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는 외국 회사들의 제품을 조립하는 공장들은 많지만, 필리핀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공산품 공장은 별로 없다. 거리에, 시장에, 백화점에, 문방구에 깔려 있는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은 중국산(made in China)이다. 그래서 필리핀 자체 기술로 생산되는 제품들은 각별히 자부심이 높다.

필리핀 기술로 연필을 생산하는 AMSPEC이란 회사가 있다. 일간 신문 광고에 실리는 그 회사의 광고 문구를 보면 필리핀 공산품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마르코스 독재 정부를 무너트렸던 민중봉기 (People Power)가 있었던 1986년에 AMSPEC이 필리핀 역사 상 최초로 [T-Pencil]이란 연필 생산을 시작한 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People Power"가 일어났던 해에 탄생한 연필이라고 해서 "Pencil Power"라고 별칭을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1986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25년 동안 단 한 개도 다른 연필 생산 회사가 설립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오직 AMSPEC만이 "Made in the Philippiens"으로 생산하는 유일한 연필 생산 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필리핀 공산품 생산 업체의 현실을 볼 수 있는 일이다.

젊은이들이 일 할 수 있는 일터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필리핀 현실이다. 이웃 나라만 살려 주는 나라가 아니라 자국민을 먼저 살릴 수 있는 필리핀 정부의 정책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