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 뗀 아이처럼 살아라.

시편 131:1-3

 

    사람들이 가장 쉽게 걸리는 병은 [나]병입니다. 가장 고치기 힘든 병도 [나]병입니다.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은 매사에 “나, 나, 나, 내가, 내가, 내가.”가 입에서 툭툭 튀어 나옵니다.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자기 자신을 사람들 앞에서 높이 드러내려고 합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을 혼자만 사로잡는 주인공이 되려고 합니다. 모든 일을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최후의 결정권자가 되려고 합니다. 예수님께는 그런 [나]병이 없으셨습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다윗 역시 철저히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만을 높여 드렸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왕이었지만, “나는 왕이다.”라고 외치지 않고,  "여호와가 나의 왕이시다.”라고 외쳤던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이 크게 성공을 하거나, 높은 지위를 얻게 되면, 하나님을 누르고 서서히 [나]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내가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해!”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말을 가려서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 어떤 사람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즐기며 삽니다.

   며칠 전. 7월 6일. 필리핀 두테르테(Rodrigo Duterte) 대통령은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논리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면서, 누구든지 하나님(God)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그 하나님과 대화를 한 증거를 가지고 온다면 자신은 즉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 대신에 대통령직을 걸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란 자리가 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한 참으로 한심한 자입니다. 교만을 넘고, 오만을 넘더니, 이제는 가증한 자리까지 올라가 있습니다. 교만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높이는 일이고, 오만은 사람들을 자기 발 밑에 넣고 짓밟는 일이고, 가증은 굿판을 벌리고 더러운 사탄과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행위입니다.

   다윗은 훌륭한 전사(戰士)였습니다. 그는 수많은 적들과 전쟁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이 가장 경계했던 적은 교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왕이었던 그가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겸손해 지고자 했는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이스라엘아 지금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를 바랄지어다.”(시편 131:1-3)

   이 짧은 고백에는 다윗의 겸손이 배어 있습니다. 그의 고백은 후에 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갈 때 부르는 찬양이 되었습니다. 이 찬양에서 다윗은 반복해서 [나, 나, 나] 속에 있는 것들을 내려놓았습니다. “내 마음이, 내 눈이, 내 영혼으로, 내 영혼이 지금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를 바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가 우군이고, 누가 적군인지를 바르게 식별하는 것처럼 지혜로운 일도 없습니다. 필리핀 두테르테처럼 스스로 하나님을 자신의 적으로 만든 오만은 교만에서 나온 것입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고,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입니다. (잠언 16:18) 참 지혜는 겸손에서 나옵니다.

   오늘 본문에서 주목하고 싶은 말씀은 ‘젖 뗀 아이’입니다. 다윗은 모든 것을 가진 왕이 되었지만, 자기 자신을 “젖 뗀 아이”에 비유했습니다. 젖 먹는 아이(nursing child)가 아니라, 젖을 뗀 아이(weaned child)였습니다. 요즘은 모유보다 우유로 아이들을 키우기 때문에 일찍 젖을 떼지만, 다윗 시대에 젖을 뗀 아이는 대략 2살에서 3살 사이의 아이였습니다. 그러므로 젖을 뗐다는 표현은 어머니 가슴으로부터 이미 떠난 아이였다는 뜻입니다. 모유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먹을 것을 찾을 수 있는 즉 어머니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다윗의 고백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다윗은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라고 했습니다. 젖은 뗐지만 어머니 품에서 떠날 수 없는 갓난 아이로 자신을 여겼다는 뜻입니다. 다윗은 그처럼 자기 자신을 마마보이(Mama Boy)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마마(Mama)가 누구였습니까?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이셨습니다.

   다윗은 왕이 된 후에 헤브론에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즉위 7년이 되는 해에 예루살렘을 공격했습니다. 당시 예루살렘에는 여부스(Jebus) 족속이 철옹성을 쌓고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다윗은 그 성을 쉽게 탈환하고, 그 성 이름을 ‘다윗성(City of David)’라 개명하고, 수도를 헤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33년 동안 이스라엘을 치리했습니다. 다윗은 여부스 족속이 쌓았던 그 성을 허물거나, 증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다윗성은 2,000명 정도만 거주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성이었습니다. 동서 길이가 150m, 남북 길이는 600m, 성 두께는 1.4m로 얇은 성벽이었습니다. 후에 솔로몬이 다윗성 위쪽으로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할 장소로 확장했고, 후에 히스기야 왕은 예루살렘 성벽 두께를 7m로 증축했습니다.

   다윗이 죽을 때까지 그처럼 성 두께가 1.4m  밖에 되지 않았던 허술한 성 안에 거주했던 것은 그의 겸손한 신앙 때문이었습니다. 다윗이 건축하고 싶었던 것은 견고한 성벽이 아니라 거룩한 성전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전과 하나님의 법궤를 그의 곁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다윗이 그의 군사를 의지하지 않았고, 그 어떤 견고한 성도 의지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다윗은 가장 안전한 요새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철옹성이 아니라, 하나님 바로 그 분의 품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편 62:5-6절에서 다윗은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오, 나의 구원이시오,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다윗은 용감한 용사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다윗은 무장을 해제한 초라한 병사같았습니다. 다윗은 지혜가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다윗은 바보같았습니다. 다윗은 통일왕국의 제왕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다윗은 젖 뗀 아기같았습니다. 

   잘못된 야망은 교만을 부릅니다. 그러나 왕에게 그런 잘못된 교만도 용맹이 될 수 있었습니다. 왕에게 거칠은 오만도 강한 리더십이 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불굴의 용맹함과 거친 리더십이 없이는 왕의 자리를 지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왕위를 지키기 위해서 왕은 반드시 교만(용맹)해야만 하고,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왕은 반드시 오만(리더십)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왕의 교만과 오만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때는 항상 백기를 든 패잔병처럼 나아갔습니다.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시편 131:1) 왕에게 큰 일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더 넓은 영토를 정복하는 일이었습니다. 장기 집권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는 일이었습니다. 다윗은 그런 일에 목숨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다윗이 하나님이 하시려고 하는 일을 자신이 가로채서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것은 자신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 하나님의 이름을  교활하게 이용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백성들은 왕의 머리 위에는 하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다윗은 그의 머리 위에는 하늘이 아니라 하나님이 계신다고 믿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필리핀 두테르테 같은 악인이 도전 받아야 할 삶이었습니다. 영혼이 메마른 사람처럼 가치 없는 인생도 없습니다. 백성들은 왕은 항상 왕궁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이 꿈꿨던 삶은 화려한 왕궁에서 사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에서 마음껏 찬양하고, 기도하고, 예배하는 삶이었습니다. 참된 희망은 내가 만들어서 가슴에 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 가슴에 심어준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본문 3절에서 그의 백성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이스라엘아 지금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영어성경은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O Israel, put your hope in the Lord both now and forevermore." “너의 희망과 꿈을 영원히 하나님께 심고 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왕이 백성의 희망이 될 수 없고, 왕이 백성의 꿈이 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하나님께 겸손히 머리를 숙이고, 잘난 척 하지 말고, 희망을 사람에게 두지 말고, 오직 희망을 하나님께 두고 사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바르게 사는 길이라고 다윗은 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다윗은 심플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젖 뗀 아이처럼 살라고 말입니다. 좀 배웠다고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지 말고, 좀 벌었다고 하나님을 우습게 여기지 말고, 좀 성공했다고 고개를 쳐들지 말고 그럴수록 더 어머니 품으로,더 하나님 품으로 들어가는 젖 뗀 어린 아이처럼 살아가라고 다윗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어머니가 필요한, 아버지가 필요한 젖 뗀 아이들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이사야 4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