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사는 사람들

 빌 4:8

 

   사람은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이 사람을 잡을 때가 있습니다. 생각에는 꼬리가 있습니다. 그 꼬리 끝에는 갈고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갈고리로 걸어서 끌고 들어옵니다. 생각이 더러우면 악해지고, 생각이 이기적이면 사나워지고, 생각이 비틀어지면 괴물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의 생각은 무섭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에게 “이것들을 생각하라.”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크리스천이 반드시 가져야 할 생각들이었습니다. 건강한 생각들이었습니다. 복된 생각들이었습니다.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그 생각들을 이렇게 열거했습니다.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받을만하며, 무엇에든 칭찬받을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하라.”(빌 4:8)

   머리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 말씀은 아닌 듯합니다. 머리 위에서 수많은 의문 부호들이 빙빙 돕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말씀입니다. 어떤 덕(공)을 크게 세웠다 할지라도, 어떤 기림(칭송)을 받게 되었다 할지라도 교만하지 말고, 무엇을 하든지 참된 것만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경건한 것만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옳은 것만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정결한 것만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사랑받을 만한 것만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칭찬받을만한 것만 생각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 말을 할 때, 이런 말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끝으로.” (빌 4:8) 그 의미는 “마지막으로, 결론적으로, 최종적으로”라는 뜻이었습니다. 빌립보서는 사도 바울이 순교를 눈앞에 두고 감옥에서 쓴 편지입니다. 그러므로 “끝으로”란 표현은 법정 용어로 말하면 “최후 진술”과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쉽게 넘길 말들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바울이 그 말을 하게 되었던 배경에 대해서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소아시아 복음화를 향한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아시아는 지금의 터키(Turkey) 지역입니다. 그러나 성령님의 강권하심으로 소아시아 선교를 닫고 유럽 선교를 열었습니다. 소아시아에서 유럽(당시에는 마케도니아)으로 넘어가는 첫 관문이 바로 빌립보 성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바울은 루디아 자매를 만났습니다. 루디아의 집은 빌립보교회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이 바울을 통해서 크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바울이 점을 치던 한 소녀를 고쳐준 일이 화근이 되어 그 소녀의 주인에게 고소를 당해 빌립보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권능은 감옥 안에서 더 크게 역사 되었습니다. 천사가 수갑과 옥문을 열어주어 바울은 자유롭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소문은 빌립보에 널리 퍼졌습니다. 예수의 복음이 더 왕성하게 전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럽 선교에 첫 번째 열매였던 빌립보교회는 바울의 기쁨이 되었고, 자랑이 되었습니다. 빌립보교회 역시 바울의 선교를 끝까지 후원했습니다. 바울은 그들의 후원에 대해서 늘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빌립보 감옥에서 다시 로마 감옥으로 가보겠습니다. 빌립보 감옥 안에서는 기도와 찬송이 있었다면, 로마 감옥에서는 감사와 기쁨이 넘쳤습니다. 빌립보 감옥이 유럽 선교의 시작이 되었다면, 로마 감옥은 유럽 선교의 끝이 되었습니다. 바울의 유럽 선교는 그렇게 기도와 찬송으로 시작해서 감사와 기쁨으로 마쳤던 것입니다.

   사도 바울의 기쁨은 너무도 특별했습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빌 4:4) 감옥 안에 있던 바울이, 순교를 눈앞에 둔 바울이 그렇게 기뻐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그의 가슴에 품었던 주님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나 죽으나 주님을 위한 것이라면 더 큰 기쁨이 없다고 그는 고백했습니다.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 1:21) 그에게 기쁨이 되었던 또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빌립보에 숨겨둔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들만 있다면 당장 죽어도 아쉬움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바울에게는 든든한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사도 바울의 선교를 이를 차세대 리더들이었습니다.

   빌립보서의 수령자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빌립보에 사는 모든 성도와 또한 감독들과 집사들에게 편지하노니.”(빌1:1)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들은 첫 번째 수령자들이었고, 마지막 수령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바울처럼 순교를 두려워하지 않고 복음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던 “겁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특별히 그들은 바울이 로마 감옥에 투옥되었다는 말을 듣고 더 강하게 영적 무장을 하고 사도 바울이 “돌격 앞으로!”라고 외치면 목숨을 내놓고 언제든지 출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겁 없는 돌격대”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들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형제 중 다수가 나의 매임으로 말미암아 주 안에서 신뢰함으로 겁 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더욱 담대히 전하게 되었느니라.”(빌1:14) 바로 그들입니다. 바울은 그들을 “겁 없이 사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바울의 기쁨이 되었고, 바울의 힘이 되었고, 바울의 면류관이 되었습니다. 바울은 그들이 누구였는지 빌립보서 마지막 장, 마지막 절에서 암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빌립보서 4:22절입니다. “모든 성도들이 너희에게 문안하되 특히 가이사의 집 사람들 중 몇이니라.”

   [가이사의 집 사람들]. 가이사(Caesar)는 로마 황제를 지칭합니다. 빌립보는 원래 크레니데스((Krenides)?라고 불렸습니다. 그런데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였던 필리포스 2?세 (Philippos II)가 기원전 4?세기 중엽에 크레니데스를 점령했습니다. 그때 크레니데스를 자신?의 이름?을 따서 Philippi(빌립보)로 개명했습니다. 필리포스 2세는 그곳에 자신의 왕궁을 건축했습니다. 그가 죽은 후에는 로마 황제의 직할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빌립보에 있었던 ‘가이사의 집’은 과거에는 필립포스의 왕궁이었고, 바울 당시에는 로마의 집정관이 기거했던 대 저택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바울이 문안을 하라고 언급했던 “가이사의 집 사람들”은 로마 장교 혹은 귀족들이 아니라 오네시모처럼 기독교로 개종을 했던 노예들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주인(Master)이 아니라 그들의 주(the Lord)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오네시모처럼 신실한 종들이었습니다.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오늘의 본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바울이 “끝으로” 권면했던 것처럼 우리는 생각을 바르게 갖고 살아가야 합니다. 생각의 꼬리를 잡고 살아가면 안 됩니다. 생각의 꼬리에는 갈고리가 있습니다. 나쁜 생각은 자신을 죽이고, 많은 사람에게는 깊은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생각의 꼬리가 아니라 생각의 머리를 붙잡고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이 “생각의 머리”입니다. “생각의 머리”란 항상 하나님을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먼저] 참된 것만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먼저] 경건한 것만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먼저] 옳은 것만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먼저] 정결한 것만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먼저] 사랑받을 만한 것만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먼저] 칭찬받을만한 것만 생각하는 것이 “생각의 머리”를 붙잡고 사는 삶입니다.

   그 “생각의 머리”를 우리와 함께 단단히 묶어 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를 깊이 하면 생각은 춤추지 않습니다. 곧은 생각을 지켜주는 것이 기도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4:6-7절에서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라고 했습니다.

   반대로 기도가 약해지면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혀 추하고, 악하게 살아가게 합니다. 그러므로 “I think”로 시작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내 생각에는.... 내 생각으로는....”하면서 행동합니다. 사람의 생각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참된 것인지를 정확하게 분별해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사람은 “I think”가 아니라, “The Lord said”로 시작합니다. 즉 “하나님이 가라사대... 성경이 말씀하시기를....”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하라 하시면 하고, 가라 하시면 가고, 죽으라 하시면 목숨도 아끼지 않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하나님의 생각, 하나님의 계획, 하나님의 뜻에만 복종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겁이 없습니다. 바울이 빌립보에 숨겨두었던 제자들이 바로 그 겁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요즘 크리스천의 생각은 냄비처럼 얇습니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쉽게 부글부글합니다. 얇은 생각들은 겁쟁이 크리스천이 되게 합니다. 목회자들도 큰 교회에서 부목사를 할지언정 힘든 개척은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겁쟁이들입니다. 선교사들도 큰 도시에서 선교하지 먼 외지로 들어가 원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선교하지는 않겠다고 합니다. 겁쟁이들입니다. 성도들도 축복은 좋지만, 고난은 싫다고 말합니다. 겁쟁이들입니다. 그런 얇은 생각들이 결국 깡통 크리스천들을 배출해 냅니다.

   가이사 집의 사람들처럼 우리는 이 시대 앞에 “겁 없는 크리스천”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대장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돌격! 앞으로!”라고 명령하시면 적지를 향해서 겁 없이 돌격할 수 있는 예수의 군병들이 되어야 합니다. 크리스천은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밥그릇을 들고 예수님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겁 없는 제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겁 없는 그들 앞에 세상은, 사탄은 결국 무릎을 꿇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