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타스 선교 (Navotas Mission)

나보타스(Navotas)는 마닐라 북동쪽에 위치한 작은 섬입니다. 다리가 놓여 있고, 마닐라가 가까워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지만, 작은 통통배를 타고 고기를 낚는 어부들도 많습니다. 오래 전에 형성된 길은 실처럼 가늘어서 두 차량이 지나갈 때는 아슬아슬한 곡예를 해야만 합니다. 섬 중앙은 지대가 낮아 적은 비에도 섬은 금세 물에 잠기고 맙니다. 섬 중앙 왼편에는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공동묘지 또한 비좁아 시신을 묻을 자리가 더 이상 없습니다. 그래서 무덤 위에 또 다른 무덤을 쌓아 올렸습니다. 처음부터 4개 혹은 5개 무덤을 올릴 것을 계산하고 기초부터 튼튼히 해놓은 무덤은 없습니다. 그래서 무게를 견디지 못한 무덤들은 폭삭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입구가 열린 무덤들 속에는 시신들의 뼈들이 보입니다.

나보타스 공동묘지를 보고 있노라면 산 사람들의 삶이 참으로 기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972년 어느 날, 한 가정이 나보타스 공동묘지를 찾았습니다. 죽은 가족의 무덤에 참배하기 위해서 찾아 온 사람들이 아니라, 잠자리를 찾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시골에서 무작정 마닐라로 온 사람들. 마닐라는 작은 몸뚱이 하나 붙일 수 있는 쉼터를 그들에게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동묘지까지 밀려들어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무덤은 바닥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서 그들에게는 마닐라 호텔과도 같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공동묘지 뒤쪽은 바다로 이어지는데 그곳에는 하얀 백사장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마치 해수욕장에 온 것처럼 좋아했습니다. 그들에게 나보타스는 공동묘지가 아니라 천국과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공동묘지 첫 번째 거주 가족이 되었습니다. 공동묘지 안에 사람이 산다는 소문이 산들바람을 타고 솔솔 밖으로 흘러 나갔습니다. 그리고 한 가정, 두 가정 공동묘지 안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은 1,00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보타스 무덤 마을이 되었습니다.

그곳에 작은 교회 하나가 있습니다. 성당도 없고, 그 어떤 타종교도 없습니다. 그 교회를 섬기고 있는 사람은 도동(Dodong)전도사입니다. 바로 그 사람입니다. 40년 전 가족을 데리고 처음 나보타스 공동묘지로 들어갔던 사람입니다. 도동전도사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니고 중퇴했습니다. 7년 전 도동은 그의 집에서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나보타스 공동묘지 안에서 처음으로 갖게 된 크리스천 모임이었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이 성경공부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교회가 되었습니다. 도동전도사는 만나기 쉽지 않은 참으로 겸손한 크리스천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나에게 “목사님, 목사님까지 저를 Pastor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밖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신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전도사라고 부르니까 그냥 있을 뿐, 저는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에게 “모르셨어요? 사도 베드로는 신학교커녕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훌륭한 하나님의 종이 되었지 않습니까? 도동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도동은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약 3개월 전입니다. 우연히 일간 신문을 보다가 나보타스 공동묘지에 관한 짧은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기사와 함께 실린 나보타스 사진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공동묘지 안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무덤에서 나온 시신의 해골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사진이었습니다. 내 눈으로 직접 그 무덤 마을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나보타스로 갔습니다. 처음 나보타스를 찾았던 날,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공동묘지는 이미 입구에서부터 물이 차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바지를 높이 걷어 올리고 물을 헤치고 공동묘지 사이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내 바지가 젖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저 물이 무덤 속에 있는 시체들을 적시고 나온 물이라 생각하니 몸이 얼음처럼 굳어버렸습니다. 결국 침수 지역을 다니도록 특별히 제작된 키가 높은 자전거를 불러서 타고 묘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신문에 실렸던 사진들보다 나보타스 현장은 훨씬 더 참혹했습니다. 마을 안에는 시궁창 썩는 냄새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똥오줌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수많은 파리 떼처럼 버글버글 넘쳤고, 10대 청소년들은 이 골목, 저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와 마약을 하고 있었습니다.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골목길은 딱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비좁고, 집들은 쓰레기더미에서 골라낸 누더기 합판과 구멍 난 양철로 얼기설기 이어 붙었고, 해변 쪽에 있는 수상가옥들은 한 달 전 태풍으로 산산이 난파되어 앙상한 뼈대 몇 개만 남아 있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공동묘지를 불법으로 점거한 그들을 불법 거주자로 간주하고 그 어떤 피해 보상이나 재해 복구비를 지원해 주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 달 전 태풍으로 약 150개 수상가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나보타스를 방문할 때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무덤 위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술과 담배와 마약에 빠져 있는 많은 젊은이들을 보았습니다. 집을 잃고 망연자실하여 먼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어른들을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나를 그곳으로 인도하셨는지 그 이유를 오랫동안 기도하며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까지 가슴에 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1,000여명의 영혼을 도동전도사와 함께 구원하고 살피라고 부족한 사람을 그곳으로 인도하셨다고 믿고 있습니다. 도동전도사에게 공동 사역에 대한 제 뜻을 전했습니다. 그는 기도 응답이라고 하면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했습니다. 다시 몇 차례 만남을 통해서 앞으로 함께 나보타스 선교를 위해 공동 사역을 하기로 2011년 10월 13일 도동전도사와 선교 합의를 했습니다. 첫 단계로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는 세 가지 선교 사역을 감당하기로 했습니다. 첫째는 주일학교 교사 훈련 사역, 둘째는 장애인 사역, 셋째는 신학생 후보 발굴 및 후원 사역을 맡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딸라 전도사들과 신학생들이 나보타스로 가서 교회학교 교사들을 훈련시키고, 장애인 선교를 시작하고, 미래 나보타스 선교를 감당할 목회자 후보자들을 발굴하여 양육하는 사역을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나보타스 무덤 마을에서 한 자매를 만났습니다. 올해 26살 되었고 두 아이를 가진 엄마라고 했습니다. 언제부터 나보타스에서 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주저함 없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 공동묘지에서 26년 전에 태어났고, 우리 두 아이들도 이 공동묘지에서 태어났어요.”했습니다. 더 이상의 질문을 그녀에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 한 구석이 메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무덤에서 태어나서, 무덤에서 살다가, 그 공동묘지에 묻힐 생각을 하는 사람들. 공동묘지가 그들의 고향이 된 사람들. 그래서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는 나보타스 선교를 이제 시작합니다. 그들이 죄악된 어둠의 땅을 떠나 하나님의 약속의 땅, 천국으로의 영적 출애굽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저희는 나보타스 영혼들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기도해주십시오. 후원해 주십시오. 구원이 절실히 필요한 1,000여명의 잃은 양들이 나보타스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