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제로(0mm)가 되었을 때

호 14:4-7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일입니다. 아버지는 참 부지런하셨습니다. 동이 트기 전, 아직도 길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새벽 일찍 나를 데리고 논길로 나섰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새벽을 걷어내면서 앞서 가시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서 졸랑졸랑 따라갔습니다. 논두렁을 한참 걷다보면 개울을 건넌 적도 없는데 어느새 내 고무신 속에는 차가운 물이 가득 들어와 있었습니다. 하늘에는 아직도 새벽 별들이 총총한데 내 발은 장맛비에 흠뻑 젖은 초가집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풀잎에 맺힌 새벽이슬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새벽이슬은 신선한 느낌이 아니라, 내 발을 시리게 하고, 내 걸음을 미끄러지게 하는 장애였습니다.

    비(게셈:??????)는 하늘에서 내려왔지만, 이슬(탈:???)은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이슬은 갑자기 차가워진 지면의 온도 때문에 생긴 수증기가 풀잎에 맺히면서 생기는 작은 물방울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비가 적은 나라입니다. 왼쪽은 지중해, 오른쪽에는 사해가 있습니다. 먹을 수 없는 물만 있어서 건기 때는 물이 항상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메마른 땅 위에 맺힌 이슬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슬은 하나님의 촉촉한 사랑, 하나님의 풍성한 축복, 하나님의 신실한 약속을 상징했습니다. 이삭이 아들 야곱을 축복했을 때 이슬의 축복을 해주었습니다.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를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창 27:28) 모세는 죽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을 모아놓고 마지막으로 하나님 앞에 찬양을 올릴 때 “내 말은 이슬”이라고 노래했습니다. “내 교훈은 비처럼 내리고, 내 말은 이슬처럼 맺히나니 연한 풀 위의 가는 비 같고 채소 위의 단비 같도다.” (신 32:2)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살리는 “빛나는 이슬”이라고 말한 사람은 선지자 이사야였습니다. “주의 죽은 자들은 살아나고 그들의 시체들은 일어나리이다. 티끌에 누운 자들아, 너희는 깨어 노래하라. 주의 이슬은 빛난 이슬이니 땅이 죽은 자를 내어 놓으리로다.”(사 26:19)라고 했습니다. 그처럼 성경에 있는 이슬은 죽은 것을 살리고, 있는 것을 더 기름지게 하는 축복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있는 이슬을 보겠습니다. 호세아는 경건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에게 충격적인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타인의 사랑을 받아 음녀가 된 그 여자를 사랑하라.” (호 3:1) 호세아 주변에도 어여쁜 여인들이 들에 핀 샤론의 꽃처럼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에게 매춘부였던 고멜을 아내로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여호와를 경외했던 호세아는 그 말씀에 순종해서 포주(抱主)에게 은 열다섯 개와 보리 한 호멜 반을 지불하고 고멜을 데리고 왔습니다.

    집으로 데리고 오는 날, 호세아는 고멜에게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너는 많은 날 동안 나와 함께 지내고 음행하지 말며, 다른 남자를 따르지 말라. 나도 그대에게 그리하리라.” (호 3:3) 그러나 고멜은 호세아에게서 세 명의 자녀를 낳아주고,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고멜은 우상숭배로 영적 매춘부가 된 북왕국 이스라엘의 타락한 모습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매춘부로 돌아간 고멜을 보면서 호세아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향해 목청이 찢어지도록 외쳤습니다. “이스라엘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오라. 네가 불의함으로 말미암아 엎드러졌느니라. 너는 말씀을 가지고 여호와께로 돌아와서 아뢰기를 모든 불의를 제거하시고 선한 바를 받으소서. 우리가 수송아지를 대신하여 입술의 열매를 주께 드리나이다 할지니라.” (호 14:1-2) 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북왕국 이스라엘 사람들은 호세아의 그 절규를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들으셨습니다. 호세아의 간절한 절규 때문이었을까요? 하나님은 호세아에게 이스라엘의 반역을 고쳐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입니다. “내가 그들의 반역을 고치고 기쁘게 그들을 사랑하리니 나의 진노가 그에게서 떠났음이니라.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과 같으리니 그가 백합화 같이 피겠고 레바논 백향목 같이 뿌리가 박힐 것이라. 그의 가지는 퍼지며 그의 아름다움은 감람나무와 같고 그의 향기는 레바논 백향목 같으리니 그 그늘 아래에 거주하는 자가 돌아올지라. 그들은 곡식 같이 풍성할 것이며 포도나무 같이 꽃이 필 것이며 그 향기는 레바논의 포도주 같이 되리라.” (호 14:4-7)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가운데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단어가 바로 [이슬]입니다.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과 같으리라.” 하나님은 이슬이 되어 이스라엘의 반역을 고쳐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백합화, 백향목, 감람나무, 포도나무를 다시 살리는 [이슬]이 되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처럼 이슬에는 죽은 것을 살리는 [생명]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뭄으로 메마르게 되어도 공급되어지는 물이 있었습니다. 헐몬산(Mt. Hermon: 2,815m)으로부터 내려오는 물이었습니다. 겨울에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흘러내려오는 물도 있었지만, 눈이 없는 여름에도 헐몬산으로부터 많은 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산 정상에 거대한 호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물은 새벽마다 헐몬산 허리에 맺혔던 새벽이슬이 한 방울, 두 방울이 합쳐지면서 강이 되어 갈릴리 호수로 흘러내려 갔던 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헐몬산의 이슬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다윗은 그 헐몬산의 이슬을 영생이라고까지 노래했습니다.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 133:3)

    구약에 있는 이 말씀들을 정리해 보면 새벽이슬은 영원한 생수이시며, 영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요한복음 4:14절에서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에 나오는 이슬은 그냥 비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물방울이 아니었습니다. 이슬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하님의 축복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농부들에게 이른 비와 늦은 비는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른 비는 10월에서 11월에 내립니다. 그때 농부들은 촉촉하게 젖은 땅을 개간해서 밀과 보리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3월과 4월이 되면 그 밀과 보리를 수확했습니다. 수확을 하기 바로 전에 보슬보슬 비가 내립니다. 그것이 늦은 비입니다. 중요한 것은 알곡이 한참 영글어가는 1월과 2월입니다. 그때에는 동쪽 사막으로부터 불덩이 같은 뜨거운 열풍이 불어옵니다. 사막의 열풍에 곡식들이 다 타서 죽을 수 있습니다. 기온은 영상 35도를 넘어가는데 2월의 하늘은 매정하게 비 한 방울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그때 이스라엘의 2월 강수량은 제로(0mm) 밀리미터입니다. 뜨거운 햇볕과 사막의 열풍으로 곡식들은 타 죽기 일보직전입니다. 그때 곡식들 위에 물이 내립니다. 바로 새벽이슬입니다. 이스라엘 농부들은 그 새벽 이슬의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나는 너희를 살리는 이슬이다.”(호14:5)라고 하셨을 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말씀의 의미를 피부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새벽이슬의 소중함을 모를 수 있습니다. 시멘트길을 걸으면서 그들은 이슬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살아가다 보면 당신에게도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제로(0mm) 상황을 만나게 될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 수 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물 한 방울이 아니라 이슬 한 방울도 간절히 소원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이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나는 너희를 살리는 이슬이다.” (호 14:5) 기적은 바로 그 작은 이슬에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