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통신 42호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주님의 평강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필리핀 선교를 담당하면서 수시로 필리핀 선교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험한 나라에서 선교하는 선교사님들을 생각하고는 합니다. 그때마다 정신이 꼿꼿이 섭니다. 또한 후원해 주시는 성도님들과 교회들의 기도를 생각할 때마다 다시 정신이 꼿꼿이 섭니다. 더 열심히, 더 성실히 섬겨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합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집중했던 사역들은 주로 훈련 사역이었습니다. 목회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선교의 현장에서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잘 훈련시켜서 하나님 앞에 훌륭한 일군들로 세워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하나님께 턱없이 부족한 종이지만, 그 일을 위해서 주님이 주시는 힘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천천히 가게 하시는 선교
최영인선교사가 지난 6월부터 필리핀 대학에서 영어 과목을 가르치면서 원래 영어를 잘하는 필리핀 대학생들이니 이 정도의 수준에서 출발을 하자 하고 교안을 준비해서 첫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첫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서 한 말은 “단계를 더 낮춰야겠어요.”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서 한 말은 “한 단계 더 낮춰야겠어요.”였습니다. 그렇게 매주 교안 낮추기 작업을 몇 번씩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상황은 비단 대학 강의실에서만이 아니라, 딸라 사역지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딸라의 경우, 대부분이 초신자들입니다. 모세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모세가 누구인지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디모데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디모데가 누구인지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이 정도는 알고 있겠지 생각하고 속도를 내다보면 모두들 어지러워합니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합니다. 버나(Verna)전도사 딸 베로니카(Veronica)가 출생한지 10개월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이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빠, 엄마는 매일 같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너는 왜 이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는 거야?”라고 합니다. 성도들을 바라보는 선교사의 마음이 그와 같을 때가 많습니다. 초보의 옷을 벗고 빨리 성장해서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여러 일들을 서두르지만,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40년 걸렸던 모세의 광야를 생각하게 하고는 합니다. 천천히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난장판이 된 교회 화단
비전 센타 앞에는 작은 화단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전을 아름답게 단장한다는 마음으로 좋은 나무와 꽃을 심었습니다. 그랬더니 성도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며칠이나 갈까?” 그렇게 말할 때 저는 속으로 아무 일도 없을거야 하며 믿었습니다. 그런데 성도들 예상대로 며칠 만에 사람들이 나무와 꽃들을 다 뽑아가 버렸습니다. 그러자 성도들이 집에서 키운 화초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딸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초들이었기 때문에 도둑맞을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화분들이 모두 녹슨 깡통들이었습니다. 그래도 교회 앞에 놓는 화초들인데 깨끗한 화분에 담아서 놓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화원에 가서 화분을 사서 옮겨 심었습니다. 그랬더니 성도들이 다시 “며칠이나 갈까?”했습니다. 그 말대로 며칠 후에 화분들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화초들만 처참한 모습으로 땅바닥에 던져져 있었습니다. 너무 실망해서 한 달 이상 화단을 가꾸지 않았습니다. 점점 화단이 흉하게 되어 결국 화단을 정돈했습니다. 결국 훔쳐가도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을 저렴한 나무들과 화초들을 사다가 심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8개월 동안 아무 탈이 없이 나무들이 잘 자랐습니다. 볼품없었던 나무들도 제법 나무다운 자태를 갖게 되었습니다. 볼 때마다 “기특한 녀석들”하며 물을 주었는데, 오늘 아침에 교회에 도착해서 보니 화단이 다시 난장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잘 키운 나무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잃어버린 나무들보다 난장판이 된 화단의 모습을 보면서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시 한번 선교를 깊이 생각하게 했습니다. 나무가 아니라 정성을 다해서 키우는 제자들이 후에 악한 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더 철저히 깨어있어야 함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다 돕지 못하는 안타까움
선교사에게 주어진 고통 중에 하나는 어려운 성도들을 마음껏 돕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성도들의 90% 이상이 거의 동일한 가정 형편에서 살고 있습니다. 배가 고파도 먹을 양식이 없고, 몸이 아파도 약이 없고, 지붕이 새도 고칠 돈이 없고, 우는 아이들에게 학용품 사 줄 돈이 없고, 체납된 공과금 납부서는 목을 조입니다. 그들을 위해서 100만불을 풀어도 그들의 굶주림을 속 시원히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모두가 오병이어 역사를 기대하고 있지만, 선교사의 바구니는 그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는 늘 죄인이 되고는 합니다. 필리핀 정부의 지원이 없이, 선교사 혼자 한센인 자립 농장을 운영하는 일 또한 필리핀에서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돈이 필요한 성도들을 마음껏 다 돕지 못하는 고통은 선교사가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숙제입니다.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선교를 위한 기도
장애인 선교는 꼭 섬기고 싶은 선교 중에 하나입니다. 장애인들이 너무 열락한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전문적인 경험이나 프로그램이 없어서 현재는 성장보다는 퇴보된 상태로 있습니다. 작년 10월에 가졌던 첫 장애인 예배 때는 약 70명이 나왔는데 현재는 15명 정도만 참석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2시에 드려지는 장애인 예배는 찬양과 말씀과 기도와 친교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참석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소아 장애인들(5살-9살), 시각장애인들, 청각장애인들, 지체장애인들입니다. 청각장애인 (27살, 30살 아기 엄마들) 경우, 수화 통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주 빠지지 않고 예배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다운증후군, 지적장애인, 지체 장애인, 등등. 어느 누구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친구들입니다. 많은 선교사들이 이 장애인 선교에 헌신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필리핀에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돈이 될 만한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한편 원석을 놓고 정교하게 조각해서 진귀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선교사의 사명은 쓰레기를 뒤져서 보석을 찾아내듯이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인재를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원석처럼 거친 사람들을 잘 다듬어서 하나님의 멋진 작품이 되도록 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 일에 전심전력을 하려고 합니다. 선교통신을 쓸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써야 하는데 하는 부담감은 이제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대신 공방에서 하루 종일 똑같은 소리 뚝딱뚝딱 망치 소리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훌륭한 제자들을 조각해낸다는 사명감으로 그 일에 전력하려고 합니다. 그 일이 저희가 딸라에 더 오래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과 영광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보내주시는 기도와 후원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