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 선교통신 49호 (2012. 3. 18.)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미얀마 선교 전략


미얀마를 4일 동안 정탐하고, 미얀마 선교는 이렇고, 미얀마 선교는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말을 내놓는다는 그 자체가 건방진 일이 될 수 있음을 잘 안다. 그러나 이번 미얀마 방문은 단순한 정탐이 아니라, 미얀마 선교를 위해 그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었다고 믿기에 조심스럽게 미얀마 선교 전략에 대한 생각을 동역자 여러분과 나누며 기도를 부탁하고자 한다.

미얀마 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은 작은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미얀마 보고서(2012. 3. 15.)에 언급했듯이 메얀췅(Mayanchung) 한센 마을을 방문하고 내려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냈다. 신호대기 중이었던 자가용을 뒤에서 우리가 받았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하나님은 상대방 승객들까지 무사하도록 모두를 보호해 주셨다. 100% 우리의 잘못이었기에 모든 수리비를 책임지겠다는 합의를 하고 곧바로 정비소로 향했다. 그때 아담목사, 사이몬목사, 치몽목사 그리고 나는 목적지를 향해서 계속 갔고, 아데(Ahdea)목사가 돈을 가지고 상대방 사람들과 함께 정비소로 같다. 정비소로 가면서 아데목사는 다시 한번 사과를 하면서 메얀췅 한센 마을을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차주는 큰 관심을 보였고, 큰 감동까지 받았다고 한다. 견적이 나왔는데 60,000차트였다. 큰 돈이었다. 아데목사는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내가 준 돈까지 합쳐 60,000차트를 만들어서 주었다. 그런데 차주가 60,000차트를 받은 후에 40,000차트를 아데목사에게 돌려주며, “한국 사람도 와서 그처럼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데 어찌 모르는 척 할 수 있겠습니까? 나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마얀췅 한센인들을 위해서 써주세요.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제 아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마약 중독자가 되었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아데목사는 너무 기뻐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신 돈은 반드시 마얀췅 한센인들을 위해서 쓰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정비소를 떠나려고 하는데, 차주가 아데목사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말하기를 “사실, 저도 목사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하나님은 오늘도 놀라운 일을 그렇게 행해주셨다. 피해를 당한 차주가 한센선교 헌금을 먼저 했다. 미얀마 방문을 단순한 정탐으로 여기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나님께서 미얀마 한센인들을 위해서 이미 큰 일을 시작하셨다는 확신을 미얀마에 있으면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얀마 한센 선교에 대해서 신중히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선교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려고 한다.

“미얀마”라는 선교적 토양

● 의사소통에 대한 제약
미얀마는 미얀마 자체 문자를 가지고 있다. 미얀마 선교는 미얀마어 습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50년 동안 영국 식민지로 있었지만 영어가 통용되지 않는 나라이다. 간판들은 미얀마어와 영어로 되어 있지만 기본 영어 회화도 불가능하다.

● 신분의 제약
미얀마 정부는 외국인에게 오직 두 가지 비자만을 발급한다. 여행자(Tourist) 비자와 사업자(Business) 비자뿐이다. 미얀마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있지만 그들이 받은 비자는 학생(Student) 비자가 아니라 사업비자이다. 외국인의 신분을 복잡하게 분류하지 않고 간단히 묶어서 쉽게 통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 활동의 제약
아직까지 미얀마는 사회주의 체재를 가지고 있다. 어떤 행사나 어떤 곳을 방문하고자 할 때 사전에 반드시 신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오늘은 택시를 대절해서 강대현선교사님의 사역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택시 운전기사가 하는 말이 그곳에 가려고 하면 자신의 택시 회사에 먼저 들려서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은 후에 갈 수 있다고 해서 결국 택시 회사까지 가서 허락을 받고 올라갔다. 양곤(Yangon)을 벗어나면 다른 세상이 된다. 보고와 허락, 보고와 허락, 보고와 허락이 연속된다.
선교사가 개척한 교회라도 선교사가 그 교회에서 잘 수가 없다. 개척한 선교사라도 여전히 그는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미얀마에 집이 있으면 거기에서만 자야하고, 집이 없으면 호텔에서만 자야 한다. 매일 새벽 1시가 되면 어김없이 동네를 체크한다. 만약 외국인이 발견되면 그 집 사람들은 체포된다. 그래서 미얀마 선교사들은 권투 선수들처럼 치고 빠지는 삶을 살고 있다.

● 소유와 투자에 대한 제약
외국인은 땅도, 건물도 구입할 수 없다. 미얀마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선교사들이 함께 일하는 미얀마 목회자 명의로 혹은 신실한 성도의 명의로 토지와 건물을 구입해서 선교하고 있다. 선교사가 떠날 때 어차피 그들에게 주고 가는 재산들이지만, 중간에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미국 달러의 힘
미얀마에서 외국인은 곧 달러($)이다. 외국인은 아파트 월세, 전기요금, 수도요금, 통신요금 등등 모든 공과금을 미국 달러로 내야 한다. 관광지 입장료 등 정부에 내는 모든 경비는 모두 미국 달러로 내야 한다. 미얀마 정부가 미국 달러를 확보하려는 강력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 구제 선교의 제한
영양실조에 걸린 미얀마 사람들을 위한 비타민 반입도 힘들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 약품들은 세관 통과가 되지만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한다. 미얀마 세관원 리스트에 없는 신약품들은 절대로 반입이 되지 않는다. 중고 의류도 마찬가지다. 미얀마 군사 정부는 국민이 굶주리고 헐벗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구제선교와 의료선교를 할 수 없는 나라이다. 가나안농군학교가 미얀마에 들어와 선교를 시작했다. 가나안농군학교의 교육 핵심은 [정신개혁]에 있다. 먼저 사람이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정신개혁을 위한 강의는 절대로 할 수 없으며 단지 영농 기술만 가르치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가나안농군학교 사역도 힘을 잃었다. 그처럼 미얀마는 총을 쥔 자가 왕이다. 그들이 허락하는 일만 할 수 있다.

한국 선교사들의 애로 사항

● 정부의 감시와 통제 때문에 다양한 선교 프로그램을 할 수 없다.
교회 개척 사역, 구제 사역, 의료 사역이 어렵다. 기술학교와 직업학교 사역이 가능하지만 가나안농군학교가 그 좋은 예가 된다. 필요한 것만 뺏는다. 학원 사역이 있지만 그 사역 역시 쉽지 않다. 많은 선교사들이 신학교를 가지고 있다. 목회자 양성을 꿈꾸며 하고 있지만, 미얀마 젊은이들의 영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만족한 결실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성경을 가르치기 전에, 크리스천의 삶을 가르쳐야 하는 일이 먼저 시급하다. 거듭난 경험을 갖지 못한 학생들은 졸업 후에 선교의 현장으로 가지 않는다.

● 미얀마 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이해와 변화가 필요하다.
미얀마 선교는 북한의 지하교회, 중국의 삼자교회와 비슷하다. 감시와 통제 속에서 제한적으로 선교가 허락되기 때문이다. 교회 모습의 건축과 십자가를 밖에 걸 수 없는 선교다. 고집으로 교회를 짓다가 폐쇄 명령을 받을 수 있고, 지혜롭지 못한 선교사는 추방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미얀마 선교는 짧은 기간에 눈으로 크게 볼 수 있는 단기전이 아니라 긴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선교해야 하는 장기전이다. 10년 동안 선교해서 10명의 결신자를 얻었다면 미얀마 선교는 그것으로도 대 성공을 했다고 봐도 된다.

신뢰할 수 있는 동역자를 찾는 일이 어렵다.
미얀마 선교의 애로점 중에 하나는 선교사가 전방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다. 미얀마 현지인 중심으로 가야 한다. 문제는 그 동역자가 누구인가가 관건이다. 미얀마 기독교 선교는 2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신학교가 있다. 그런데 신학교를 졸업하고 놀고 있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선교사가 급한 마음으로 그들 중 한 사람을 뽑아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면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일정을 가지고 어렸을 때부터 차근차근 훈련시켜 ‘내 사람’으로 만들어 동역토록 하는 일이 안전하다. 그처럼 미얀마 선교는 긴 인내를 요구한다.

● 선교지역이 극히 제한적이다.
아직도 선교사의 발이 미치지 못한 지역이 많다. 미얀마는 한국보다 7배나 큰 땅이다. 그런데 군부의 통제 때문에 북한처럼 외국인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 많다. 그래서 제한된 지역 안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크리스천 리더가 될 만한 일군들을 찾아내어 양곤(Yangon)으로 데리고 와서 훈련시켜 다시 그들을 그들의 부족으로 파송시키는 사역이 큰 효과를 얻고 있다.

미얀마 선교의 가능성
선교지에 큰 어려움이 있다할지라도 복음은 전파된다. 하나님께서 친히 구원의 길을 열어주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얀마 상황에 선교사들은 민감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미얀마 상황에서 선교의 극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선교전략에 대해서 폭넓게 정보 교환이 있어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미얀마에서도 주목해야 할 선교 대상이 있다. 바로 어린이이다. 가난해서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다.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다. 아이들을 가르쳐 준다면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들도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이 사역은 장기 사역이다. 선교비가 엄청 투자되는 사역이다. 그러나 선교의 결과는 풍년의 농사처럼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신학교 사역은 3년 혹은 4년 사역이다. 대부분 머리가 다 큰 청년들을 불러서 훈련시키는 사역이다. 곁으로 보기에는 목회자 양성이라는 멋진 모습이 보인다. 매년 신학교에는 신학생들이 넘친다. 선교가 잘 되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생활고 때문에 선교지로 가는 헌신자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 선교는 일단 예수님이 어린이들의 가슴에 잘 박히면 그 예수 신앙은 평생토록 그들을 인도한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강대현선교사(미얀마 어린이선교신학교 학장)는 어린이 선교에 그의 남은 목숨을 바쳤다. 졸업 후에 그 학생들이 각자의 부족으로 돌아가 선교유치원들을 열고, 그 학교 사역을 통해서 어린이들을 구원하고, 부모들까지 구원시킨다는 선교전략이다. 미얀마 상황에 가장 잘 맞는 [맞춤형] 선교전략이 아닐 수 없다.
한국선교사를 통해서 높은 가능성을 보는 것은 한류열풍 때문이다. 미얀마에는 다섯 개 TV 방송국이 있다. 모두 국영 방송이다. 미디어는 철저히 군부의 통제를 받는다. 그런데 그 다섯 개 TV 방송국들이 매일 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타갈록어로 더빙이 되어 나오지만, 미얀마는 더빙 없이 한국말 그대로 방송이 되고 있고, 화면 하단에 자막이 흘러간다. 그래서 자연히 한국말을 익히게 되어 미얀마 사람들이 쉬운 한국말을 한다. 특별히 큰 쇼핑몰에는 특별 상설 코너를 마련하고 "Korean Quality"라는 팻말을 붙여놓는다. “Korean Quality"란 뜻은 ”이것 전부 한국 제품입니다. 품질? 묻지 마시고 사가세요.“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국은 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선교사로서 그러한 한류열풍을 긍정적인 차원에서 최대한 사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선교사의 헌신
미얀마 선교사로 사는 삶은 너무 큰 희생이 따른다. 우산을 들고 걸어도 뜨거운 열기 때문에 숨이 헉헉 막힌다. 미얀마 음식 외에는 다른 음식이 없다. 그 흔한 치킨 후라이, 햄버거 하나 파는 곳이 없다. 생선도 많지 않고, 야채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것이 없다. 20년 된 중고차 가격은 3,000만원(25,000불)이다. 강대현선교사는 10년 전 처음으로 핸드폰을 구입했을 때 미화 7,000불을 주고 구입했다고 했다. 아파트, 가옥 월세도 월 미화 500불이 훨씬 넘는다. 자녀들의 교육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 선교사의 신변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선교사가 어떤 선교를 하고 있느냐를 보기 이전에, 가족을 이끌고 미얀마에서 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들은 위대한 성자인 셈이다. 복음 전파와 영혼 구원을 위해서 바친 그들의 아름다운 헌신은 하나님께서 다 기억해 주시고 몇 십 배로 갚아주시리라 믿는다.

미얀마 한센 선교 전략
4일 동안 미얀마를 정탐하고 수집한 이 선교 정보들을 꼼꼼이 점검하면서 한센선교를 위한 선교 전략을 모색해 가려고 한다. 지금 머리속에 강하게 자리 잡은 생각은 “미얀마 선교는 서두르면 안 된다. 천천히 가야 한다.”이다. 다시 한번 미얀마 선교의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모든 한국 선교사님들에게 “여러분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