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로 올라가자.

시 51:1-19

2021년 12월 31일. 우리의 생애 가운데 또 하나의 삶이었던 한 해를 마감하면서 묶어야 할 것들을 단단히 묶어야만 하는 마지막 시간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격리, 음압병실, 백신... 결코 익숙하지 않았던 많은 단어들이 우리의 삶 구석구석까지 들어와 우리를 덮쳤습니다. 전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의 공포 속에 있습니다. 코로나뿐만이 아니라, 필리핀은 정치인들의 부패로, 미얀마는 군부의 쿠데타와 학살로 많은 사람들이 큰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2021년 한 해는 어떠셨습니까? 제 아내가 한 해를 뒤돌아보며 하루 종일 부르고 있다는 손경민의 ‘은혜’라는 찬양을 며칠 전에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그 찬양을 저 역시 수십 번 듣고 또 들으면서 저에게 있던 모든 고통과 힘듦들을 그 [은혜] 안에 하나, 둘... 차곡차곡 접어서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백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런데 그 고백 위에 또 하나의 고백을 2021년 마지막 날에 하나님 앞에 올려드렸으면 합니다.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시 51:11)라는 고백입니다. 하나님 앞에 우리의 삶이 온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윗에게는 많은 승리가 있었지만, 동시에 그에게도 많은 실수와 실패가 있었습니다. 그가 가졌던 그 위기들 중에 하나는 우리아를 죽이고, 그의 아내 밧세바를 취한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선지자 나단을 다윗에게 보내서 그를 책망하게 했습니다. 그때 다윗은 “내가 여호와께 범죄하였나이다.” (삼하 12:13)라고 고백했습니다. 그에게 그 [정리]가 없었다면, 그는 다음 장(Chapter)으로 넘어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2022년이란 새로운 장(New Chapter) 앞에 서 있습니다. 그 새로운 장 앞에서 회개하고 정리할 수 있는 그 소중한 "하루"가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 하나님의 은혜를 놓칠 수 없습니다.

사울 왕은 그 은혜를 놓친 사람이었습니다. 사울은 다윗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3,000명의 정예병을 데리고 다윗이 숨어 있다는 엔게디 광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공교롭게도 사울이 용변을 보기 위해서 한 동굴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다윗과 그의 부하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사울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다윗은 사울의 옷자락만 살며시 자르고 뒤로 물러섰습니다. 사울이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을 때, 다윗은 뒤따라 나아가서 사울의 옷자락을 들어 보이며 자신을 죽이려는 일을 멈춰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때 사울이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반드시 왕이 되고, 이스라엘은 네가 다스릴 나라임을 알고 있다.” (삼상 24:20) 그 말을 남기고 사울은 그의 굽은 등을 땅에 떨어트리고 질질 끌면서 초라하고 쓸쓸한 모습으로 물러갔습니다.

얼마 후 이스라엘이 블레셋의 공격을 받았을 때, 사울은 승리의 여부를 묻기 위해서 엔돌에 있는 한 영매를 찾아갔습니다. 사울은 그 영매에게 사무엘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사울은 죽은 사무엘과 대화를 했습니다. 사무엘은 사울에게 하나님께서 그를 버렸기 때문에 이번 전투에서 블레셋 군인들의 칼에 그와 그의 아들들 모두가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울은 땅바닥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정신이 돌아온 사울에게 영매는 음식을 권했지만, 사울은 아무 것도 먹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삼상 28:23) 그처럼 사무엘의 말은 사울에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으로 전해졌던 것입니다. 결국 사울은 살아 있었으나 이미 죽은 자처럼 비참한 모습으로 그의 궁으로 돌아갔습니다.

사울의 초라했던 그 등이 보이십니까? 사울은 40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다윗도 동일하게 40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마지막 모습은 극명하게 달랐습니다. 사람에게는 오르막길이 있고, 내리막길이 있습니다. 사울은 다윗을 향한 시기를 살인으로 몰고 감으로써 그의 인생 최후는 내리막길로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에 대한 복수를 용서로, 자신의 범죄를 회개로 바꿈으로써 그의 인생 최후는 오르막길로 올라갔습니다.

제가 60이란 나이를 넘고 보니 제 눈에도 서서히 제 [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앞만을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는 자주 제 등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울처럼 저의 초라한 등을 하나님께 보이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그래서 다윗의 시편 51편은 2021년 마지막 날에 서 있는 저희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다윗은 나단에 의해서 그의 죄가 하나님 앞에서 낱낱이 들통 났을 때, 그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서 성령을 거두시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울에게서 성령을 거두셨을 때, 악령이 사울에게 들어가 그를 어떻게 갉아먹고, 그의 삶을 어떻게 처참하게 무너지게 했는지 다윗은 그 소름 돋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수십만 적군이 아니라, 자신의 죄로 인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서 성령을 거두시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던 것입니다. 

사울은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번 하나님의 은혜를 입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하나님으로부터 거절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괜찮습니까? 한국에 있을 때, 새해가 오면 기도원으로 올라가 금식하며 새 날을 사모했던 기억이 납니다. 흰 눈 위에, 차가운 바위 위에 무릎을 꿇고, 하나님 앞에 잘못했던 일들을 낱낱이 회개하고 새해를 받았습니다. 2022년 새해를 받기 위해서 다시 한번 하나님 앞에 우리의 무릎을 드려야하지 않을까요? 다윗의 기도 위에 우리의 진심을, 우리의 중심을 다시 한번 올려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님이여, 나의 모든 죄악을 씻어 주시며, 나를 죄에서 깨끗하게 하소서.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주의 구원의 즐거움을 내게 회복시켜 주시고 자원하는 심령을 주사 나를 붙드소서.” (시편 51:2, 10-11)

그 진실한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덧입고 새 걸음으로 2022년 안으로 들어가기를 소원합니다. 첫 걸음부터 내리막길이 아니라, 첫 걸음부터 오르막길로 올라갈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2021년 한 해의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은혜였듯이, 2022년에 있을 모든 일들도 하나님의 은혜가 될 것을 믿습니다. 그 하나님의 은혜가 여러분의 가정과 사업과 교회 위에 더욱 풍성히 임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