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숨겨놓은 사람

고전 15:6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에서 승천까지 예수님은 지상에서 40일 동안 계셨습니다. 부활절 주일은 지난 4월 1일이었습니다. 12일 전인데, 벌써 한 달이 훨씬 넘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처럼 40일은 우리의 느낌보다 훨씬 긴 기간입니다. 왜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에 그처럼 긴 기간 동안 이 땅에 머물러 계셨던 것일까요? 끝내지 못했던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까?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다 이루었다.” 하셨습니다. 이 세상을 떠날 수 없었던 어떤 미련이라도 있으셨던 것입니까? 예수님은 이 세상에 당신의 마음을 주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사역을 이어받으실 성령님의 준비가 아직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까? 그것은 성령님의 능력을 제한하는 말이 됩니다.

   예수님은 40일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주셨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해서 여러 여인들을 만나주셨습니다. (요 20:14-18) 엠마오로 돌아가는 두 제자를 만나주셨습니다. (눅 24:13-35) 베드로를 만나주셨습니다. (눅 24:34) 열 한 제자들을 만나주셨습니다. (요 20:26-29) 오백여 명의 사람을 만나주셨습니다. (고전 15:6) 야고보를 만나주셨습니다. (고전15:7) 그리고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람산에서 승천하셨습니다. (막 16:19-20, 눅 24:44-53, 행 1:1-11) 

   40일 동안 그 많은 사람을 만나주셨던 데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시신을 찾지 못했던 여인들에게는 도둑 맞은 것이 것이 아니라 부활하셨음을 보여주셨고, 좌절한 제자들에게는 예언된 말씀대로 응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고, 의심했던 제자들에게는 두 번씩 부활의 흔적을 직접 확인해 보도록 당신의 몸을 내어주시기도 하셨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제자들에게는 그들이 감당해야 할 사명(The Great Commission)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셨습니다.

   그들 가운데 고린도전서 15장에 소개된 오백여 명의 제자들에 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본문 고전 15:6절입니다. “그 후에 오백여 형제에게 일시에 보이셨나니 그 중에 지금까지 태반이나 살아 있고 어떤 이는 잠들었으며,”라고 했습니다. 이 말씀 가운데 “일시에(at the same time)”라는 단어에 먼저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헬라어로는 “에파파스(?φ?παξ)” 입니다. 이 단어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초자연적으로 같은 시간에 여러 장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여기 저기에 나타나셨다는 뜻이 아니라, 한 장소에 모여 있던 500여 명의 사람들 앞에 홀연히 “딱 한번”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로마서 6:10절에 “그의 죽으심은 죄에 대하여 단번에 죽으심이요 그의 살으심은 하나니께 대하여 살으심이니.”라고 했고, 히브리서 9:12절에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아니하고 오직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들 가운데 “단번에” 역시 “에파파스(?φ?παξ)” 였습니다. “딱 한번”이란 횟수를 나타냅니다. 예수님은 500명이 모여있던 한 곳(a place)에 홀연히 “딱 한번(Once for all)” 나타나셨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500여명은 누구였을까요? 그들은 어떻게 모였던 것일까요? 그들은 열 두 사도들 외에 예수님께서 숨겨놓으셨던 복음전도자(Evengelists)들이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수 천명의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랐지만, 그들 모두가 예수의 제자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열 두 사도만이 예수의 참 제자들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500여명은 비록 열 두 사도들 속에 들지는 못했지만, 예수님께는 매우 신실한 제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70명의 전도인(눅 10:17)을 뽑아서 파송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능력을 부여 받아 전도할 때 그들을 통해서 악한 영들이 항복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들이 전도할 때 하늘에서 사단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시고 매우 기뻐하셨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그 70명의 전도인들은 그 500명 가운데 속에 있던 제자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사야서에 나오는 숨겨놓은 사람들 즉 “남은 자(Remnant)”들과 같았습니다. “남은 자”에 대한 말씀은 이사야 10:21, 11:16, 28:5, 37:32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이사야 37:32절은 “이는 남는 자가 예루살렘에서 나오며 피하는 자가 시온에서 나올 것임이라. 만군의 여호와의 열심히 이를 이루시리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사야 선지자가 언급했던 그 “남은 자”의 예언을 그대로 이어 받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롬 9:27절입니다. “이사야가 이스라엘에 관하여 외치되 이스라엘 뭇자손의 수가 비록 바다의 모래 같을지라도 남은 자만 구원을 얻으리니”라고 말하면서, 롬11:5절에서는 그 “남은 자”들이 구원을 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로마서 11:5절 말씀입니다. “그런즉 이와 같이 이제도 은혜로 택하심을 따라 남은 자가 있느니라.” 그러므로 그 500여명은 예수님께서 친히 숨겨두신 사랑하는 제자들이었고, 승천하시기 전에 그 제자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으셨던 분도 예수님이셨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여기에서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왜 예수님은 그들이 필요했던 것입니까? 열 두 사도의 능력을 의심했기 때문이었습니까?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경우의 수(Plan B)”를 준비하셨던 것입니까? 그것도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큰 사명(Great Commission)을 주실 때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제자들을 통해서 펼쳐진 세계 선교 “속에” 주님께서도 항상 함께 하시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선교의 주체는 영원히 주님이십니다. 그래서 열 두 사도들이 세계 선교를 시작하기 이전에, 부활하신 주님은 이미 그 선교를 시작하셨던 것입니다. 그 첫 번째 선교가 그 오백여명의 제자들을 불러서 그들을 첫 번째 복음전도자들로 파송하는 일이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세계 선교를 위한 그들의 역할은 매우 중대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2,000년 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당시 팔레스틴을 비롯에서 당시 고대 근동(古代近東, Ancient Near East)에 있었던 국가들의 문해률(文解率:글을 읽을 수 있는)은 어떠했을까요? 지금 현대 중동 국가들을 보겠습니다. 2015년 CIA 월드 팩트북(Central Intelligence Agency World Factbook) 에서 세계 217개 국가를 상대로 조사한 문해률을 보겠습니다. 대한민국은 69위로 국민의 97.9%가 글을 읽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전국민이 글을 읽을 수 있는 100%로 상위권에 있었습니다. 꼴치 국가(217위)는 아프리카 남수단(27%)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아프가니스탄(28.1%)이었고, 그 뒤를 이어 말리(33.4%)와 차드(35.4%)였습니다. 21세기(2015년 기준)에도 전 국민의 27%만이 글을 읽을 수 있고, 70% 이상이 글을 읽지 못하는 국가가 있다는 통계입니다. 그렇다면 2,000년 전, 근동 국가들의 문맹률 혹은 문해률은 어떠했을까요?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것입니다. 10% 미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문맹률을 염두해 두고 2,000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왜 주님께서 500여 명을 따로 세워 초대 선교사들로 파송하셨는지 그 이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태는 마태복음서를 기록했습니다. 마가도, 누가도, 요한도, 베드로도, 야고보도, 사도 바울도 성서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전에는 그 기록된 말씀들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귀족을 비롯해서 극히 제한된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한국 초대교회 선교 역사 속에도 보면, 선교사들이 성경을 주었는데, 글을 읽지 못한 사람들이 벽지 혹은 문창호지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성경은 한낱 종이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오백여명의 선교사들의 역할은 그 만큼 중대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3년 동안 그림자처럼 예수님의 발걸음을 따라다녔던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가까이에서 예수님으로부터 많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뵙게 되었습니다. 엠마오의 두 제자들처럼 그들의 가슴 역시 뜨거워졌을 것입니다.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온 세상에 전할 열정과 헌신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숨겨놓았던 그 제자들을 일시에(에파파스: ?φ?παξ) 불러내셨던 것입니다. 그 자리는 배움의 자리가 아니라 파송을 받는 선교사 출정식(出征式)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들은 구전복음서(口傳福音書)가 되어 온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확인했던 “목격자(Eyewitness) 선교사들”이 되어 글을 읽지 못하는 이들에게 가서 “내가 내 눈으로 부활하신 메시야를 보았습니다. 그 분은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담대히 외쳤던 것입니다. 그들이 입으로 전한 구전복음(口傳福音)을 통해서 글을 읽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그들을 [그리스도의 편지]라고 했습니다. 그들의 증언이, 그들의 헌신된 삶이 곧 부활의 편지였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요즘 한국에서 일고 있는 “미투(#Me Too)”운동으로 인해서 숨겨둔 더럽고 부끄러운 일들이 낱낱이 들어나면서 쇠고랑을 찬 사람들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숨겨놓은 보배로운 제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이 악한 시대를 위해서 우리를 불러내시고, 꺼내시고, 파송하시고, 사용하시는 그 분의 [편지]가 되어야 합니다. 성경책 한 권을 책방에서 사서 누군가에게 선물만 해주는 그런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당신의 삶으로 성경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구전복음(Living Letter)이 되어야 합니다. 

   당신은 위대한 베드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당신은 위대한 사도 바울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름 없는 무명의 500여명 중에 한 사람일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리스도의 편지]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야만 합니다. 진실하십시오, 당신이 그리스도의 편지이기 때문입니다. 순결하십시오. 당신이 그리스도의 편지이기 때문입니다. 거룩하십시오. 당신은 주님께서 이 시대를 위해서 숨겨놓으신 그 분의 마지막 보루(堡壘)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우리의 편지라. 우리 마음에 썼고 뭇 사람이 알고 읽는 바라. 너희는 우리로 말미암아 나타난 그리스도의 편지니 이는 먹으로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살아계신 하나니의 영으로 쓴 것이며, 또 돌판에 쓴 것이 아니요 오직 육의 마음 판에 쓴 것이라.” (고린도후서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