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역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데, 렉스(Rex)전도사가 [오늘의 특별 메뉴]를 준비했다고 하면서 식탁 위에 내놓았다. 돼지고기와 여러 야채를 넣어서 만든 근사한 국이었다. 국자로 퍼서 그릇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Rex전도사가 "잠깐만요!"하면서 국자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는 것이었다. 작은 나무토막과 같은 것이었다. 무엇이냐고 물으니, 다른 필리핀 사역자들까지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궁금해 하는 나에게 렉스는 먼저 거창한 설명을 시작한다. 할머니 그 위 할머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조리법이라고 하면서.... 거창한 설명은 그만하고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냐고 하니.... 렉스전도사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성냥개비입니다." 기절할 일이었다.

렉스 집안뿐만 아니라 다른 필리핀 가정에서도 고기국을 끓일 때, 성냥개비 4-5개를 함께 넣고 끓인다고 했다. 그 이유는 성냥개비를 넣고 끓이면 고기가 부드러워진다고 믿고 있었다. 건강을 위해서 앞으로는 절대로 성냥개비를 넣고 음식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 그때 옆에 있던 버나(Verna) 전도사가 "그러면 수저를 넣고 끓이면 되요!"하는 것이었다. 자기 집에서는 고기국을 끓일 때 포크나 수저 하나를 넣고 국을 끓인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역시 고기가 부드러워진다고 믿고 있었다. 참으로 찰떡 부부였다. 남편은 성냥개비를 넣고, 아내는 수저를 넣고 음식을 조리하는 부부이다.

화공약품(인, 염소산칼륨, 피라핀)들로 범벅이 되어 있는 성냥개비가 설령 고기를 부드럽게 해줄지는 몰라도, 그것이 몸 안에 들어갔을 때 건강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칠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할머니들이, 어머니들이 가르쳐 준 대로 조리해서 [오늘의 특별 메뉴]라고 내놓는 필리핀 전도사들을 보면서 잘못된 전통과 문화를 통해서 그 다음 그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우매함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성냥개비 통을 가지고 와 보라고 하니, 통 위에는 선명하게 "Made in China"라고 쓰여 있었다. [특별 메뉴]가 아니라 [특별 독약]를 먹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