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얀청 삭개오들

누가복음 19:5

    대한민국의 국세청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국세청장은 차관급으로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는 권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금 문제에 걸리지 않을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세무조사가 나온다고 하면 모든 기업인이 두려워합니다. 세관장 삭개오가 그런 권세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삭개오는 비호감 1호였습니다. 칼을 든 강도보다 더 악한 자로 취급했고, 부패한 관료로 분류했습니다. 그가 부자라고 했지만, 유대인들에게 삭개오는 로마제국에 붙어서 버티는 기생충에 불과했습니다. 그처럼 삭개오는 유대인이었지만 유대사회에서는 패륜아처럼 제외되었습니다. 그는 출세한 사람이었지만, 참 복잡하게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거기에 삭개오는 키가 작은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께로 몰려온 많은 군중 때문에 키가 작은 삭개오는 예수님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 작음이 그에게는 치명적인 약점, 단점, 핸디캡이 되었습니다. 높은 직위와 상류층 클래스가 그 약점과 단점을 가려주지 못했습니다. 삭개오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회적 정죄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죄인]이라고 했습니다. “뭇 사람이 보고 수군거려 이르되 저가 죄인의 집에 유하러 들어갔도다.” (7절) 당시 유대인이 말했던 [죄인]은 단지 ‘죄를 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주 받은 자’ ‘부정한 자’ ‘상종할 수 없는 자’로 정죄했습니다. 그처럼 유대사회는 그에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침몰한 선박의 선체 내에는 공기가 남아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을 에어포켓(Air Pocket)이라고 합니다. 침수된 상태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질식해서 죽게 되었을 때, 그 에어포켓을 찾게 되면 구출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어포켓은 생명 공간입니다. 여리고의 거리는 침몰한 배와 같았습니다. 높은 파도 대신에 수많은 인파가 삭개오를 덮치고 있었습니다. 인간장벽 앞에서 그는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뽕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그 뽕나무가 삭개오에게는 에어포켓이었습니다. 나무 위에서 그는 숨을 길게 쉴 수 있었습니다. 그의 시야에 예수님도 시원하게 들어왔습니다. 아래 공기와 위에 공기가 너무도 달랐습니다. 분명했던 것은 그는 예수님께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멀리서 그 분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발걸음을 멈추셨습니다. 삭개오가 숨어 있던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순간 삭개오는 자신의 몸을 접어서 작은 나뭇가지들 뒤로 푸욱 숨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삭개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겠다.” 어떻게 예수님은 그의 이름을 아셨을까요? 그런 질문이 여기에서 꼭 필요할까요? 예수님은 이미 그를 알고 계셨습니다. 삭개오는 곧장 뽕나무에서 내려왔습니다. 그것은 그를 밀어냈던 군중 속으로 정면 돌파해서 뛰어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그의 모습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 뒤에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넓은 길을 내어주었습니다. [꼬마 어른]은 어린이처럼 펄펄 뛰면서 그 길을 걸어갔습니다. 춤을 추면서 갔습니다. 당당하게 갔습니다. 예수님께서 그의 뒤를 따라서 걸어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한 삭개오는 큰 잔치를 배설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배를 갚겠나이다.” (8절) 모든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세리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세리가 되지 않은 것을 천만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누가복음 18:11절입니다.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이르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그처럼 세리는 토색하고 불의한 사람으로 정죄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삭개오는 그처럼 비난을 받았던 세리로 살지 않고, 그의 이름처럼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삭개오란 이름의 뜻은 “순수한(pure), 순결한(innocent)”이란 의미였습니다. 속사람이 깨끗했던 예수님의 제자 나다나엘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삭개오의 진실, 삭개오의 진정성을 이미 아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의 집으로 들어가셨다는 것은 그의 순결한(삭개오)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의 주인이 되어 주셨다는 뜻입니다.

    삭개오의 결단을 보시고 예수님은 위대한 선포를 하셨습니다. 9절과 10절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할렐루야입니다. 그 은혜의 주님을 찬양합니다. 예수님은 여리고에서 저녁을 먹고, 하루 밤 주무실 곳을 찾으셨던 것이 아닙니다. “오늘” 구원을 받을 “아브라함의 자손”을 찾으셨던 것입니다. 삭개오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초청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그를 구원의 자리로 초대하셨던 것입니다. 삭개오가 예수님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삭개오가 예수님의 선택을 받았던 것입니다. 구원은 하나님의 선택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서 뽕나무를 보겠습니다. 삭개오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을 뽕나무였습니다. 그저 길거리에 서 있는 한 나무에 불과했습니다. 무시할 수 있고, 무시해도 될 뽕나무였습니다. 그런데 그 뽕나무가 삭개오로 하여금 예수님으로부터 [구원]이란 큰 은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예루살렘 성전이 아닐 수 있습니다. 교회가 아닐 수 있습니다. 기도원이 아닐 수 있습니다. 길거리가 될 수도 있고, 숲속이 될 수도 있고, 부엌이 될 수도 있고, 직장이 될 수도 있고, 병상이 될 수도 있고, 감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많은 군중이 있는 곳보다 오히려 소외된 곳으로 나가셔서 그곳에서 택한 자들을 불러내셨습니다.

    이번에 미얀마 메얀청을 다녔습니다. 메얀청이 그 뽕나무입니다. 그곳에서 삭개오와 같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한센인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사회적 정죄를 받고, 숨을 쉬지 못하고 병든 몸을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메얀청에 많습니다. 신(神)의 저주를 받은 병을 짊어지고,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가는 [죄인들의 마을]로 인식된 메얀청입니다. 그런데 그곳에 [에어포켓]이 생겼습니다. 메얀청 새생명교회가 그곳입니다. 복음이 있는 곳입니다. 구원이 있는 곳입니다. 예수님이 계신 곳입니다. 이번에 교인들에게 라면 외에 쌀 한 포대씩을 더 주겠다고 하면서, 현재 교회에 몇 가정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리안전도사는 30가정이라고 했습니다. 놀라운 숫자였습니다. 불교마을에서 벌써 크리스천 30가정이 나온 것입니다. 그들이 예수님의 선택을 받은 메얀청의 [삭개오]들이었습니다.

    선교의 목적은 예배당을 지어주고, 선교센타를 건축해 주고, 병원을 세워주고, 농기계를 기부하고, 라면을 주고, 고구마를 주고, 쌀을 주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들을 통해서 삭개오를 찾아내는 일이 선교입니다. 땅에 [복음]을 뿌리면 “옥토”에서 싹이 올라옵니다. 그들이 바로 하나님이 선택한 삭개오들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그 날까지 예수의 복음을 뿌릴 것입니다. 예수님이 여리고 길을 걷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메얀청 길을 걷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우리 앞으로 걷고 계십니다. 그 분의 선택이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