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알지 못하느냐?

막 8:1-30

    마가복음 8장에는 제자들을 참으로 부끄럽게 했던 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떡 일곱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4,000명을 먹이신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실컷 먹고 남은 조각들을 일곱 광주리 거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달마누다 지방으로 가셨습니다. 바리새인들이 그곳까지 따라와서 예수님께 시비를 걸며 더 큰 기적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의도를 아시고 탄식하시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셨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제자들이 깜빡 잊고 일곱 광주리에 남아 있던 떡들을 다 챙기지 못하고 달랑 떡 한 개만 가지고 배를 탔던 것입니다. 배 안에서 예수님께서 바리새인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바리새인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을 주의하라.”(막8:15) 그 말씀을 듣자마자 제자들은 참으로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떡이 한 개밖에 없음을 아시고 선생님이 이 말씀을 하신거야!”라고 했습니다. 그 한심한 제자들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직도 알지 못하느냐?” (17절) “아직도 기억하지 못하느냐?” (18절)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21절) 제자들을 보시고 예수님이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처럼 세 번씩 말씀하셨을까요?

    예수님께서 급기야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일곱 개의 떡을 가지고 4000명에게 떼어 줄 때 조각이 몇 광주리를 거뒀었더냐?” 퀴즈였습니다. 그때 제자들은 손을 높이 들고 “저요! 저요!”하면서 주저함 없이 대답했습니다. 너무 쉬운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곱 광주리였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숫자에 대해서는 그처럼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알아야 하고, 기억해야 하고, 깨달아야 할 것은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헛똑똑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왜 기억하지 못하느냐?”라고 그들을 책망하셨던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셨습니까?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는 반드시 떡을 넉넉히 챙겨야 함을 잊지 말라고 하셨던 것입니까? 아니었습니다. 떡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을 잊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일곱 개의 떡과 두 마리의 생선으로 4000명을 배불리 먹여주셨던 그 [주님]을 잊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제자들은 그들에게 달랑 떡 [한 개]만 있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었습니다. 그들은 그들과 함께 하셨던 [주님]을 전혀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말씀의 핵심은 떡이 많고, 적고, 생선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주님께서 “너희가 잊었느냐? 너희가 알지 못했느냐? 너희가 깨닫지 못했느냐?”고 책망하셨던 것은 떡 문제가 아니라, 굶주림의 문제가 아니라, 주님과 제자들과의 [관계]가 문제였다는 것을 지적하셨던 것입니다. 주님이 함께 하시면 그 어떤 문제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자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넉넉한 [떡]이 아니라 바로 [믿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있는 제자들의 멍쳤던 그 모습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후끈 부끄럽게 합니다. 한 선생님이 성경 퀴즈를 냈습니다. “성경은 모두 몇 권입니까?” 학생들이 대답했습니다. “구약 39권, 신약 27권, 모두 66권입니다.” 두 번째 퀴즈가 주어졌습니다. “홍해를 가르고 마른 땅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건너게 했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학생들이 대답했습니다. “모세였습니다.” 세 번째 질문이 주어졌습니다. “물에 빠진 한 제자를 예수님이 물 위로 걸어오셔서 건져주셨습니다. 그 제자는 누구였습니까?” 학생들이 대답했습니다. “베드로였습니다.” 선생님은 정답을 말한 학생들에게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직도 알지 못하겠느냐? 아직도 깨닫지 못하겠느냐?” “.......”

    많은 사람이 성경 퀴즈에서 100점을 맞습니다. 그런데 그 성경의 말씀들을 믿음으로 연결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삶에 적용하지 못합니다. 문제를 만나면 제자들처럼 “엇! 나에게는 떡 하나만 있는데....”하면서 당황하고, 걱정하고, 염려하고, 시험에 빠지고 맙니다. 주님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도 잊고, 4000명을 먹이신 주님이 능력도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제자들처럼 그들도 예수님의 존재를 잊습니다. 예수님은 남이 됩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로 멀리 밀어내어 버립니다. 그처럼 무시를 당했던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잊었느냐? 기억하지 못하느냐? 깨닫지 못하느냐?” 그것은 “그 기적을 행한 내가 지금 너희와 함께 있지 않느냐? 내 능력을 믿지 못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도대체 누구냐?”라고 묻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 말씀을 하시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확신한 믿음을 주시기 위해서 한 맹인의 손을 붙잡고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눈에 침을 뱉으시며 안수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보이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맹인이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선명히 보이지 않고 나무 같은 것들이 걸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의 눈에 안수하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보이느냐?” 그 사람이 소리치며 말했습니다. “모든 것이 밝히 보입니다.” 할렐루야! 이 기적을 행하신 후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조용히 따로 불러서 물으셨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예수님의 질문이 다시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결정적인 질문이었습니다. 그때 베드로가 대답했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막8:29) 예수님은 맹인의 눈만 아니라 제자들의 눈을 열어서 진실로 봐야 할 것을 보게 하셨고, 알게 할 것을 알게 하셨고, 깨닫게 할 것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서 주님과 제자들의 관계가 온전히 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마가복음 8장의 이야기는 그렇게 거기에서 끝이 났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이야기 속에서 [관계]라는 단어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디에서 살고, 어떤 축복을 누리며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주님과 나와의 관계가 무엇이어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교회만 잘 다니고, 교회 직분이 높고, 성경 암송 구절이 많고,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모든 말씀을 줄줄 꿰는 성경 박사라 할지라도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서 있지 못하면 그는 허접한 크리스천이 되고 맙니다. 예수님의 가슴만 답답하게 해드리는 가장 미련하고, 가장 우둔한 크리스천이 되고 맙니다. 성경의 내용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깊이 그리고 밝히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님께 떡 한 개를 드리는 일보다, 교회에 많은 헌금을 하는 일보다 주님의 말씀대로 깨닫고, 믿고,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직도 알지 못하느냐?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아직도 기억하지 못하느냐?

이 예수님의 질문에 우리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욥의 대답이 우리의 대답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지한 말로 이치를 가리는 자가 누구니이까?

나는 깨닫지도 못한 일을 말하였고,

스스로 알 수도 없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일을 말하였나이다.

내가 말하겠사오니 주는 들으시고, 내가 주께 묻겠사오니

주여, 내게 알게 하옵소서,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욥 4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