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라. 

창 40:14-15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품이 가득 묻은 손에는 접시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등으로 뭔가가 뚝 떨어졌습니다. “뭐지?”하면서 내려다보는 순간, 접시가 천장으로 튀어 올랐습니다. 제 발등에 떨어진 것은 도마뱀이었습니다. 하마처럼 육중한 제 몸이 메뚜기처럼 화들짝 튀어 올랐던 것입니다. 박살이 난 접시를 쓸면서 웃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항상 용감한 것은 아닙니다. 도마뱀 하나에도 접시를 내던질 만큼 연약함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요셉에게 그런 모습이 있었습니다. 형들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도 그는 강했습니다. 노예가 되었을 때도 그는 강했습니다. 보디발의 아내가 유혹을 했을 때도 그는 강했습니다. 그는 항상 강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만나는 요셉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의 모습은 우리를 몹시 당황스럽게 합니다. 그는 감옥에서 바로를 위해서 떡 맡은 관원장과 술 맡은 관원장을 만났습니다. 그때 요셉은 그들의 꿈을 해석해 주었습니다. 떡 맡은 관원장에게는 3일 후에 그가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고, 술 맡은 관원장에게는 3일 후에 그가 복직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꿈을 해석해 준 후에, 요셉의 모습을 보십시오. 3일 후에 죽게 될 사람은 요셉이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 3일 후에 복직될 사람에게는 한 걸음 더 바짝 다가갔던 것처럼 보입니다. 요셉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술 맡은 관원장의 옷자락을 붙잡고 간곡하게 사정했습니다. 창 40:14-15절입니다. “당신의 모든 일이 잘되거든 나를 기억하셔서,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내 사정을 왕에게 말씀드리고 나를 이 감옥에서 나가도록 해 주십시오. 나는 히브리 땅에서 강제로 끌려왔으며 여기에서 감옥에 갇힐 만한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요셉은 그렇게 그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매달렸습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을까 싶습니다. 그 당시 요셉의 나이는 28살이었습니다. 펄펄 끓어오르는 청춘의 피가 억울한 누명이란 분노를 뚫고 그렇게 솟구쳐 올라왔던 것입니다. “나는 히브리 땅에서 강제로 끌려왔으며, 애굽에서도 감옥에 갇힐 만한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벗고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그의 간절했던 몸부림이 너무도 애처롭게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대목을 냉정하게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요셉처럼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빛나는 지혜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절박감은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합니다.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면 절망합니다. 그 절망은 삶의 밸런스를 무너트리고 결국 영적 강인함까지 허물어 버립니다. 그래서 그 절박감을 이기지 못했던 요셉이 그렇게 무너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다시 일어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힘이 되는 무엇인가를 붙잡고, 능력이 되는 누군가를 붙잡고 일어나려고 합니다. 본인의 한계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요셉이 술 맡은 관원장을 단단히 붙잡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요셉은 3일 후에 죽을 사람이 아니라, 3일 후에 살 사람을 붙잡았습니다. 더 나아가 요셉은 술 맡은 관원장에게 [윗선]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그가 복직되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왕(王)에게 탄원해서 자신을 석방시켜달라고 부탁했던 것입니다. 요셉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보디발 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윗선] 즉 이집트의 왕(王)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가졌던 절박감이 그의 영적 판단력을 그렇게 무너트리고 있었습니다. 절박감 혹은 초조함은 요셉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시간, 하나님의 권세를 기다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권세를 믿는 사람은 끝까지 고고해야 합니다. 끝까지 도도해야 합니다. 끝까지 당당해야 합니다. 끝까지 기품이 있어야 합니다.

요셉이 당당함을 잃고 흔들렸을 때, 그는 “왕이 답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술 맡은 관원장으로 하여금 요셉과의 약속을 깨끗이 잊도록 그의 머릿속에서 요셉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간이 되었을 때, 하나님은 당신이 계획하셨던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시간은 2년 후였습니다. 하나님은 바로에게 괴상한 꿈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꿈으로 인해 바로가 큰 번민과 큰 괴로움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술 맡은 관원장이 요셉을 기억하도록 했고, 결국 그의 추천으로 요셉이 바로 앞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요셉이 왕 앞에 섰다는 것은 누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꿈을 해석하지 못하면 왕을 능멸한 죄로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위기의 순간에 대반전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요셉의 상황과 바로의 상황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바로에게 살려달라고 사정을 해야 할 사람은 요셉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바로가 요셉에게 살려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 되게 했습니다. 바로가 요셉을 국무총리로 임명했던 것은 그의 악몽을 해석해준 대가로 준 선물이 아니라, 7년 가뭄에 빠질 애굽을 구해달라고 사정하기 위해서 내린 직책이었습니다. 그처럼 하나님은 요셉은 누명으로 묶고, 바로는 악몽으로 묶은 뒤에 상황을 뒤집어 버린 대반전을 이루게 하셨던 것입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요셉의 이야기를 통해서 묶고, 풀고, 자유케 하는 권세가 하나님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요셉은 자신을 감옥에서 풀어낼 수 있는 [최고 윗선]으로 바로를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그 윗선 위에, 그 위에, 그 위에 계셨습니다. 나사로가 죽었습니다. 장사된 지 사흘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 죽은 나사로를 무덤에서 꺼내어 걷게 했습니다. 죽음을 다스리시는 예수님의 권세를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무덤에 장사되셨습니다. 그런데 삼일 후에 부활하셨습니다. 인간의 썩을 육체가 영원히 썩지 않을 영화로운 몸이 되게 하는 권세가 하나님께 있음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서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권세]라는 단어를 바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을 다스리고, 세상을 호령하는 것이 권세가 아닙니다. 죄로 인해 우리를 묶었던 사망의 줄을 끊어내는 것이 참 권세이고, 어두운 영들에게 붙잡혀 있는 이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풀어내는 것이 참 권세입니다.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 세상 권세를 가진 ‘윗선’ 사람들에게 사정한다면 우리는 요셉의 실수를 재연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끝은 '윗선'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그 '윗선'까지 다스리시도록 끝까지 하나님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 권세를 가진 이들을 우습게 여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호령할 수 있는 권세를 가진 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희롱과 채찍질 뿐 아니라 결박과 옥에 갇히는 시험도 받았으며,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에 죽는 것을 당하고,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여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았으니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치 못하도다.

(히 11:36-38)

비록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권세자들에게 고난과 핍박을 당할 수 있으나 결국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고, 그것이 하나님의 공의이고, 그것이 하나님의 권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됩니다. 그러므로 그 어떤 환경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은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늘 고고하고, 늘 도도하고, 늘 당당하고, 늘 기품이 있어야 합니다. 이쪽으로 붙었다가, 저쪽으로 붙는 춤추는 자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이 말씀을 준비하면서 미얀마 탄들랑 성도들을 계속 생각했습니다. 지금 그들은 요셉처럼 억울하게 산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그 결박에서 그들을 풀어내어 그들의 집으로, 그들의 교회로 돌아가게 하실 분은 오직 하나님 외에는 없다고 믿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그 권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직 하나님의 권세만이 대반전을 이루게 하시고 그들을 고통의 사슬에서 풀어내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가 어떤 기막힌 상황에 있을 때, 우리를 그 기막힌 상황으로부터 깨내주시는 하나님의 시간이 요셉의 2년이 될지, 광야의 40년이 될지, 바벨론의 70년이 될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 힘들어도, 아파도, 억울해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며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월을 꿰뚫고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는 지혜와 영안(靈眼)을 가져야 합니다. 어려운 일을 만나면 초조해 하지 마십시오. 절망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절박한 상황을 주신 이유는 초조해하고, 하나님은 못하니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모든 일을 계획하시고, 그 일을 이끄시는 하나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기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