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48호 (2012. 3. 16.)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미얀마 미션 트립

미얀마 현대 역사
미얀마(Myanmar)는 방글라데쉬, 인도, 중국, 태국 국경과 인접해 있는 나라이다. 인구는 약 5,800만명이며 (2010년), 옛 수도인 양곤(Yangon)은 약 5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1886년에 영국 식민지가 되었고,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1948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러나 1962년 군사 쿠데타 이후 현재까지 군부가 주도하는 미얀마식 사회주의 이념 속에서 나라가 운영되고 있다. 다행히 2010년에 미얀마연합공화국 (The Republic of the Union of Myanmar)이 출범해서 조금씩 민주화 운동이 힘을 내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연합공화국이 되었지만 아직도 탄 슈웨(Than Shwe)가 쥐고 있는 군부 세력의 막강한 힘이 미얀마를 쥐고 흔든다. 실례로 국회 의석 630석 가운데 탄 슈웨에게 충성을 바친 군 출신 국회의원들이 487석을 차지하고 있다. 미얀마는 군인 외에는 총을 가진 자가 없다. 그래서 군부 결정에 반대하는 자들은 모두 학살을 당한다. 총을 가진 자가 힘이다. 총 없는 국민은 힘이 없다. 그래서 힘없는 국민이 민중봉기와 같은 혁명을 주도하기에는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 지금의 미얀마 현실이다.

한 가지 희망은 50년 군사 독재 이후, 2010년에 미얀마 군부는 정권을 민간 정부에게 이양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웅 산 수 치 (Aung San Suu Kyi) 여사 때문에 세계로부터 받았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미얀마 내부는 다르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통령의 목을 붙이고 살리고 하는 최고 권한은 여전히 군부가 쥐고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군부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 헌법에 따라 2010년 민간 정부를 세워주고, 군부 조직에서 탄 슈웨 다음으로 제 2인자가 되는 테인 세인(Thein Sein : 67세)을 첫 대통령으로 세웠다.

그러나 테인 세인은 군부 세력에 무조건 따르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 군부 조직으로부터 과감히 발을 뺐다. 그리고 지금은 민주화를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아웅 산 수 치와 화해를 했고, 지난 2012년 1월에는 투옥되었던 민주인사 400여명을 석방시켰고, 소수 민족 반군인 카렌 정당(KNU)과 평화 협상을 이끌어냈고,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할 수 있도록 인준해 주었고, 외국인이 미얀마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 주는 법안에 사인했다. 테인 세인은 지금 독자적으로 미얀마 개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미얀마에 하루속히 봄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양곤(Yangon)에서 본 미얀마
군사정부가 미얀마의 수도를 2005년에 네피도(Naypyidaw)로 옮기기 전까지 미얀마의 수도는 양곤(Yangon)이었다. 그러나 양곤은 필리핀의 한 작은 시골 도시처럼 다소 빈약해 보인다. 차량은 90% 이상이 30년 혹은 40년이 넘은 고물들이다. 문짝이 없고, 차 안 뿐만 아니라 차 바깥 천장 위까지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 차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곤은 어디를 가나 교통체증이 없다. 새 민간 정부 출범 이후에 차 값이 많이 내렸다고 하지만 한국산 기아(KIA) 소형 승용차의 경우 한 대 값이 미화 50,000불이 넘는다.

양곤에서 볼 수 없는 것 하나가 있다. 오토바이이다. 아시아 국가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오토바이가 양곤에서는 볼 수 없다. 미얀마에 오토바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양곤에만 없다. 양곤을 벗어나 시골로 가면 천지가 오토바이로 즐비하다. 양곤에 오토바이가 없는 이유를 듣고 기가 막혔다. 어느 날 독재자 탄 슈웨가 차를 타고 어디를 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차 앞에서 오토바이들이 알짱알짱해서 그의 차가 몇 번 멈추게 되었는데, 그때 탄 슈웨가 화를 내며 “저것들 다 없애버려!”라고 했다고 한다. 그 다음 날부터 양곤에서 다시는 오토바이를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쉘폰(핸드폰)은 미얀마에서는 부(富)의 상징이다. 핸드폰을 사용하려면 핸드폰 번호를 받아야 한다. 그것을 심(SIM) 카드라고 한다. 필리핀에서 SIM 카드(전화 번호) 하나 가격은 50페소(약 미화 1불)이다. 그런데 미얀마에서 판매되는 SIM 카드 하나 가격은 무려 미화로 600불이다. 5년 전에는 2,000불이었고, 10년 전에는 4,000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양곤 거리에서 핸드폰을 들고 전화하는 사람을 찾는 일은 “숨은 그림 찾기”보다 어렵다.

경제적인 면
미얀마 국민의 년간 소득은 약 1,400불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국민의 30%가 절대 빈곤층에 속한다. 미국 달러 1불은 미얀마 돈으로 800챠드(Kyat)이다. 중학교 교사의 월급은 60,000챠드 (미화 80불)이다. 교사 하루 일당이 미화 2.5불이 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10대, 20대 젊은이들 가운데 80%가 실업자다. 그래서 북쪽 국경을 통해서 중국으로 들어가 몸을 파는 미얀마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남쪽 해안으로는 뉴질랜드와 호주를 향해서 떠나는 보트 피플(Boat People)들이 지금도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군사 독재 정부는 국민을 살려내지 못했다. 그들은 처절히 쇄국 정치를 펼치면서 미얀마를 깊은 암흑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래서 양곤(Yangon)에는 그 흔한 맥도날드(Mc Donald`s), 캔터키 후라이 치킨(KFC)이 단 한 개도 없다.

종교적인 면
미얀마는 불교 신자가 90%이다. 그 다음으로 기독교가 4%, 이슬람교가 4%, 기타 종교가 2%이다. 기독교 선교는 우리나라보다 빠른 약 200년 전에 시작되었다. 특별히 침례교회가 미얀마 선교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활발히 미얀마 선교를 감당해 주고 있다. 미얀마를 돌아다니다 보면 황금색으로 세워진 수많은 파고다(Pagoda)를 볼 수 있다. 절이 아니다. 그곳에서 매일 예배를 드리지는 않는다. 1년에 한번 혹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에 사람들이 그 앞에 모여서 의식을 가질 뿐이다. 국가에서 세우는 파고다도 있고, 한 마을에서 세우는 파고다도 있고, 개인이 집에 세우는 파고다도 있다. 파고다는 하나의 거대한 부적과 같다. 그것을 마을에 세우면 좋은 일만 일어난다고 믿는다. 그것을 집 마당에 세우면 나쁜 영들이 장난을 치지 못한다고 믿는다.

영국이 약 50년 동안 식민지를 하면서 미얀마 이곳 저곳에 교회들을 세웠다. 현재 그 교회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미얀만 군사 정부는 북한과 달리 그 교회 건물들을 파괴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군인들이라 할지라도 그들 대부분은 불교 신자들이었다. 종교는 다르지만 다른 종교의 성스러운 장소를 파괴하면 자신에게 큰 해가 돌아올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미 세워진 교회들은 건들지 않지만, 새로 세우려고 하는 교회들은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일단 세워지면 나중에 허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얀마 선교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선교사 비자는 비자 항목에 아예 없다. 그래서 많은 선교사들이 신분을 위장하고 사업가로 위장을 하고 들어와 선교를 하고 있다. 거리에서 전도지를 배부하거나, 성경을 나눠주는 일은 위험한 일이다. 집회도 어렵다. 대형 전도 집회를 하려면 미얀마 정부에 큰(?) 돈을 먼저 기부해야 집회 허락이 떨어질 수 있다. 정부의 허락 없이 감행하는 집회는 곧바로 감옥으로 직행할 수 있다.

외국인에 대한 제약
외국인은 절대로 미얀마 가정에서 단 하루도 잘 수 없다. 함께 일하고 있는 미얀마 목사라도 외국인은 그 목사 집에서 단 하루도 잘 수가 없다. 외국인은 반드시 호텔에서 자야 한다. 그래서 첫째 날, 예약해 놓은 호텔로 들어갔다. 하루 숙박비는 40불이다. 미얀마 서민들에게는 한 달 치 월급과 같은 돈이다. 그러나 말이 호텔이지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문을 열자마자 100마리가 넘는 모기들이 날아다녔다. 방 크기는 약 두 평도 되는데, 한쪽에 1인용 침대 하나, 삐꺽거리는 책상 하나, 비닐 커버가 찢어진 의자 하나, 손바닥 크기만 한 고물 TV 하나 그리고 소리 나는 선풍기 하나가 전부였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수많은 모기들과 어떻게 자야 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또한 정부의 사전 허락 없이는 미얀마 그 어떤 가정도 방문할 수가 없다. 한센인 마을에 방문을 했을 때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의 집은 한센 마을에서 2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래서 그를 부를 것 없이 직접 그의 집으로 가서 그를 보고 그가 사는 집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함께 갔던 목사들이 두 손을 설레설레 흔들며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이유는 그의 집을 방문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만약 허가증이 없이 그의 집을 방문했다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외국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이 돌아가고 나서 군인들이 나와서 그 집 주인을 체포해서 가고, 방문 허가증이 없는 외국인을 다시는 집 안에 들이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해야 풀려 날 수 있다고 했다. 사회주의 공산 국가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사람들이 사는 생활 실태를 외국인을 통해서 국가 밖으로 알리는 일을 그렇게 차단하고 있었다.

또한 외국인은 사전에 방문허가증 없이 타 지방을 방문할 수 없다. 여행이 자유로울 줄 알았던 나에게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북쪽 산악 지대에 미얀마 한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산악지대까지 방문하기 위해서 방문 일정을 길게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방문하고자 했던 지역들은 지금 신청을 해도 받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지역들은 외국인들에게는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군사 지역이라고 했다. 여행에 많은 제한이 주어졌다.

미얀마 한센 현황
역사적으로 언제부터 미얀마에서 한센병 환자들이 발견되었는지 기록이 불분명하다. 아마 중국과 인도 무역상들이 미얀마에 출입하면서 전염시켰던 것으로 추정한다. 1885년 캐돌릭에서 처음으로 한센환우들을 위해서 4개 보호 시설을 세운 것이 한센선교의 시작이었다. 1931년에는 약 11,000명의 한센환우들이 있었다. 그러나 기록에 보면 1939년까지 정부는 단 한 명만 한센병 환자들을 관리하는 공무원으로 임명을 해서 보냈다. 한 명의 공무원으로 수 만명의 한센 환자들을 관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1969년에는 209,707명이 되었다. 1953년에 한센병원이 최초로 Hyauk Kyant에 설립되었다. 그곳에 약 450명 환자들이 수용되었다. 1986년에 한센병 치료제 MDT가 소개되면서 한센병이 치유된 환자들이 나오게 되었다. 현재 미얀마에는 약 30만명 이상의 한센인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영국구라선교회(TLM), 미국나병선교회(ALM), 기타 NGO 그룹에서 한센인들을 위한 재활 사역들을 돕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한센인들에게 복음을 직접 전하는 선교는 미흡한 편이다. 한인 선교사들과 한국 교회들이 한센 사역에 부분적으로나마 참여해서 미얀마 한센인들을 돕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반갑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Mayanchaung Welfare Center (메얀췅 복지 센타)
미얀마 정부가 세운 한센 병원이 미얀마에 유일하게 하나있다. Yenanthar Leprosy Hospital이다. 양곤에서 동쪽으로 약 8시간 운전해야 도착하는 곳이다. Yenanthar 병원 옆에는 기독교 미션 그룹에서 세운 Mawlamyine Christian Leprosy Hospital이 있다. 그 두 곳은 양성 환자들을 치료하는 전문 병원들이다.

그런데 Yenanthar 병원에서 치료가 끝난 환자들 가운데서 몇몇 환자들을 골라서 보낸 곳이 한 군데 있다. Mayanchaung Welfare Center(메얀췅 복지 센타)가 그곳이다. 양곤(Yangon)에서 차로 약 2시간가량 가야 한다. 그래서 먼저 메얀췅 센타를 방문하기로 했다. Adam목사, Ahdea목사, Chit Maung목사, Simon목사가 동행해 주었다. 그들도 메얀췅 센타에는 처음 가는 길이라고 했다.

가는 길에 과자와 생수를 조금 샀다. 그런데 1시간 이상 달리다가 갑자기 차를 작은 샛길로 틀어서 들어갔다. 목적지에 다 온 것이냐고 물으니 간식을 먹기 위해서 잠시 멈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도로에서 한참 들어가 큰 나무 밑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Adam목사가 사온 과자 한 봉지와 생수 한 병을 나눠주었다. 지방 도로라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굳이 과자 한 조각과 물을 마시기 위해서 그렇게 깊숙이 들어와야 하는지 미얀마 상황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차를 도로 변에 잠시 세우고 차 안에서 간식을 먹고 떠나도 될텐데 왜 이렇게 깊이 들어와서 먹느냐?”고 했다. Adam목사가 웃으면서 간단히 대답했다. “이렇게 해야 안전하지 않아요?” 더 묻지 않았다.

울퉁불퉁했지만 그래도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던 지방 도로에서 벗어나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붉은 색 흙먼지가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다. 한참을 달렸을 때, 나무 하나 없는 허허 벌판에 초라하게 세워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목적지 메얀췅 센타였다. 입구에 도착하자 세 사람이 우리 앞으로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메얀췅 센타 방문을 위한 허가증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도 이미 우리의 방문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환자들의 대표자인 흘리지(Hla Kyi) 형제가 Mayanchaung Welfare Center에 대해서 먼저 브리핑을 했다. 흘리지 형제 역시 한센인이었다. 그곳에는 132명의 한센인이 살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사는 한센인은 없었다. 모두 혼자와 있는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흘리지 형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동안에도 마얀췅 센타는 마치 숨을 쉬지 않는 곳처럼 이쪽도 저쪽도 적막했다. 설명을 다 듣고 물었다. “그런데, 100명이 넘는다는 한센인들은 다 어디에 있습니까?” 흘리지(Hla Kyi)는 웃으면서 자기를 따라 오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따라서 한 허름한 건물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여자 숙소였는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침대 위에 올라가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그처럼 센타에 깊은 정적이 흐르고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긴장했던 사람은 한센인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무서운 수용소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우선 내 자신이 긴장을 빨리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밝게 웃으며 미얀마 말로 인사를 건넸다. “민가라바 (Min-ga-la-ba)" 미얀마 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었다. 아침에 호텔을 떠나기 전에 호텔 주인한데 배운 미얀마 인사말이었다. 그러자 모든 한센인들이 밝게 웃으며 그들도 나에게 ”민가라바!“라고 했다. 한 마디의 미얀마 말이 얼음처럼 차가웠던 분위기를 날려버렸다.

5분 정도 그들에게 격려와 용기가 되는 인사말을 했다. 아담(Adam)목사가 통역을 했다. 인사말을 끝내고 한 분씩 손을 잡아 주었다. 그때까지도 단 한 사람도 그들의 침대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여자 숙소를 떠나려고 하는데 한 분이 ”기도해주세요!“라고 했다. 90%가 불교신자로 알고 있었기에 기도해달라는 요청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특별히 복지 센타로 들어서기 전에, 아담목사가 마얀췅 센타는 미얀마 군부에서 세운 시설이기 때문에 우리들이 목사라는 것은 밝히지 말고 그냥 조용히 시설만 돌아보고 오자고 했었다. 그래서 인사말을 할 때도 기독교에 관한 용어는 하나도 쓰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기도해주세요!“라는 요청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향해 돌아서서 ”저는 크리스천입니다. 그리고 목사입니다. 제게 기도해달라고 하는 것은 내가 믿는 하나님께 여러분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는 뜻인데, 제가 여러분을 위해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해도 되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50여명의 자매들은 한 목소리로 ”예“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를 했다. 기도는 통역이 없었지만 눈을 떴을 때 몇몇 자매가 눈물을 닦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슴이 메어질 것 같았다.

다음 건물로 이동을 했다. 남자 숙소였다. 남자들 역시 자매들처럼 자신의 침대 위에 올라가 똑바른 자세로 앉아 고개만 돌리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군대 내무반 분위기가 아니라, 노예 선에 노예들 같이 보였다.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도록 고통스러웠는지 모른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로봇처럼 되게 했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50명이 넘는 형제들이 한 목소리로 주문 같은 것을 외웠다. 마치 사도신경 암송처럼 마치 한 사람이 암송하듯 암송했다. 아담이 나에게 말했다. “불교 기도문인데, 지금 양목사님을 축복하는 기도문을 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환영에 대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방문한 목적에 대해서 말했다. 다시 한 사람씩 손을 붙잡고 격려해 주었다. 상처 부위들이 재발되어 진물이 흐르고, 붕대들을 감고 있는 환자들이 많았다. 센타 안에 그들을 치료해 줄 수 있는 클리닉이 있느냐고 물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단 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들은 그렇게 철저히 버려지고 잃혀진 사람들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남자 숙소를 떠나려고 하는데, 다시 남자 숙소에서도 어떤 한 분이 큰 소리로 “우리를 위해서 기도를 해주세요!”라고 했다.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다시 그들을 위한 기도에 집중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그들을 마음껏 축복해 주고 싶었다. 너무도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들의 애절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남자 숙소에서 나와 식당으로 옮겼다. 오후 2시였는데 벌써 저녁을 짓고 있었다. 센타에는 음식을 할 수 있는 가스 시설이 없었다. 모든 음식은 나무로 했다. 센타 이곳 저곳에 나무더미들이 많았는데 다 땔감이었다. 반찬에 대해서 물었다. 흘리지(Hla Kyi) 형제는 큰 가마솥 뚜껑을 열어서 보여주었다. 야채만을 넣고 끓인 묽은 국물이었다. 그것이 전부라고 했다. 비극적인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Mayanchaung Welfare Center는 군부가 미얀마를 장악했을 때 세웠지만, 대내외에 선전용으로 세웠을 것이라고 함께 갔던 미얀마 목사들이 말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들을 센타 안에서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다. 센타 안에는 전기 공급이 없었다. 라디오, TV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주변에는 가옥도 없었다. 말 그대로 광야에 묻힌 수용소였다. 132명 한센인들을 그들이 세운 이 시설로 보냈지만 그들을 위해서 미얀마 정부가 파견한 관리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동사무소 공무원 같은 사람이었다. 더욱이 그는 메얀췅 센타에 거주하지 않고, 가끔 와서 얼굴만 내밀고 간다고 했다. 정부에서 보내주는 보조는 1인당 하루 50차트가 전부라고 했다. 50차트(Kyat)는 미화로 6센트이다. 한화로는 70원이다. 70원으로 하루 생활비를 다 해결해야 했다. 아파도 의료 지원이 없다고 했다. 먼 곳에 작은 의원이 하나 있는데 아프면 그곳으로 가서 치료를 받고 개인적으로 돈을 내야만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한센인들이 아프면 아픈 대로 있다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했다.

참고로 그들이 미얀마 정부로부터 받는 하루 생활비 50챠트는 어느 정도의 가치가 되는지 말하겠다. 미얀마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었다. 멋있는 식당이 아니라 길거리에 있는 서민들이 이용하는 평범한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볶음밥 한 그릇을 주문해서 먹었다. 반찬은 고기 국물 하나가 함께 나왔다. 그 볶음밥 한 공기와 고기 국물을 한 그릇을 먹고 내가 지불한 돈이 1,500차트였다. 미화 2불짜리(2,500원) 식사였던 것이다. 내가 한 끼 먹었던 식사비는 1,500차트였고, 한센인들이 하루 먹는 음식비는 50차트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들은 모두 영양실조에 걸려있다고 말했다.

더 가슴이 아팠던 것은 50챠트로는 하루 세 번 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에 두 끼 식사만 한다고 했다. 즉 오전 10:30분과 오후 4:30분에 아침 겸 점심으로, 점심 겸 저녁으로 갖는다고 했다. 식사 메뉴는 거의 매일 같은 밥과 묽은 그물이 전부라고 했다. 간혹 기부자가 있으면 오랜만에 아침 식사를 한다고 했다. 잘 먹어야 할 환자들이 저녁 4시 30분에 먹고, 그 다음 날 오전 10시 30분에 먹으니 거의 18시간 만에 식사를 하게 되었다. 얼마나 배가 고플까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숙소 뒤쪽으로 가니 한 일본인이 기증했다는 염소들이 우리에 있었다. 5마리 정도 되었는데 새끼들을 낳아 15마리 정도 큰 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니 그곳에는 돼지 3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가 마침 새끼를 8마리 낳아서 거기도 큰 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한쪽에는 고무나무 재배를 하고 있었다. 고무나무가 자라면 돈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132명 한센 환우들은 정부 보조가 없는 처절한 상황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환자들 가운데서 제법 똑똑한 사람들을 리더로 뽑아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흘리지(Hla Kyi) 형제는 그 한센인들 가운데 가장 리더쉽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 먼 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혹시 기부를 해주면 그 액수가 얼마이든 25%을 잘라내어 의료비로 적립을 해놓는다고 했다. 정부 보조가 없는 상황에서 132명 한센인들 중에서 환자들이 발생하면 의료비로 지출하기 위해서 기부금에서 무조건 25%를 떼놓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생존을 위해서 서로 서로를 희생하면서 눈물겨운 투쟁을 하고 있었다.

모든 시설을 다 돌아보고 흘리지 형제에게 필리핀 사례를 설명했다. 필리핀에서 한 선교사가 돼지 한 마리를 한 형제에게 사주면서 잘 키워서 더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 보라고 했는데 몇 개월 후에 가보니 돼지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서 “돼지는 어디 있느냐?”고 했더니 그 사람이 자신의 배를 가리키며 “이 안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말해주었다. 그 사례를 말해주면서 혹시 돼지를 이 센타에 기증하면 그런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흘리지 형제가 책상을 딱 치면서 하는 말이 “이 안에서 그런 놈이 나오면 그는 그냥 총살입니다.”라고 했다. 미얀마다운 화끈한 대답이었다. 새끼 돼지 말고, 첫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다 큰 돼지 한 마리 가격은 미화로 80불이다. 염소는 50불이다. 돼지도, 염소도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돼지와 염소를 후원할 수 있는 사역을 생각하고 있다.

Mayanchaung Welfare Center를 떠나기 전에 미화 100불을 기부했다. 그들에게 100불은 80,000차트가 되는 거금이었다. 흘리지 형제는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에 내일 아침에는 형제들이 아침 밥을 먹을 수 있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옆에 있던 Simon목사가 자신의 지갑을 열어 그도 기부를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기부였다. 흘리지 형제에게 자리를 잠시 비켜달라고 하고 함께 갔던 미얀마목사들과 회의를 했다.

같은 미얀마 사람으로서 Mayanchaung Welfare Center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한결 같이 거짓되거나 과장된 것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과 그 일을 통해서 한센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함께 동행했던 Adam목사는 미얀마 신학교 교장이고, Simon목사는 다른 복음주의 신학교에 신약학 교수이고, Ahdea목사는 찬양 사역자들을 키우는 음악 목사이고, Chit Maung목사는 20년 동안 교회 개척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실천신학 분야에 전문인이었다.

내가 먼저 매달 미화 200불을 마얀췅 센타 후원비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200불은 130명 미얀마 한센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달 1,000챠드를 후원하는 선교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4명의 미얀마 목사들은 한 목소리로 매달 돌아가면서 후원비를 전달할 때마다 찬양팀과 함께 올라가서 예배를 인도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나이가 제일 많은 Chit Maung목사는 내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양목사님, 당신 때문에 저는 처음으로 미얀마 한센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처럼 비참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그런 우리 미얀마 한센인 형제 자매들을 주님의 사랑으로 품어주시니 내 가슴에도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뜨거운 사랑이 있게 되었습니다. 기꺼이 한 달에 한 번씩 올라가서 한센인들을 위해서 복음을 전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우리들은 함께 손을 잡고 미얀마 한센 선교를 시작하는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단순히 미얀마 상황을 둘러보려고 왔던 길이었는데 하나님은 다시 놀라운 일을 미얀마에서 엮어 내셨다.

메얀췅 센타를 떠나기 전, 흘리지 형제에게로 갔다.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네 명의 미얀마 목사들에게 Mayanchaung Welfare Center를 후원하는 일은 당분간 비밀에 붙이고, 더 기도로 준비하면서 후원금이 마련되면 그때 흘리지 형제에게 알리고, 한센 선교를 시작하자고 부탁했었다. 그래서 흘리지 형제에게는 작별 인사만 하고 떠나려고 하는데, 세 명의 한센 형제들이 다가와 나를 위해서 기도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웃으면서 “불교식 기도를 다시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손을 크게 휘저으며 “우리 세 사람은 크리스천입니다.”하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정말 크리스천이십니까?”라고 거듭 물었다. 그들은 132명 가운데 있는 크리스천들이었다. 나는 기꺼이 그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테인 리인(Thein Liein)이란 분이 두 손을 모으고 얼마나 큰 목소리로 나를 위해서 기도를 해주었는지 모른다. 무슨 기도였는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내 가슴에 가득 찼었다. 아쉬운 작별이었지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첫날 일정은 장거리 일정이라 Simon목사가 가르치고 있는 신학교 차를 렌트해서 다녔다. 그런데 Simon목사의 운전 실력이 서툴러 운전 중에 몇 번이고 사고를 낼 뻔 했다. 결국 마얀췅을 떠나 양곤(Yangon) 시내로 들어오면서 사고가 나고 말았다. 네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서있던 자가용을 그냥 치고 나가버렸다. 브레이크 장치가 잘 듣지 않았던 것 같았다. 감사한 것은 차만 부서지고 우리 쪽도, 상대 쪽도 모두 무사했다. 차를 옆으로 옮기고 신속하게 흥정(?)에 들어갔다. 경찰이 오면 차량 수리비 보다 몇 배 더 많은 뇌물을 상납하지 않으면 풀려 날 수 없다고 말했다. 차를 받은 사람도, 받힌 사람도 상황은 같았다. 문제는 돈이었다. 선교를 하다가 일어난 사고였기에 미화 50불(40,000챠드)을 받힌 사람에게 주자 상황은 금새 종료되었다. 상대 차량 주인은 Simon목사에게 큰 소리로 “조심해!”하면서 사라졌다. 우리도 서둘러 경찰이 오기 전에 현장을 떠났다. 미얀마에서의 첫째 날 미션은 그렇게 끝났다.

다시 한번 미얀마 첫째 날 방문을 정리하면, 사람을 만나는 일, 시설을 방문하는 일, 먼 곳을 여행하는 일은 사전 정부의 허락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미얀마는 여전히 사회주의 공산국가라고 하는 점이었다. 또한 미얀마는 아직까지 기독교 선교를 내놓고 할 수 없는 나라라고 하는 점이었다. 또한 첫 번째 방문지였던 메얀췅 센타(Mayanchaung Welfare Center)에 있는 132명 한센인들은 미얀마 군부에 의해서 선전용으로 잠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철저하게 버림을 받은 사람들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미얀마에서 한센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죽음 그 자체였다. 그들을 향해서는 조금의 동정도 자비도 없다. 미얀마인들이 상종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HIV) 환자들과 한센 환자들이었다. 미얀마인들은 그들은 신의 저주를 받은 존재로 여긴다. 즉 부정한 사람들로서 가까이 하면 그들의 부정이 즉 신의 저주가 자신들에게도 옮겨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미얀마에서 한센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곧 사형 선고를 받는 죽음과 같다. 미얀마 정부는 그런 한센인들을 돕지 않고 있다. 시설도 제공해 주지 않는다. 보조도 없다. 그래서 매년 늘어나고 있는 한센 환자들은 손과 얼굴에 붕대를 감고 거리에 앉아 구걸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한센인의 고통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센인의 자녀들 역시 같은 취급을 받는다. 한센병에 걸리면 같은 마을에서 살지 못한다. 그래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정처 없이 살 곳을 찾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한센인 자녀들은 대부분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 한센인 부모들과 함께 계속해서 노숙자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은 기간 동안 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살아가는 미얀마 한센인들을 미얀마 목사들과 함께 찾아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