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의 기적

마가복음 8:1-10

    어느 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내가 떡 다섯 개를 오천 명에게 떼어 줄 때에 너희가 조각 몇 바구니를 거두었느냐?” “열 두 바구니였습니다.” “떡 일곱 개를 사천 명에게 떼어 줄 때에 너희가 조각 몇 광주리를 거두었느냐?” “일곱 광주리였습니다.” 이것은 오병이어와 칠병이어 기적 이후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나눈 대화의 내용이었습니다. (막 8:19-20) 예수님께서 직접 두 번 언급하셨듯이 오병이어와 칠병이어 기적은 각각 다른 기적이었습니다. 장소도 달랐고, 대상도 달랐고, 숫자도 달랐습니다. 우리는 오늘 ‘오병이어’ 혹은 ‘칠병이어’라는 기적 자체에는 주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오늘은 1,000번이란 숫자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칠병이어 기적 이후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몹시 실망하셨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칠병이어 기적 이후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함께 배를 타고 다른 지방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 안에서 한 제자가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구~~~ 떡을 챙긴다는 것을 깜빡했네. 자네는 떡을 챙겼나?” “아이구, 나도 깜빡했네.” 제자들은 이 보따리, 저 보따리를 털어보았습니다. 떡이 딱 한 개만 나왔습니다. 그러자 한 제자가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우리가 먹을 떡은 챙겼어야지. 떡 한 개만 가지고 배를 탄다는 게 말이 돼!” “아니 지금 누구를 탓하는 거야!” 제자들 사이에 언성이 일어났습니다.

   제자들의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칠병이어 기적 이후에 그들이 거뒀던 떡은 모두 일곱 광주리였습니다. 오병이어 기적 때는 열 두 바구니였습니다. 열 둘 그리고 일곱이란 숫자로 보면 오병이어 때 더 많이 거둔 것 같지만, 칠병이어 때가 사실은 더 많았습니다. 오병이어 때는 바구니로 열 두 바구니였지만, 칠병이어 때는 광주리로 일곱 광주리였기 때문입니다. 바구니는 옆구리에 끼울 정도로 작은 크기였고, 광주리는 두 장정이 들어야 할 정도로 큰 크기였습니다. 그러므로 일곱 광주리에 담겨있었던 떡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 많은 떡과 생선 중에서 고작 떡 한 개만 챙겼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던 것입니다.

   이런 제자들의 말싸움을 들으면서 예수님께서 매우 실망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가 어찌 떡 없음을 놓고 다투느냐? 아직도 알지 못하느냐?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어찌 이렇게도 둔하냐? 너희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구나. 벌써 잊었느냐?”(막 8:17-18)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벌써 잊었느냐고 하셨던 것은 떡 일곱 개로, 떡 다섯 개로 수천 명이 배불리 먹었던 예수님의 능력을 벌써 잊었느냐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야단을 맞아도 될 제자들의 잘못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두 기적 속에 나오는 숫자에 대해서 주목해 보겠습니다. 떡을 배불리 먹었던 사람들의 수는 오병이어 때는 오천 명이었고, 칠병이어 때는 사천 명이었습니다. 두 기적에 등장했던 총 인원을 합하면 9,00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는 남자만 계수한 숫자였습니다. (막 6:44) 오병이어의 빈들과 칠병이어의 광야에는 남자들 외에도 많은 여자들과 어린이들이 있었습니다. 함께 했던 여자들의 수를 3,000명으로 잡고 총 인원에 그 수를 더해서 12,000명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 12,000명에게 기적의 떡과 생선을 나눠줬던 사람들이 바로 열 두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한 제자 당 1,000명에게 기적의 떡과 생선을 나눠줬다는 뜻이 됩니다. 

   제자들은 트럭에서 쏟아지는 떡과 생선을 삽으로 퍼서 가져다주지 않았습니다. 기적의 떡과 생선은 그들의 옆구리에서 나왔습니다. 그들이 바구니에서 떡 하나를 꺼내서 주면 다시 하나가 채워지고, 생선 하나를 꺼내서 주면 다시 빈 바구니가 채워지는 기적을 제자들은 똑똑히 보았습니다. 10번도 아니고, 100번도 아니고, 1,000번이나 직접 그 기적을 확인했었습니다. 예수님의 책망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1,000번 이상 확인했던 그 기적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잊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우리의 모습이 있습니다. 제자들은 떡 한 개를 놓고 싸웠지만, 우리는 수 천개, 수 만개, 수 억개의 떡을 놓고 내가 더 많이 갖기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입니다. 전직 대통령이었던 사람과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퇴임 전에 더 많은 것을 챙기려 했다가 쇠고랑을 찼습니다. 교회 목회자들은 은퇴하기 전에 더 많은 것을 챙기려 하다가 신뢰와 존경을 잃었습니다. 선교지에 있는 선교사들도 챙기는 일에 부지런합니다. 선교지 현지 목회자들 역시 선교사 모르게 거액을 챙기는 일에 믿음과 양심을 팔아버립니다. 10년 동안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선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수 십 번했지만, 지금까지 선교지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선교지 빈들에, 선교지 광야에 주님께서 불쌍히 여기시는 무리들이 아직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그 무리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내가 그들을 굶겨 집으로 보내면 길에서 기진하리라." (막 8:3)

   그런 주님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떡 한 개를 놓고 시비가 붙였던 제자들이 그래서 부끄럽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집중했던 것은 배 안에 있었던 떡 한 개뿐이었습니다. 그들은 배 안에 함께 계셨던 주님은 보지 않았습니다. 무시했습니다. 주님은 떡 일곱 개로 4,000명을 먹이셨고, 떡 다섯 개로 5,000명을 먹이셨습니다. 떡 한 개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주님이십니까? 주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시려면 최소한 떡이 다섯 개는 있어야 합니까? 제자들은 떡 한 개를 놓고 싸웠지만, 주님께는 그 한 개도 제자들에게는 많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우리는 가진 것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싸우지 않습니다. 그래야 주님만을 바라보게 됩니다. 목회자, 선교사, 크리스천들이 반드시 알아야 일입니다.

   나는 40년 동안 주님을 섬겼습니다. 그러나 남들처럼 부자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굶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주님은 늘 신실하셨습니다. 찬송가 390장은 "예수가 거느리시니 즐겁고 평안하구나."라고 노래합니다. '거느린다'는 뜻은 주님께서 우리를 끝까지 책임져 주신다는 뜻입니다. 그 주님을 신뢰한다면 한 개가 아니라 내 손에 아무 것이 없어도 늘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우리를 책임져 주시겠다는 주님의 약속을 믿지 않는다면 1,000번이 아니라 10,000번의 기적을 본다할지라도, 돌아서면 다 잊어버리고 자신의 손에 있는 한 개만을 바라보면서 누군가를 원망하며 다투며 살 것입니다. 그것은 제자의 참 모습이 아닙니다. 

   손에 가진 재물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떡 한 개 때문에 부끄러운 제자가 되지 마십시오. 직위와 권세를 이용해서 더 많은 재물을 챙기려고 싸우지 마십시오. 모두 부끄럽고 흉한 모습입니다. 나누십시오. 베푸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손끝에서 주님의 오병이어, 주님의 칠병이어 기적이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내 손에 아무 것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아니 내 손에 아무 것이 없어야 주님의 손을 붙잡고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라.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하바국3: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