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엘림을 나중에 주셨을까요?

출 15:22-27

 

    모세 당시 애굽에서 가나안으로, 가나안에서 애굽으로 통하는 길들 가운데 이미 해안 도로가 열려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길을 “블레셋 사람의 땅으로 가는 길”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출 13:17) 그 도로는 애굽과 바벨론을 이어주는 유일한 국제 도로였습니다. 당시 찬란했던 애굽의 문화와 문명이 그 도로를 통해서 유럽까지 전해졌습니다. 그 해안 도로는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 요충지였습니다. 그래서 그 해안 도로를 장악하기 위해서 국가 간에 전쟁이 자주 일어났던 곳이었습니다. 애굽은 그 해안 도로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많은 군사를 해안 도로 곳곳에 배치해 놓았습니다. 출애굽을 했던 이스라엘 백성이 그 해안 도로를 따라서 가나안으로 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겠습니까? 뒤에는 애굽 추격대가 올라오고, 앞에는 애굽 해안 경비대가 내려왔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전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람들이 상상하지 않았던 길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셨습니다. 그 길은 시나이(Sinai) 반도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 길을 “홍해의 광야 길”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출 13:18) 그 길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었습니다. 그 “홍해의 광야 길”로 가도록 누가 결정을 했습니까? 모세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그 이유를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이스라엘 백성이 해안 도로로 가다가 전쟁을 만나게 되면 쉽게 애굽으로 후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출 13:17절입니다. “바로가 백성을 보낸 후에 ‘블레셋 사람의 땅의 길’은 가까울지라도 하나님이 그들을 그 길로 인도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백성이 전쟁하게 되면 마음을 돌이켜 애굽으로 돌아갈까 하셨음이라.”

   오늘은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 앞에서 애굽의 마병대가 그들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나님께서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막아주셨던 것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홍해를 걸어서 건너는 장엄한 기적도 경험했습니다. 그들은 흥분했습니다. 그들의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모세의 리더십과 능력에 대해서 그들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습니다. 흥분 때문에 피곤한 줄을 모르고 그들은 사흘째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불평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흥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보세요.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우리가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습니까? 광야입니다. 냉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계속 가면 우리는 다 죽게 될 것입니다. 애굽에서 가지고 나온 식량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식수도 거의 바닥이 났습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홍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악함을 보려면 [3일 고통]이면 충분합니다. 그들은 마라(Marah)에 도착했습니다. 목은 타들어 가는데 마라의 물은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모세를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모세를 따라 애굽을 떠났던 일을 후회했습니다. 3일 전, 홍해의 기적 이후에 보여주었던 환희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을 시험하셨던 하나님은 낙제 점수를 주셨습니다. (출 15:25; 16:4; 20:20) 그러나 그 낙제생들에게 하나님은 은혜를 베풀어 주시며 마실 수 없었던 쓴 물을 마실 수 있는 단물이 되게 해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마라를 떠나 두 번째 도착했던 장소는 엘림(Elim)이었습니다. 홍해에서 마라까지는 약 30km입니다. 홍해에서 엘림까지는 약 100km입니다. 그러므로 마라에서 엘림까지는 약 70km가 되는 셈입니다. 첫 번째 구간(홍해-마라)보다 두 번째 구간(마라-엘림)은 2배나 더 먼 거리였습니다. 목이 더 타들어 갔을 것입니다. 며칠 동안 풀 한 포기 없는 불타는 광야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의 눈앞에 맑은 물이 넘치는 샘들과 푸른 종려나무들이 가득한 오아시스가 나타났습니다. 엘림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매우 기뻐했습니다. 그들은 그곳에서 약 2개월 동안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엘림이 아무리 좋아도, 엘림은 약속의 땅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엘림을 떠났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두 장소 즉 마라와 엘림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두 장소는 매우 대조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라는 죽음의 메시지를, 엘림은 생명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의미들에 대한 말씀이 아니라, 그 두 장소의 위치를 잠시 바꿔보려고 합니다.

   만약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떠나 3일 후에 도착했던 첫 번째 장소가 마라가 아니라 엘림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들은 하나님을 높이 찬양했을 것입니다. 가죽 부대에 물이 딱 한 방울만 남았는데 하나님께서 어떻게 아시고 자신들을 오아시스 엘림으로 인도해 주셨느냐고 하나님께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완벽한 타이밍이었습니다.”라고 했을 것입니다.

   바뀐 두 번째 장소로 가보겠습니다. 두 번째 장소는 쓴 물이 고여 있는 마라였습니다. 그때 이스라엘 백성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들은 맑은 샘물과 종려나무가 가득했던 첫 번째 장소 엘림으로 당장 돌아가자고 외쳤을 것입니다. 그들이 엘림으로 돌아갔다면 거기에서 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들은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애굽을 동경하고 있음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애굽에서 노예로 살지언정 물 없이는, 고기 없이는, 과일 없이는, 채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민수기 11:5절입니다. “우리가 애굽에 있을 때에는 값없이 생선과 오이와 참외와 부추와 파와 마늘을 먹은 것이 생각나거늘 이제는 우리의 기력이 다하여 이 만나 외에는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도다.”

   이제 다시 두 장소를 정상적인 위치로 보내고 본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왜 하나님은 마라를 앞에 두고, 엘림은 뒤에 두셨을까요?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너무도 잘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가나안을 향해서 앞으로만 전진해 나아가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들이 애굽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입장을 이해하기 보다, 하나님의 뜻을 찾는데 그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왜 하나님은 그들로 하여금 해안 도로가 아니라 광야 길로 가도록 하셨는지? 왜 엘림을 나중에 주셨는지? 왜 1주일이면 족히 갈 수 있는 거리를 40년 동안 가게 하셨는지? 하나님의 뜻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속히 탈출해서 하루라도 빨리 가나안으로 들어가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이 먼저 해야만 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가나안의 주인이 되는 것보다, 하나님 앞에 거룩한 백성이 되는 일이 먼저 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기적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능력이 어떠하신지를 직접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이 얼마나 거룩한 분이신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기들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들은 쉽게 막말을 하나님께 쏟아냈습니다. 그들에게 40년 광야 생활이 필요했던 이유였습니다.

   우리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무엇인가 큰 일을 이루는 것보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어떠한 사람이 되느냐가 먼저입니다. 부자가 되고, 성공한 사람이 되기 이전에 우리는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것이 먼저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에게도 광야의 시간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늘 하나님 앞에 부족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앞에 있는 길들이 항상 잘 갖춰진 해안 도로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 지점까지 단 1m라도 더 빨리 가고자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더 먼 길을 걷도록 하실 때가 있습니다. 살아가다가 보면 기다렸던 엘림이 아니라, 상상도 하지 않았던 마라가 먼저 올 때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당신에게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나님이 정해주신 순서대로 가십시오. 마라(고난)가 먼저라고 말씀하시면 순종하십시오. 불평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도망가지 말고, 뒤돌아서지 말고, 울지 말고 묵묵히 가십시오. 하나님은 당신을 위해서 반드시 가까운 곳에 엘림을 예비해 놓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 스스로 그 순서를 바꾸려고 하지 마십시오. 가라 하시면 가고, 받으라 하시면 받으십시오. 그것만이 당신이 거룩하신 하나님께 할 수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