니라 환자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그곳에서 희한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끔 천사가 그 연못으로 내려오면 물이 비정상적으로 흔들리게 되었는데, 그 순간 제일 먼저 연못으로 들어가는 환자는 그 병이 어떤 병이든 깨끗이 낫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에서 수많은 환자들이 몰려와 기적의 주인공이 될 때까지 그 베데스다를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기숙했습니다. 환자들이 점점 많아지자 예루살렘 성전의 대제사장은 주전 200년경에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해서 베데스다의 크기를 몇 배로 넓혔습니다. 그리고 환자들이 눕고, 잘 수 있도록 베데스다 주변에 지붕이 있는 큰 행각(hall) 다섯 채도 건축해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 당시의 베데스다를 작은 수영장 규모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물이 가득 담수된 깊이가 10미터가 넘는 작은 저수지와 같은 큰 연못이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앞 다투어 먼저 들어가려고 몸싸움을 하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익사할 수도 있었던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그처럼 환자들에게 위험했던 곳을 [베데스다]라 불렀습니다. 그 뜻은 “은혜의 집”이란 뜻이었습니다. 그 이름은 현장의 위험성으로부터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은혜가 무엇입니까? 베데스다는 “은혜”가 아니었습니다. 힘없는 환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였던 “절망의 집”이었습니다. 베데스다가 정말 “은혜의 집”이었다면 예수님은 그 베데스다를 찾아가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베데스다는 “은혜”가 아니라, 먼저 들어가야만 사는 즉 “행함”이 전제된 율법만 가득했던 곳이었습니다. 그 행함은 [1mm] 손끝 경쟁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1미터도 아니고, 1센티미터도 아니었습니다. 1mm였습니다. 그 1mm를 뚫고 제일 먼저 연못의 물을 손끝으로 터치해야만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살기 위해서 다른 환자들을 제치고, 아니 짓밟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던 참으로 가혹하고 처절한 사투가 벌어졌던 곳이었습니다.

    그 베데스다가 환자들에게 던지고 있었던 메시지는 너무도 간단했습니다. “최후의 1인자가 되라. 능력이 안 되는 자는 죽어라!”였습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에게 던져졌던 그 메시지는 모든 환자들에게 [절망]이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38년 동안 병을 앓았던 환자의 절규가 그 절망을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물이 움직일 때 나를 연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가는 동안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갑니다.” 얼마나 절망적인 말입니까? 베데스다 연못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의 곁에도 많은 친구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외쳤습니다. “내게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그 환자처럼 외치고 있습니다. “내게는 사람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외로움 속에서, 소외됨 속에서, 절망 속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의 본문 말씀을 사회적인 시각에서만 보면 안 됩니다. 절망을 상징했던 베데스다를 주목하지 말고, 베데스다를 찾아와 주셨던 예수님을 주목해야만 합니다. 환자들이 주목했던 그 앞쪽에는 [가짜 은혜] [위장된 은혜] [사이비 은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베데스다 뒤쪽에는 [진짜 은혜]가 되시는 예수님이 와 계셨습니다. “진짜 은혜”가 무엇입니까? “진짜 은혜”는 예수님이 하셨던 말씀 안에 있었습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38년 된 환자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병을 고쳐달라고 먼저 간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도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그를 회복시켜주시기로 이미 결정하시고, 그에게 참 기적을 주시기로 이미 결정하시고, 그를 살려주기로 이미 결정하시고 먼저 그에게 일방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이것이 참 은혜입니다. 그래서 참 은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우리의 행함을 보시고 주시는 보상이 아니라, 죄인 된 우리에게 값없이 내어주시는 선물입니다. 그것이 참 은혜입니다.

    38년 된 환자는 기적을 얻기 위해서 예수님께 그 어떤 율법적인 [행함]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가 예수님께 보여주었던 것은 불평뿐이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네가 낫고자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그는 자신에게 기적을 달라고 예수님께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받았던 것은 [요청도 하지 않았던 기적]이었습니다. 그가 받았던 것은 주님의 [조건 없는 선물]이었습니다. 그것이 참 은혜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은혜를 그에게 베풀자 그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기적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를 등에 업고 베데스다 연못까지 뛰어가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은 “율법”을 상징했던 그 연못으로 그 “환자" 그 "죄인”을 데리고 달려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주님이 그에게 하셨던 말씀은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였습니다. 기적은 베데스다 연못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 안에 있었습니다. 환자였던 그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뛰어가면서 뭐라고 외쳤을까요? “이 어찌된 은혜인가? 주님의 은혜는 참으로 놀랍고 놀랍도다!”라고 했을 것입니다. 베데스다 연못에는 그런 은혜가ㅕ 없었습니다. 율법은 그런 은혜를 줄 수가 없습니다. 38년 된 병자가 받았던 그 놀라운 은혜를 여러분도 사모하십니까? 그렇다면 사람들이 있는 앞을 보지 말고, 뒤를 돌아보십시오. 그곳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한센 마을에서 38년 된 그 병자와 같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없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돈이 없습니다. 약이 없습니다. 쌀이 없습니다.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선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을 업고 베데스다를 향해서 뛰어갈까요? 그들이 1mm 터치를 통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 1mm 경쟁 속에서 뛸까요? 오늘 본문은 저에게 명확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고 외치는 그 한센인들에게 가서 외쳐야 할  말씀을 찾았습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딸라에 있는 한센인들이, 메얀청에 있는 한센인들이 베데스다 연못이 주는 헛된 기대, 가짜 희망, 허상의 기적이 아니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참된 은혜를 받고 하나님의 자녀들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께서 우리 등 뒤에 서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 조건없는 은혜를 주시기 위해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