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통신 47호(2012. 3. 9)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일로일로 선교(Iloilo Mission) 시작

다시 일로일로(Iloilo)를 찾았습니다. 좀 더 분명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찾기 위한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을 만나 일로일로 선교(Iloilo Mission)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신학교들을 방문해서 여러 교수들과 신학생들을 만나 일로일로 미션에 대한 그들의 비전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로일로(Iloilo)는 필리핀 여러 도시들 가운데서도 가장 종교적인 도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400년 전에 자리를 잡은 천주교(카톨릭) 선교와 100년 전에 자리를 잡은 침례교(기독교) 선교는 현재까지 일로일로 선교를 이끌고 있는 양대 산맥이었습니다. 그래서 3주 전에 방문했던 비콜(Bicol)에 이 거리, 저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이단 교회들의 건물들을 일로일로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고, 이슬람교 선교 역시 현재까지 일로일로에는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일로일로 곳곳에는 400년, 300년 혹은 200년 된 역사 깊은 성당들이 즐비합니다. 또한 거대한 침례교회들 역시 많습니다. 침례교회는 한 작은 마을에도 적게는 3개, 어떤 곳은 6개까지 있다고 했습니다. 장로교회, 감리교회, 기타 개신교 교단 선교가 힘을 내지 못하는 것은 일로일로가 침례교 토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침례교 선교는 교회 개척 사역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신학교를 세운 교육 선교와 기독 병원들을 설립하고 사역하는 의료 선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침례교회가 바로 근본주의 침례교(Fundamental Baptist Church) 교단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성서에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라고 자부하지만 제가 너무 타락(?)해서 그런지 그들과 대화를 하다가 철꺽철꺽 가슴이 닫히고 답답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침례교회가 1923년에 세운 Doane Baptist Seminary를 방문했습니다. 일로일로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신학대학이고 그동안 배출한 학생들이 필리핀 중부 선교를 담당하고 있기에, 후에 저희가 신학생들을 키운다면 그와 같은 일로일로의 명문(?) Doane Baptist Seminary는 반드시 먼저 찾아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갔었습니다. 학교 건물은 마치 80년 전의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골동품처럼 계단을 밟을 때마다 곧 부러질 것 같은 불안감과 여기저기에서 나는 삐꺽삐꺽 소리 때문에 의식적으로 난간을 붙잡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몇몇 교실에서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우 특이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교실마다 여학생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두 남학생들뿐이었습니다. 안내하는 분에게 물었습니다. 그 분의 대답은 순간적으로 저를 그 자리에 우뚝 서게 했습니다. “저희는 오직 남자만 목회자로 양성합니다. 여자는 교회 안에서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할 말을 잊은 채 단지 “아아~~ 그렇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신학대학 방문을 마치고, 일로일로 한센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다니(Danny)목사를 만났는데, 그가 섬기고 있는 병원 교회도 같은 침례교 교단 교회였습니다. 신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마을에 있는 침례교회에서 더 확실한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 병원장 아나벨 박사를 만났을 때, 왜 그녀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후원이 아니라 영적 대각성입니다.”라고 했었는지 그 의미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침례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많은 제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니목사는 여성으로서 주일학교 교사는 할 수 있으나, 회중을 리더하거나, 설교를 하거나, 목회자가 될 수는 결코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것은 침례교 교단의 교리와 규정이고, 개인적으로 당신은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이 어떠해야만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여성으로서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여성도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거기서부터 우리들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했습니다. 다니(Danny)목사는 20년 이상 사역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리더쉽 세미나 혹은 전도 훈련 프로그램을 가져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목사인 본인도 단 한 번도 그런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고, 훈련 자료도 없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시도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오직 주일 예배만 있었고, 리더 양육과 제자 훈련 프로그램은 전혀 없었던 목회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8월부터 시작해서 두 달에 한 번씩 토요일과 주일 이틀 동안 일로일로에서 리더쉽 세미나와 제자훈련 세미나를 갖기로 했습니다. 단 조건은 여성들도 내 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다니목사가 웃으면서 희한한 말을 했습니다. “양목사님, 훈련시켜서 원하는 사람이 나오면 다 데리고 가세요. 그리고 다른 교단 신학교에서 공부시켜서 그들도(여성) 목회자가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침례교회에 이단아(?)가 되어 있었습니다. 일로일로에서 리더자 양육과 제자 훈련 프로그램이 시작됩니다. 일로일로 젊은이들의 피가 뜨겁게 폭발되기를 기대합니다. 유능한 여성 리더들이 나오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들이 후에 일로일로 한센선교에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8월부터 시작되는 일로일로 사역을 위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