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랬을까?

삼상 17:45

     아주 옛날 일입니다. 서울 삼청동 뒷산에 삼각산 구국기도원이 있었습니다. 바위가 무척 많았고, 기도굴도 있던 기도원이었습니다. 많은 기도의 종들이 그곳으로 올라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제단을 쌓고 구국 기도를 했던 곳입니다. 저도 아내와 함께 자주 올라가 차가운 바위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었습니다. 그리고 40일 금식기도를 했을 때는 수원 칠보산기도원으로 올라가 기도했습니다. 그때 부터 시작했던 기도를 저는 40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해왔습니다. 아~~~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눈을 어둡게 하신 이후에 깨닫게 하셨습니다. 이제 돌이켜보니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요즘 제 입에서 계속되는 회개는 “내가 왜 그랬을까?”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목회자로, 선교사로 살아오면서 줄곧 하나님께 기도했던 제목 중 하나는 “하나님, 모세에게 주셨던 그 놀라운 능력을 제게도 주사 맡겨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게 하옵소서.”였습니다. 그 기도가 얼마나 잘못된 기도였었는지 성령님께서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내가 왜 그렇게 살았나 싶습니다.

    그 기도 속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그 기도를 통해서는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 기도 속에는 내가 영웅이 되고자 하는 욕망만이 내재 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받아, 아니 하나님의 능력을 이용해서 저 자신이 모세처럼 영웅이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제 속에는 누구보다 뛰어난 목회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선교사가 되고자 했던 경쟁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높여 드리는 종이 아니라, 하나님이 제 이름을 높여 주시기를 기대하며 일했습니다. 왜 그처럼 바보스럽게 살았을까요? 하나님께서 그런 못난 저를 세우셨던 것을 두고 얼마나 후회하시고, 예수님께서는 얼마나 실망하시고, 성령님께서는 얼마나 탄식하시며 기도하셨을까요?

    다윗이 골리앗 앞에서 외친 말이 있습니다.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삼상 17:45) 이제야 그 말씀이 제대로 보입니다. 다윗은 골리앗 앞으로 나아갈 때, 오직 [하나님의 이름] 하나만 가지고 나아갔던 것입니다. 사울 왕이 준 왕의 놋 투구와 칼과 갑옷도 벗어 던지고 맨몸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다윗이 던진 돌멩이 한 알이 골리앗의 이마를 관통했습니다. 골리앗의 급소(急所)가 그의 이마였을까요? 그는 거인이었습니다. 그의 두개골 두께도 보통사람들의 것보다 몇 배 더 두껍고 단단했을 것입니다. 날아온 돌멩이는 탁구공처럼 튕겨 나갈 수 있는 강철 이마를 가지고 있었던 장수였습니다. 그런데 어린 소년이 던진 돌멩이 하나에 골리앗의 이마는 핵폭탄을 맞은 것처럼 박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다윗의 힘이었을까요? 다윗의 물매 기술이었을까요? 다윗은 돌멩이를 던진 것이 아니라 [만군의 여호와 전능자의 이름]을 던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전투는 여호와께 속한 전쟁이 되었고, 여호와께서 영광을 받으시는 승리가 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성경의 비밀을 그동안 몰랐던 것입니다. 날마다 말로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힘이 되지 못했던 골리앗의 칼과 창과 단창을 달라고 저는 하나님께 줄기차게 기도했습니다. 다윗이 던져버렸던 그 사울의 투구와 칼과 갑옷을 달라고 미련한 기도만을 했습니다. 부러워할 것을 부러워했어야만 했었습니다. 거룩하신 [전능자의 이름]만 가지고 가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일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위대한 하나님의 종이었습니다. 바울이 루스드라에서 걷지 못하는 한 사람을 일어나 걷게 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바울을 제우스 신(神)으로 추앙했습니다. 그러자 바울은 자신의 옷을 찢으며 자신을 주목하지 말고, 이 일을 행하신 하나님만을 주목하라고 외쳤습니다. 그 정도 능력이 나타났고, 추앙하는 큰 무리가 그 정도 나왔다면 바울은 충분히 바울교를 세우고 교주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바울은 구름 같은 환상 몇 개 보고 헛된 예언을 하며 설치는 이단 교주들과는 달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이 순교의 제물로 떨어질 때까지 오직 하나님만을 높여 드리는 순종의 삶을 지켰습니다. 그는 철저히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살았습니다.

    이 세상의 부귀와 자랑과 영광도 다 지나가는 구름입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 하나님께 축복달라고, 능력달라고 거머리처럼 붙어서 기도할 때가 아님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너무도 간단합니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범사에 나 자신을 내려놓기만 하면 하나님의 역사는 거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 내려놓는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칼도, 창도, 단창도 내려놓는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것들이 내 능력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하나님의 이름]만을 붙잡는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하나님을 붙잡고 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사정하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에 붙잡혀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 아십니다. (God knows.) 하나님께서 다 행하십니다. (God works.) 하나님만 영광 받으셔야만 합니다. (To God be the gl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