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창 22:1-14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셨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독자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는 시험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나 약속의 땅 가나안에 도착했을 때 그의 나이는 75세였습니다. (창12:4) 그의 아내 사라의 나이는 65세였습니다. (창17:17) 그때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의 후손에게 가나안을 영원한 기업으로 주겠다고 언약하셨습니다. (창12:7) 그리고 25년이 지난 후에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약 25년이 지난 후, 즉 가나안에 정착한 지 50년 만에 하나님은 다 장성했던 그의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너무도 큰 시험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얼마나 사랑했던 아들이었습니까? 주실 때에는 기쁨이 되었지만, 가져 가실 때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 되었습니다.

    그때 아브라함이 행한 일들을 보겠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아들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순종했을 때 그는 사라와 의논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증거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사라가 이삭을 내어줄 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사라와 의논하지 않고, 아들을 죽이려는 범행(?)을 단독으로 단행했던 것입니다.

    이삭은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를 따라서 길을 떠났습니다. 종들도 함께 떠났지만, 그들 역시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모르고 아브라함을 따라갔습니다. 그 목적지를 아는 사람은 오직 아브라함 혼자뿐이었습니다. 삼 일 길을 갔다고 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그 길이 얼마나 멀었을까요?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아브라함에 대한 인간적 동정이고 애틋한 연민일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집을 떠날 때부터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독자 이삭을 바라보면서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는 삼일 길에서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수백 번 마음을 고쳐먹고 발길을 집으로 돌렸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눈은 오직 한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자기에게 일러 주신 곳으로 가더니 제 삼일에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그곳을 멀리 바라본지라.”라고 했습니다. (창22:3-4) 아브라함의 눈은 그처럼 하나님께서 정해주셨던 곳에만 고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목표 지점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브라함에게는 흔들리지 않았던 또 하나의 중심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예배였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 앞에 신실한 예배자였습니다. 하란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말씀을 따라서 (창12:4) 가나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가 제일 먼저 행했던 일은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창12:7) 아브라함이 애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가나안으로 돌아왔을 때 그가 제일 먼저 행했던 일도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창13:18) 오늘 본문에서도 아브라함이 그의 종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아이와 함께 저기 가서 예배하고 우리가 너희에게로 돌아오리라.”(창22:5) 산으로 올라가는 이유가 하나님께 예배하기 위해서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즉 그는 아들을 죽이는 [살인자]가 아니라,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예배자]로 올라간다고 그의 목적을 분명히 밝혔던 것입니다. 그에게 예배는 그처럼 중대한 일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오늘 본문 말씀 속에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다시 돌아오리라.” (창22:5) 아들을 죽이고 혼자 하산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아들을 데리고 함께 돌아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아브라함의 믿음]이었습니다. 히브리서는 그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아브라함)가 하나님이 능히 이삭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달리실 줄로 생각한지라. 비유컨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도로 받은 것이니라.” (히11:19) 아브라함은 자신이 아들을 제물로 드려도 하나님은 반드시 그 아들을 다시 살려주실 것을 믿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삭이 아브라함에게 “아버지, 불과 나무는 있거니와 번제 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라고 물었을 때, 아브라함은 “내 아들아, 번제 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라고 대답했던 것입니다. (창22:8)

    아브라함에게는 우리와 다른 그 어떤 것이 있었음을 여기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그 [어떤 것]을 준비해 주실 것을 분명히 믿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그 [어떤 것]을 찾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그것]이 곧 그의 아들 [이삭]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이 우리와 달랐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찾으시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께 그것을 내 드리지 않고, 대체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서 드리려는 오류를 범하고는 합니다.

    아브라함은 제단을 쌓고, 나무들을 벌여 놓고, 이삭을 결박했습니다, 그리고 이삭을 그 나무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바로 그때 이삭은 아버지가 자신을 제물로 삼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삭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입을 다물었습니다. 반항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칼을 잡고 아들을 향해 내리 찌르려고 했을 때, 하나님께서 급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라. 네가 내 아들 네 독자까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창22:11-12) 그처럼 하나님께서 급하게 소리치며 개입하셨던 그 시점을 보십시오.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라고 서둘러 두 번 그의 이름을 부르시며 말리셨을 때 아브라함의 칼은 이삭의 몸 가까이 까지 이미 돌격해 있을 때였습니다. 아브라함은 말만 “믿습니다.” 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시험했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아들을 정말 죽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아브라함의 믿음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줄다리기를 합니다. 밀당합니다, 거래합니다, 타협합니다. 눈치 봅니다. 적당히 하는 척 해 봅니다. “정말 이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하면서 어설픈 흥정을 합니다. 그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을 왜 “믿음의 아버지”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이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생애 속에 나타난 이 이야기 속에서 마지막으로 알아야 할 사실 하나가 더 남아 있습니다. 오늘 본문 속에는 예수님의 전 생애가 들어 있습니다. 이삭이 아브라함에게 독자였다면, 예수님은 하나님의 독생자이셨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사랑했다면, 하나님은 그의 아들을 더 지극히 사랑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가리켜 친히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도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아브라함처럼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아브라함이 죽은 아들을 하나님께서 다시 살려주실 것을 굳게 믿었던 것처럼 예수님은 사람의 손에 넘겨져 죽임을 당하시나 3일 만에 다시 살아나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의 생애 속에는 예수님의 생애가 조명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생애와 예수님의 생애에서 분명히 다른 것 하나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삭 대신에 아브라함에게 숫양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그 숫양을 잡아서 이삭 대신에 제물로 바쳤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하나님은 예수님께는 다른 대속물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예수님 자신이 어린양이 되어 끝까지 속죄의 제물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죽게하셨습니다. 세례 요한이 말했습니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요1:29) 아브라함은 독자 이삭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사랑하셨던 그 사랑에 비교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 하나님께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아가페)이셨습니다.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셔서 그 외아들 독생자를 내어 주시기까지 사랑하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요3:16)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성탄절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주셨고, 그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화목의 제물로 내어주셨던 날입니다. 그처럼 성탄절은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이 우리에게 임하신 거룩한 날이니, 우리가 어떤 선물을 준비해서 주님께로 나아가야 할까요? 감사와 찬송과 경배도 좋겠지만, 순종은 어떨까요? 아브라함이 독자 이삭을 아끼지 않고 드렸던 그 같은 순종을, 예수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고 십자가에 드렸던 그 같은 순종을 우리도 하나님께 드리면 어떨까요? 항상 순종, 늘 순종, 절대 순종, 즉각 순종, 무조건 순종, 초월적 순종, 온전한 순종, 오로지 순종, 끝까지 순종을 드린다면 하나님께서 그 성탄 선물을 기쁘게 받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