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하게 하소서

삼상 1:10-16

 

     에브라임 산지에 엘가나란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는 두 아내를 두었는데 첫째 아내의 이름은 한나였고, 둘째 아내의 이름은 브닌나였습니다. 브닌나는 자식이 있었고, 한나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사무엘상 1:6절은 그 두 여인이 [적수]가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적이 되었고, 경쟁자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경쟁을 했을까요?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경쟁을 했을까요? 남편의 사랑은 한나가 갑절로 받았기 때문에 그 게임의 승자는 한나였습니다. (삼상 1:5) 그래서 브닌나는 엘가나의 아이를 낳았다는 기쁨보다는 남편의 사랑을 한나에게 빼앗겼다는 패배감에 늘 한나를 업신여기고 힘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한나는 실로에 있는 성막으로 올라가 하나님께 서원 기도를 드렸습니다. 한나는 아들을 주시면 그 아들을 자신의 품에 두지 않고, 하나님께 드려 그로 하여금 평생토록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도록 하겠다는 서원을 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둘째 부인 브닌나가 가지고 있었던 [집착]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녀는 한나에게는 없는, 아니 한나가 낳을 수 없었던 자식을 낳았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 자식들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집착했던 것은 한나에게 빼앗긴 남편의 사랑뿐이었습니다. 그것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만 진정한 승자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누군가를 짓밟고 쟁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착은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오직 한 곳에만 집중하게 합니다. 그래서 집착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합니다. 옆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돈에 집착하는 사람, 성공에 집착하는 사람, 명품에 집착하는 사람, 복수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들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꼭 가져야 하고, 가진 것은 절대로 잃거나 빼앗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집착입니다.

     브닌나에 비해 한나에게는 그런 집착이 없었습니다. 한나는 하나님께 아들을 구했지만, 그 아들에게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젖을 떼면 그 아들을 자신의 품에서 떼어내어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서원했습니다. 아들을 향한 모성애까지 끊어내겠다고 했던 것입니다.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을 낳을 때 "배 아파서 낳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나는 아픈 배가 아니라 통곡으로 아들을 낳았습니다. 삼상1:10절은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라고 했고, 삼상1:15절은 “여호와 앞에 내 심정을 통한 것뿐이오니”라고 했습니다. 삼상1:15절은 한나가 제사장 엘리에게 했던 말인데, 한글 성경은 “내 심정을 통한 것뿐”이라고 번역했습니다. 그 “통한 것뿐”이란 한글 번역을 영어 성경(NIV, KJV)들은 동일하게 “pouring out my soul (내 심정을 쏟아냈다)”라고 번역했습니다. 히브리어 원어는 그 “통한 것뿐”을 “샤팍(???????)”이란 단어를 사용했는데, 그 뜻은 “피를 토하다”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나는 아픈 배가 아니라 피를 토하면서 아들을 낳았던 것입니다. 한나는 그 아들에게 ‘사무엘’이란 이름을 주었습니다. 그 이름의 뜻은 “그 분의 이름은 하나님”이란 뜻이었습니다. 엘가나와 동침하여 아들을 낳았지만, 한나는 사무엘을 하나님께서 주신 [그 분의 아들]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한나는 늦은 나이에 사무엘을 낳았지만 그 아들에게 집착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신 “그 분의 아들”로 하나님께 다시 돌려드렸던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면 집착이란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브닌나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고, 한나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두 여인 모두 자식을 낳았지만, 브닌나는 집착 때문에 수치스런 삶을 살았고, 집착을 버린 한나는 지금도 우리에게까지 존경 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생각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내게 없는 것”에만 집착해서 살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물질이 내 손 안에 없고, 내가 원하는 건강이 내 몸에 없고, 내가 원하는 목표도 이루지 못했어도 그 상황에 빠져 절망하고, 원망하고, 분노하지 않아야 합니다. 한나가 서원했다는 것은 자식이 없다는 상황을 넘어 하나님께서 아들을 주실 것을 믿고 미리 그 아들을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나의 통곡은 슬픔이 찬양이 되게 했고, 현실의 고통은 내일의 감사가 되어 춤추게 했습니다. 히브리서 11:1절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라고 했습니다. 내게 없는 것을 보지 않고, 내게 있을 것을 바라보며 피를 토하듯 한나처럼 통한의 심정을 다 쏟아내면, 통곡은 위로가 되었고, 감사가 됩니다.

     쇼팽(Fryderyk Chopin)의 ‘봄의 왈츠’를 들으면 사람들이 왜 그를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부러운 선율이 우리의 눈을 조용히 내려 감게 합니다. 그런데 쇼팽의 에튀드 ‘혁명’ (Etude in C Minor, Op. 10 No. 12, Revolutionary)을 들으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거친 격동의 물결이 처음부터 끝까지 몰라 칩니다. 1831년 쇼팽이 그의 조국 폴란드에서 파리로 가는 길에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가 러시아군의 침공을 받아 폐허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쇼팽은 이런 글을 일기에 남겼습니다. “가엾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굶주리고 계시겠지. 누이와 동생들은 여린 몸으로 러시아 군인들에게 짓밟혔을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구나.” 그때 쇼팽이 비통한 슬픔과 러시아를 향한 분노를 품고 작곡했던 곡이 바로 ‘혁명’이었습니다. 제 딸 아이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할 때, 그 쇼팽의 ‘혁명’을 완성하기 위해서 수백 번 연습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습니다. 왼손은 쉼 없이 격동하는 선율 위에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 왼손의 선율들은 폴란드를 잔인하게 짓밟았던 러시아 군인들의 군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온 힘을 실어 깊이 내리 치는 오른손의 옥타브 선율은 마치 대포 소리처럼 “폴란드여, 일어나라. 항쟁하라.”는 쇼팽의 분노와 메시지와 응원이 실려 있는 듯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막에서 피를 토하듯 울부짖었던 한나의 통곡(샤팍:???????) 소리가 쇼팽의 혁명(Revolutionary)으로 들렸습니다.

     피를 토하는 한나의 통곡이 없었다면 사무엘은 없었습니다. 조국을 잃은 슬픔이 없었다면 쇼팽의 ‘혁명’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통곡은 승리가 되고, 분노는 명곡이 됩니다. 로마서 8:28절은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설령 가을 낙엽처럼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좌절하지 않아야 합니다. 푸른 새싹을 주는 봄이 우리 앞으로 오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필리핀과 미얀마를 바라보면서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저의 기도 제목입니다. 필리핀은 지금 2022년 대선 선거 운동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고, 미얀마는 군부의 폭격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습니다. 통곡할 수밖에 없고, 항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처절한 상황 속에 있는 필리핀, 미얀마 성도들이 한나처럼 성전 바닥에 엎드려 통곡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만이 해답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이기게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웃게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춤추게 할 것입니다. 결국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