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끝에 있는 문

고후 6:1-10

 

     우리의 인생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어머니의 태문을 열고 나온 이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문들을 통해서 여기까지 와 있습니다. 나는 지리산 촌놈입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우리 집 대문은 싸리문이었습니다. 방 문 손잡이 옆에는 손바닥만 한 유리 조각 하나가 붙어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밖에서 누가 “안에 계십니까?”하면, 아버지는 한 쪽 눈을 그 유리 조각에 대시며 “게 누구요?”라고 하셨습니다. 아는 사람이면 반갑게 방문을 여셨지만, 모르는 사람이면 문을 열지 않고 “뉘시오?”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 집에서 9살 때까지 살다가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울에는 싸리문이 없었습니다. 내 친구 집의 대문은 철문이었습니다. 새벽이 되면 그 철문 앞에는 주머니 하나가 걸렸고, 동이 트기 전에 그 주머니 안에는 매일 신선한 서울우유 한 병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철 대문이 있는 집에서 사는 내 친구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좀 더 자라고 보니 부러운 문들보다 무서운 문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더 좋은 문들을 차지하기 위해서 혈투를 벌이며 살았습니다. 이기기 위해서 양보가 없었고, 지키기 위해서 상대를 죽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문들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고, 어떤 문들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싸웁니까? 오늘은 문(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려고 합니다. 성경에는 여러 문들이 있습니다.

1. 마음의 문이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3:20절에서 예수님은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서 문은 마음의 문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계셨습니다. 일방적으로 그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사람이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문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성 문(城門)을 단단히 잠갔던 쇠 빗장을 풀듯이 우리는 마음의 빗장을 풀고 주님께서 들어오시도록 문을 활짝 열고 환영해야 합니다.

2. 믿음의 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서 빗장을 빼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바울은 복음을 선포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회개하고, 죄사함을 받고, 구원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 중에는 이방인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사람들이 구원을 받게 된 것이 자신이 유창한 설교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주셨기 때문이었다고 확신했습니다. 바울은 그 마음의 문을 [믿음의 문]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들이 이르러 교회를 모아 하나님이 함께 행하신 모든 일과 이방인들에게 믿음의 문을 여신 것을 보고하고 제자들과 함께 오래 있으니라.” (행 14:27-28) 바울이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루디아의 마음의 문을 열어 바울이 전하는 복음을 듣게 했습니다. “두아디라 시에 있는 자색 옷감 장사로서 하나님을 섬기는 루디아라 하는 한 여자가 말을 듣고 있을 때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신지라.” (행 16:14)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님을 영접하게 된 것도 우리의 결정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셨기 때문에 우리에게 구원이 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3. 선교의 문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소아시아(지금의 터키)에서 선교를 계속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를 강권하여 마게도냐(지금의 유럽)로 건너가 복음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그것 또한 전적으로 하나님의 결정이었습니다. 그 일을 바울은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하여 드로아에 이르매 주 안에서 문이 내게 열렸으되 내가 내 형제 디도를 만나지 못하므로 내 심령이 편하지 못하여 그들을 작별하고 마게도냐로 갔노라.” (고후 2:12-13) 또한 바울은 복음을 전하다가 옥에 갇히게 되면 그 옥문들이 저절로 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로마로 이송될 때도 해상에서 [유라굴로] 풍랑을 만나게 되어 배가 파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파선되기 전에 바울은 하나님으로부터 그 사건이 있을 것을 미리 통보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서 멜리데(지금의 말타:Malta) 선교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바울이 로마에 도착해서 곧바로 순교를 당하지 않고, 2년 동안 가택 연금을 당하게 된 것도 로마 선교를 열기 위한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이었음을 바울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명들은 모두 하나님의 주권 속에서 인도되고 있습니다.

4. 천국의 문이 있습니다.

     바울에게 마지막 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천국의 문이었습니다. 바울은 과거에 그 천국의 문을 이미 다녀왔었습니다. 고후 12:2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한 사람을 아노니 그는 십사 년 전에 셋째 하늘에 이끌려 간 자라. 그가 모르거나와 하나님은 아시느니라.”) 그 천국의 문은 요한계시록 3:20절에 있는 문과 달랐습니다. 요한계시록 3장에 있는 문은 사람이 안에서 걸어 잠근 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문 밖에 서서 계셨습니다. 그러나 마태복음 25:10절에 있는 문은 예수님이 안에서 걸어 잠근 문이었습니다. “그들이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오므로 준비하였던 자들은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힌지라.” 그 문은 천국의 문이었습니다. 신랑 되시는 주님은 마을로 놀러갔던 신부들을 기다리지 않으셨습니다. 뒤늦게 돌아온 신부들은 문을 세차게 두드렸지만 그 천국의 문은 그들에게는 결코 열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매우 신중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 천국의 문이 나에게는 어떤 문으로 다가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닫힌 문입니까? 열린 문입니까? 미련했던 처녀들처럼 천국 문 앞에서 거절을 당한다면 그처럼 비참한 인생도 없을 것입니다. 구원받은 성도들에게 천국 문은 활짝 열리게 됩니다. “볼지어다.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 (계 3:8) 불신자들에게는 지옥 문이 활짝 열리게 됩니다. “세상 끝에도 이러하리라. 천사들이 와서 외인 중에서 악인을 갈라내어 풀무 불에 던져 넣으리니 거기서 울며 이를 갈리라.” (마 13:49-50)

    어떤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천국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영생을 한다지요?” “네, 그렇습니다.” “영생이라. 음~~~ 너무 지루하지 않겠습니까? 그 영구한 세월 속에서 뭘 하면서 산답니까? 그곳에도 컴퓨터가 있습니까? 그곳에도 스타벅스 커피가 있습니까? 그곳에도 낚시터가 있습니까? 그곳에도 월드컵 축구 경기가 있습니까?”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천국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들은 이 땅을 천국이라고 믿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즐기며 사는 삶을 택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막 사는 그들의 인생도 이 땅에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백만 불짜리 저택의 문고리를 잡고 사는 사람, 핵폭탄 단추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문들을 다 열 수 있는 마스터 키(Key)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그들 앞에서 천국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들은 가장 비참한 최후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한 때 서울에 있는 철 대문을 부러워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떤 대문도 부럽지 않습니다. 철 대문이 아니라 황금 대문도 부럽지 않습니다. 나에게는 열린 천국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 싸리문이 달린 초가집에서 살아도 나는 만족하며 살 것입니다. 

      그러나 천국문을 향하여 가는 길은 좁습니다. 환란과 핍박이 있는 길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선인들은 그 환란과 핍박을 피하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길 끝에 천국의 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천국의 문을 다녀왔던 바울의 고백을 우리는 주의 깊게 읽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 고린도후서 6:1-10절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자로서 너희를 권하노니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 이르시되 내가 은혜 베풀 때에 너에게 듣고 구원의 날에 너를 도왔다 하셨으니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 우리가 이 직분이 비방을 받지 않게 하려고 무엇에든지 아무에게도 거리끼지 않게 하고, 오직 모든 일에 하나님의 일꾼으로 자천하여 많이 견디는 것과 환난과 궁핍과 고난과 매 맞음과 갇힘과 난동과 수고로움과 자지 못함과 먹지 못함 가운데서도, 깨끗함과 지식과 오래 참음과 자비함과 성령의 감화와 거짓이 없는 사랑과 진리의 말씀과 하나님의 능력으로 의의 무기를 좌우에 가지고, 영광과 욕됨으로 그러했으며 악한 이름과 아름다운 이름으로 그러했느니라. 우리는 속이는 자 같으나 참되고,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

      환난과 핍박과 굶주림 속에서도 바울이 왜 그처럼 끝까지 깨끗하게 살고자 했었는지,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었음에도 그가 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자 했었는지, 억울한 결박을 당했을 때도 그가 왜 죽은 자처럼 저항하지 않고 끝까지 믿음의 길을 지키고자 했었는지 그 이유를 이제는 아시겠습니까? 그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바울은 천국을 다녀온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은 이 땅에 있는 그 어떤 것도 소유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것이 썩을 것이고, 어떤 것이 영원한 것인지를 바울은 천국에서 분명히 보고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천국이 없다구요? 그렇다면 천국이 없다고 믿고 막 사십시오. 천국이 있음을 믿는다구요? 그렇다면 바울처럼 사십시오.그러나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을 교묘히 즐기면서 동시에 천국까지 손에 거머쥐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당신이 하나님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당신에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가는 이 길 끝에서 만나는 문이 천국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 천국문을 지나 그토록 사모했던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그 분의 순결한 신부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