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문화가운데 "Bahala Na" 문화는 필리핀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매우 독특한 문화이다. Bahala Na의 뜻은 "하나님의 뜻대로(Let it be to God) 혹은 당신 뜻대로 하세요 (It`s up to you.)"라는 의미이다. 즉 필리핀 사람들의 Bahala Na는 모슬렘들이 매사에 "인샬라(Inch`Alla: 알라의 뜻대로)"하는 것과 비슷하다.

긍정적인 면에서 보면, 삶에 고통과 시련이 왔을 때 Bahala Na는 큰 위로와 탈출구가 된다. 위기 가운데 사용되는 Bahala na의 의미는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될 것이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 사람들에게 있어서 Bahala Na는 그런 신앙적이며,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거의 대부분 부정적인 면에서 사용된다. 즉 필리핀 사람들의 Bahala Na는 [운명론]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일이 안 풀리는 것도 내 운명이고, 가난한 것도 내 운명이고,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도 내 운명이고, 자식들이 잘못 되는 것도 내 운명으로 여겨버리는 것이 바로 Bahala Na이다. 그 어떤 잘못도 스스로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는 태도를 취하게 한다. 모든 일들을 다 [운명]으로 취급해 버린다.

예를 들면 아주 가난한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깊은 동정심으로 위로를 하려고 한다. 그때 가난한 사람이 웃으면서 "Bahala Na!"라고 말한다. 그 뜻은 "제 인생에 대해서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이것이 제 운명인데요 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Bahala Na는 가난의 주범이 된다. 열심히 살아서 어떻게 해서든지 자식들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어떤 오기와 끈기를 필리핀 사람들에게서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들의 정신 세계에는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내 운명이다."라고 생각하는 "Bahala Na"가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Bahala na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냥 하루 종일 방에 누워서 이리 저리 뒹굴뒹굴 굴러 다니며 하루 하루를 죽인다. 필리핀 성도들에게서 이 Bahala na를 끊어내는 일이 선교사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