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수거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움직임은 과히 번개와 같다. 트럭은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은 거미처럼 트럭 옆에, 트럭 밑에 붙어있다가 사람들이 거리에 내놓은 쓰레기 봉지를 보면 번개처럼 뛰어가서 쓰레기를 수거해서 높은 트럭 위로 던진다. 실수? 그들에게는 있을 수 없다. 프로 농구 선수가 따로 없다. 달인이 따로 없다.
놀라운 것은 트럭 운전수다. 오른쪽에 쓰레기가 보이면 오른쪽 도로로 차를 붙이고, 왼쪽에 쓰레기가 있으면 중앙선을 넘어 왼쪽 도로로 차를 붙이고, 계속 왼쪽에 쓰레기가 있으면 계속 역주행을 하고, 다시 오른쪽에 쓰레기가 있으면 다시 중앙선을 넘어 오른쪽 도로로 차를 붙이고.... 마치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넘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트럭은 그렇게 중앙선 위에서 춤을 춘다.

더 놀라운 것은 시민들이다. 그 큰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이 쪽으로 저 쪽으로 넘나들어도 어느 차 하나 빵빵 거리지 않고 길을 내준다. 이것은 필리핀의 양보 문화이다. 형편되는 대로 살아가는 이해 문화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준법 정신을 익히 배워왔고, 사회 규범의 틀에서 벗어나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여긴다. 그래서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이리 저리 넘어오는 것을 보면 할 말을 잊는다. 그런 무법자 운전수에게 내 앞 길을 내주는 일이 쉽지 않고, 그런 무질서를 허허하며 고스란히 받아드리는 일도 쉽지가 않다. 그러나 필리핀 사람들은 무질서 운전 정도가 아니라 담았던 쓰레기들을 다시 길바닥에 질질 흘리고 가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는다. 문짝이 없으니 쓰레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고 받아드린다.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우리 보다 훨씬 높은 것은 아닌가 싶다.

아무튼 필리핀의 쓰레기 수거 방법은 그렇다. 질서를 무시하고 우리 앞에서 별 쇼를 다하는 사람을 보더라도 필리핀 사람들처럼 오늘은 허허하며 너그럽게 넘기며 힘차게 내 길을 달려가는 행복한 날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