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길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들

마 5:13

 

     모세가 건축했던 성막은 하나님과 대면할 수 있었던 거룩한 곳이었습니다. 그 성막에서도 가장 거룩한 곳은 지성소였습니다. 그곳에는 언약궤 하나만 있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대제사장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지성소 앞에는 성소가 있었는데, 그 안에는 세 가지 성물이 있었습니다. 향단, 떡상, 촛대였습니다. 그 중에 향단은 지성소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제사장의 임무 중에 하나는 거룩한 향이 하나님께 항상 올려지도록 향단의 불이 절대로 꺼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습니다. 향단의 불도 일반 불이 아니라 여호와께서 주신 거룩한 불이어야만 했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를 해야만 했었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향단에 올리는 그 향의 제조법을 직접 가르쳐주셨습니다. 그 향을 만든 후에 마지막으로 제사장이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소금을 쳐서 성결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출애굽기 30:35절입니다. “그것으로 향을 만들되 향 만드는 법대로 만들고, 그것에 소금을 쳐서 성결하게 하라.” 소제를 드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제는 곡식을 가지고 드리는 제사였는데, 사람들이 바치는 소제물 위에 제사장들은 소금을 쳐서 그 제물들을 거룩하게 했습니다.

     소금이 향이나 소제물을 거룩하게 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금의 효능 중에는 썩지 않게 하는 성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금은 “변질되지 않는, 썩지 않는, 영원한”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소금의 효능을 하나님의 언약에 적용하셨습니다. 그래서 탄생했던 것이 [소금 언약]이었습니다. 레위기 2:13절입니다. “네 모든 소제물에 소금을 치라. 네 하나님의 [언약의 소금]을 네 소제에 빼지 못할찌니 네 모든 예물에 소금을 드릴찌니라.” 민수기 18:19절입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거제로 드리는 모든 성물은 내가 영영한 음식으로 너와 네 자손에게 주노니 이는 여호와 앞에 너와 네 후손에게 변하지 않는 [소금 언약]이니라.” 역대하 13:5절입니다.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께서 [소금 언약]으로 이스라엘 나라를 영원히 다윗과 그 자손에게 주신 것을 너희가 알 것이 아니냐?”라고 하셨습니다. 그처럼 구약에서의 소금은 변질되지 않는, 썩지 않는, 영원한 하나님의 언약을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소금 언약]을 놓치실 리가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마 5:13절) 이 말씀을 음식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양념 소금으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소금 언약]을 통해서 그 말씀을 봐야 합니다. 예수님의 핵심은 크리스천은 [소금 언약]처럼 믿음에 대해서는 영원히 변질이 없는 언약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곳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제자들에게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복음서는 그 충격적인 사건을 모두 기록했습니다. 그 사건이란 가롯 유다의 배신이었습니다. 그런데 각 복음서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최후의 만찬 자리에는 12 제자들만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베드로의 동역자였던 마가복음의 저자 마가와 바울의 동역자였던 누가복음의 저자 누가는 그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의 기록은 다소 현장감이 떨어졌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마태와 요한의 기록은 현장감이 현실처럼 느껴집니다.

     사복음서의 기록들을 종합적으로 조합해보면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그런데 두번째로 잔을 제자들에게 주시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나를 팔 자가 있다.” (마 26:21) 충격을 받은 제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중에 주님을 팔 자가 있다고? 누구야?” (눅 22:23) 제자들끼리 서로를 향해서 눈짓으로 “너야? 너야?”라고 했습니다. 모두들 “나는 아니야!”라고 대응했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씩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주님께 직접 물었습니다. “주님, 저는 아니지요? 저는 아니지요?” (마 26:22) 그때였습니다. 베드로가 단검을 빼서 뒤로 감추고, 요한에게 머릿짓으로 그 자가 누구인지 주님께 물어보라고 신호를 보냈습니다. (요 13:24) 요한은 주님께 “주님, 그 자가 누구입니까? 말씀해주십시오.” (요 13:25) 그때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떡 한 조각을 적셔서 주는 자가 그니라. (요 13:26) 인자는 자기에 대하여 기록된 대로 가거니와 인자를 파는 그에게는 화가 있으리로다. 그는 차라리 나지 아니하였더라면 그에게 좋을 뻔하였느니라.”(마 26:24)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가롯 유다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아니지요?” (마 26:25) 예수님께서 그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너다.” (마 26:25) 그리고 주님께서 빵 한 조각을 포도주에 적셔서 유다에게 주셨습니다. (요 13:26) 유다는 그 빵 조작을 받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요 13:30) 최후의 만찬 즉 마지막 밤에 유다의 변질은 그렇게 낱낱이 폭로되고 말았습니다. 3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제자들이었기에 유다의 배신은 참으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가 그렸던 최후의 만찬이란 작품을 보려고 합니다. 다빈치는 그 작품을 1490년에 시작해서 1495년에 완성했습니다. 이태리 밀라노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Santa Maria delle Grazie) 성당 식당 벽에 그렸습니다. 다빈치의 그림(880cm X 460cm)은 “너희 중에 나를 팔 자가 있다.”라는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에 12 제자들이 각자 보여주었던 그들의 반응을 그린 그림입니다. 왼쪽에 있는 여섯 명은 왼쪽부터 바돌로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안드레, 베드로, 가롯 유다, 요한이었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여섯 명은 왼쪽부터 도마, 세대배의 아들 야고보, 빌립, 마태, 다대오, 시몬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빈치는 열 두 제자들뿐만 아니라, 매우 독특한 소품들을 함께 그려넣었습니다. 베드로는 요한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이 주님께 그 배신자가 누구인지 빨리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오른손을 보면, 그의 손에는 단검이 들려있었습니다. 배신자가 밝혀지면 그 자리에서 처리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자신의 가슴에 바짝 붙어 있었던 유다, 즉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유다가 그 배신자라는 사실을 베드로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빈치는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제 유다를 주목해 보겠습니다. 그의 얼굴이 놓인 위치를 보면 열 두 명의 제자들의 얼굴보다 한 칸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미 거룩한 반열에서 떨어진 자라는 의미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그의 얼굴은 제자들 중에서 가장 어둡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시커먼 사탄이 이미 그를 삼켜버렸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돈주머니를 단단히 쥐고 있는 유다의 오른 손 앞에 한 소품이 놓여 있습니다. 작은 병 하나가 쓰러져 있고, 내용물이 밖으로 흘러 나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소금입니다. 다빈치는 가롯 유다가 [소금 언약]을 깨트려버린 그 배신자라는 사실을 그렇게 암시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가장 영광스런 직분을 받았지만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은 소금에 관한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세상의 소금”이라고 하셨습니다. 무슨 의미였을까요? 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금을 치지 않은 싱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느냐? 달걀 흰자위가 무슨 맛이 있겠느냐?” (욥 6:6) 이 말씀 속에 나오는 소금은 먹는 소금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말씀하신 “세상의 소금”은 먹는 소금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께서 언급하셨던 소금은 음식이 아니라 정결 예식의 상징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인간이 하나님께 행한 가증한 일 중에 하나가 태어난 아기에게 소금을 뿌리지 않은 일이었다고 질타하셨습니다. 에스겔 6:2절과 4절입니다. “인자야 예루살렘으로 그 가증한 일을 알게 하리라. 네가 난 것을 말하건대 네가 날 때에 네 배꼽 줄을 자르지 아니하였고, 너를 물로 씻어 정결하게 하지 아니하였고, 네게 소금을 뿌리지 아니하였고”라고 하셨습니다. 출애굽기의 소금은 하나님 앞에 드리는 성물들을 성결하게 하고, 거룩하게 하는 [예식]이었고, 레위기, 민수기, 역대하의 소금은 [언약]이 되었고, 에스겔의 소금은 [구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라고 하셨던 의미는 “세상에서 성결하고, 거룩하고, 구별된 자로 살라.”는 뜻이었습니다. 그것이 언약의 자녀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반드시 보여줘야만 했던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롯 유다는 스스로 그 소금 언약을 깨트리는 자가 되었고, 결국 그는 맛을 잃은 소금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발에 짓밟히는 비참한 최후를 맞지 했던 것입니다.

     가롯 유다의 최후가 안타까운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유다의 길을 걷고 있는 크리스천들이 있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성결한 삶이 없습니다. 거룩한 삶이 없습니다. 언약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순결과 정조도 없습니다. 어려움이 생기면 쉽게 믿음을 던져 버립니다. 세상으로부터 구별된 소금이 아니라 세상과 적당히 섞여서 살아갑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너는 차라리 크리스천이라고 말하지 않고 살았으면 너 자신에게 더 좋았을 뻔 하였도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그들입니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에는 두 사람이 뒤엉켜 있습니다. 농부가 추수를 하고 볏단을 묶어서 세우듯이, 다빈치는 열 두 제자들을 세 사람씩 묶어서 총 네 단으로 예수님 주변에 세웠습니다. 맨 왼쪽에 세워진 첫 번째 단은 바돌로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안드레로 묶여졌고, 두 번째 단은 베드로, 유다, 요한으로 묶여졌고, 세 번째 단은 도마, 세대배의 아들 야고보, 빌립으로 묶여졌고, 마지막 단은 마태, 다대오 시몬으로 묶여졌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조합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변화산에 올라가실 때 다른 제자들은 멀리 두시고, 베드로, 야고보, 요한만을 데리고 올라가셨습니다. (마 17:1) 겟세마네 동산에서 마지막 기도하실 때도 다른 제자들은 멀리 두시고, 베드로, 야고보, 요한만을 데리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 기도하셨습니다. (마 26:17) 베드로, 야고보, 요한은 항상 한 묶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빈치는 그 묶음을 찢어서 놓았습니다. 베드로의 묶음에서 야고보를 빼고, 그 자리에 가롯 유다를 대신 넣어서 한 그룹으로 묶었던 것입니다. 다빈치가 두 사람을 묶어놓았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빈치가 전하고 싶었던 최후의 만찬의 하이라이트는 베드로가 쥐고 있었던 단검과 유다가 엎어버렸던 소금 통이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붙어있었던 그 두 사람은 최후의 만찬 이후에 한 사람은 주님을 배반했고, 한 사람은 주님을 부인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두 사람을 하나로 묶었던 다빈치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은 달랐습니다. 예수님을 배신했던 유다는 비참한 최후를 자처했습니다. 그러나 칼을 휘두르고 주님을 세 번씩 부인했던 베드로는 용서를 받고 주님의 양을 치는 목자가 되었습니다. (요 21장)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있습니다. 우리도 실수합니다. 우리도 베드로처럼 넘어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베드로처럼 주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유다는 예수님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님께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주님을 부인했지만, 예수님을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유다는 후회는 했지만 회개는 하지 않았습니다. 베드로는 주님께 세 번 부인한 만큼, 세 번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고백 속에는 그의 회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에게 “내 양을 치라.”하셨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용서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다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베드로도 소금의 맛을 잃어버릴 뻔했지만, 그는 다시 그 맛을 되찾는 은혜를 받았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성경에서 말하는 소금은 음식이 아닙니다. 짠 맛을 내는 양념이 아닙니다. 소금은 거룩함을 상징하는 하나님의 성품을 말합니다. 변질 될 수 없는 영원한 하나님의 언약을 상징합니다. 소금은 물에서는 죽지만, 불에서는 살아납니다. 그래서 해초와 천일염을 섞어 불에 태워서 만든 소금을 조염이라 하고, 대나무 통 속에 천일염을 넣고 소나무 장작불로 가마에서 구워 만든 소금을 죽염이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서 ‘불에 구운 소금’을 선호합니다.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 베드로가 ‘세상에 진정한 소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오순절에 성령의 불에 구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부자로 사는 것이 주님이 말씀하셨던 그 ‘세상의 소금’은 아닐 것입니다. 학문과 사업에서 성공하고 빛나는 업적을 남기는 것이 주님이 말씀하셨던 그 ‘세상의 소금’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의 재물로 선한 일을 많이 한 일이 주님이 말씀하셨던 그 ‘세상의 소금’은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세상의 소금’은 ‘거룩한 삶’이었습니다. ‘변질되지 않는 믿음’이었습니다. ‘깨트릴 수 없는 언약’이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가난해도 여러분에게 성결한 삶이 있다면 여러분은 이 세상의 소금이십니다. 비록 사람들에게 내놓을만한 성공은 없어도 거룩한 삶이 있다면 여러분은 이 세상의 진정한 소금이십니다. 몸이 아프고, 이제는 늙어서 예전처럼 남을 많이 돕지 못해도 “깨지지 않는 언약”을 지키고 있다면 여러분은 이 세상의 명품 소금이십니다. 어떠한 일 앞에서도 늘 성결하고, 늘 거룩하고,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주님께 받은 언약을 끝까지 지키는 오직 그 분만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분들과 단풍이 지기 전에 긴 단풍 숲길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주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