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넴 여인의 믿음

왕하 4:18-30

     수넴에 한 귀부인이 살았습니다. 엘리사는 수넴에 자주 내려갔고 그때마다 그 귀부인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엘리사는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를 위해서 방 하나를 짓고, 침구와 가구를 준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엘리사는 그녀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며, 그녀에게 왕과 사령관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자기에게 부탁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부인은 부족한 것이 없으니 아무 도움이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엘리사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베푼 일이 아니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엘리사는 여전히 그녀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게하시가 그녀에게는 늙은 남편만 있고, 자식이 없다는 말했습니다. 엘리사는 그녀를 데려오게 했고, 그녀에게 이맘때 아들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아닙니다. 저를 속이지 마옵소서.”라고 했습니다. (왕하4:16) 그런데 그녀는 곧 임신하게 되었고, 1년 후에 아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그 아들이 장성해서 추수하는 아버지가 있는 밭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때 그 아들이 “내 머리야, 내 머리야.” 하면서 갑자기 쓰러졌고, 아버지는 종들에게 아들을 그의 어머니에게 데리고 가라 했습니다. 그 아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어머니 무릎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여기에서부터 수넴 여인이 행한 일들을 주목해 보겠습니다. 그녀는 아들의 장례식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엘리사의 방으로 아들을 옮기고, 엘리사가 누웠던 침상 위에 아들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엘리사가 있는 갈멜산까지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종들에게는 마차를 멈추지 말고 달리라고 했습니다. 수넴에서 갈멜산까지의 거리는 약 40km였습니다. 절대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갈멜산에 도착했을 때 게하시가 나왔습니다. “부인, 평안하십니까?”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네, 평안합니다. 선생님은 어디 계십니까?” 그녀는 엘리사가 예배처소에 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그곳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엘리사를 보자마자 그녀는 엘리사의 발을 사정없이 붙잡았습니다. 그때 게하시가 말렸습니다. 그러자 엘리사는 그녀를 말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녀가 왜 그러는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말씀하지 않으셨으니 무슨 사연인지 직접 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왕하4:27)

    그녀는 통곡하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이 아들을 당신에게 구했습니까? 나를 속이지 말라고 전에 말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 주신 그 아들이 오늘 죽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엘리사는 그의 지팡이를 게하시에게 주면서 수넴으로 빨리 가라고 했습니다. 도중에 사람을 만나거든 인사도 하지 말고 가서 지팡이를 아이의 얼굴에 올려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수넴 여인이 말했습니다.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여호와의 살아계심과 당신의 영혼이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가 당신을 떠나지 아니하리이다.”(왕하4:30) 라고 했습니다. 얍복강에 야곱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엘리사가 일어나 그녀와 함께 수넴으로 갔습니다. 엘리사가 그녀의 아들을 위해서 기도했을 때 죽었던 그 아들이 다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수넴 여인의 믿음에 대해서

    수넴 여인의 믿음이 위대하고 대단했습니다. 그녀는 엘리사가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이라고 믿었던 영안의 눈이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엘리사가 먼 길 여행에서 피곤하여 쉴 곳이 없었을 때 자신의 물질을 드려 하나님의 종을 아낌없이 후원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들이 죽었을 때는 장례식 대신에 엘리사를 향해서 달려갔던 영적 판단력이 뛰어났던 사람이었습니다. 영의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찬란한 빛을 발합니다. 그녀는 40km를 쉬지 않고 달려갔던 열정의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녀는 하나님을 향한 큰 믿음이 확실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고백입니다. “여호와께서 살아계심을 믿습니다. 당신의 영혼이 살아있음을 믿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 (왕하4:30) 이 이야기의 배경이 북왕국 이스라엘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당시 북왕국의 왕은 아합이었고, 왕비는 이세벨이었습니다. 즉 온 땅이 우상으로 덮였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알을 섬기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 영적 암흑기에서 수넴 여인이 보여주었던 [살아계신 여호와 하나님] 신앙은 참으로 진귀한 보석이었습니다. 그 보석 같은 믿음이 죽은 아들을 살리게 했던 것입니다.

게하시와 수넴 여인

    저는 여기에서 엘리사의 종 게하시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 인간은 참으로 한심한 인물이었습니다. 시대를 너무도 비굴하게 읽고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영안의 눈이 없었습니다. 살기가 힘들었던 시기만을 읽고, 스승의 능력을 빌미 삼아 나아만 장군으로부터 금은보화를 갈취하여 착복하려고 했던 자였습니다. 같은 어려운 시기였지만, 수넴 여인이 엘리사를 위해서 그의 물질을 아낌없이 드렸던 삶과는 너무도 다른 추잡한 인간이었습니다.

수넴 여인이 품고 있는 메시지

    수넴 여인의 이야기는 성경 상에서 절대 짧지 않습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왜 그처럼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을까요? 불임 여성이 아들을 가졌고, 그 죽은 아들을 다시 기도로 살렸기 때문입니까? 단순히 아들을 살렸던 어머니의 지극했던 사랑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서 기록된 이야기였을까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수넴 여인의 이야기는 아들을 살렸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넴 여인의 이야기는 8장에서 갑자기 다시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후반전 이야기가 8장에서 계속 되었던 것입니다. 엘리사가 수넴 여인을 다시 불렀습니다. 그녀에게 앞으로 7년 동안 극심한 흉년이 올 것이니 그 흉년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아들을 데리고 피신하라고 미리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블레셋 땅으로 내려가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흉년이 지나고 7년 만에 수넴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집과 전토가 불법적으로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왕에게 호소하기 위해서 왕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수넴 여인이 왕궁에 도착하기 전에, 게하시가 왕과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게하시는 왕에게 7년 전에 엘리사가 수넴에서 한 귀부인에게 행했던 일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수넴 여인이 들어왔고, 게하시는 그 순간 왕에게 “방금 전에 제가 말씀드렸던 그 여인이 바로 저 여인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왕은 그 수넴 여인을 확인하고 그녀의 모든 재산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수넴 여인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다음 장 왕하 9장은 더 중요한 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엘리사가 여호사밧의 아들 예후를 이스라엘 왕으로 기름을 부어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오므리는 쿠테타를 일으켰습니다. 그는 제5대 왕 시므리를 죽이기 위해서 왕궁을 급습했고, 위기에 직면했던 스므리 왕은 궁에 불을 지르고 자살했습니다. 오므리 왕조는 그렇게 쿠데타를 통해서 세워졌습니다. 오므리 왕의 아들이 그 악한 아합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예후 왕조는 그런 쿠데타가 아니라 엘리사가 기름을 부어 세운 새로운 왕조였던 것입니다.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수넴여인과 아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엘리사는 예후에게 기름을 붓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죽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수넴 여인과 그 아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주목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엘리사는 그의 생애 마지막까지 왜 그처럼 그 귀부인과 아들을 끝까지 지켜주고자 했던 것입니까? 그녀에게 받았던 친절과 환대가 그처럼 갚을 수 없을 만큼 과분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수넴 여인이 보여주었던 [ 살아계신 여호와 신앙]은 우상의 땅 북왕국 이스라엘에서는 너무도 귀한 보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엘리사의 입장에서는 그 믿음의 보물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아니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그 [살아계신 여호와의 신앙]이 그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를 엘리사는 간절히 소망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살아계신 여호와의 신앙]이 암울했던 시대를 지나,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 다니엘까지 이어져 내려갔다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북왕국 이스라엘 사람들은 답이 아닌 것을 답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우상은 결코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오늘도 답이 아닌데, 그 틀린 답을 답으로 알고 쫓아가는 영안이 어두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넴 여인은 달랐습니다. 영안이 열린 사람은 답을 압니다. 답이 되는 그 목표점을 향해서만 질주합니다. 수넴 여인은 아들을 살릴 수 있는 답이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에게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엘리사가 있던 갈멜산을 목표점으로 찍고 달렸습니다. 목표점이 분명한 사람은 다른 길로 가지 않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방황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자녀들에게 여호와의 신앙을 유산으로 내려주십시오, 자녀들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하도록 하십시오. 부모의 확실한 믿음, 맑은 영성, 단호한 결단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수넴 여인의 이야기는 단순히 죽었던 아들을 살려낸 어머니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차세대 영적 리더를 세웠던 한 어머니의 위대한 신앙 이야기입니다. 또한 [살아계신 여호와의 신앙]을 그 다음 세대에 주고자 했던 엘리사의 소망이 가득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니라.”

(신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