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기둥을 붙잡으라.

겔 20:27-32

    필리핀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면 인천공항에서부터 느끼는 감정은 편리함과 편안함입니다. 아내가 몸이 불편하여 필리핀에서 탑승할 때부터 휠체어를 신청했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한 직원이 휠체어를 준비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분의 특별 안내 때문에 줄도 서지 않고 신속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서 출국장 밖으로 나왔을 때, 예약해 놓았던 택시 기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끊어짐이 없이 물 흐르듯이 넘어갔습니다. 공항의 최첨단 시스템을 보면서 경의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명의 편리함은 그처럼 저희들에게 평안한 귀국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시대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다시 불편했던 이스라엘의 광야 40년 시대로 돌아가 보려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당시 최고의 문명을 이루었던 이집트를 떠나 광야로 들어갔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고대 사회로 거꾸로 돌아간 것과 같았습니다. 많은 것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그 불편함을 견딘 사람도 있었지만, 모세에게 속았다는 분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산 사람도 있었습니다. 40년 광야 생활을 마치고, 에돔 골짜기를 지나 가나안 인접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가나안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장엄한 광경이었습니다. 특별히 광야에서 태어났던 20대, 30대들이 느꼈던 감동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한 번도 바다와 강과 푸른 숲을 본 적이 없었던 광야 세대였습니다. 그런데 왼쪽으로는 사해가 바다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요단강이 힘차게 흐르고 있었고, 그 강 건너편에는 푸른 야자수와 감람나무로 덮인 울창한 숲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나안은 말 그대로 풍요의 땅이었고, 부족한 것이 없는 축복의 땅이었고,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약속의 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풍요의 땅, 그 축복의 땅, 그 약속의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한 짓이 무엇이었습니까? 오늘 본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선지자 에스겔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즉 인자야 이스라엘 족속에게 말하여 이르라.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너희 조상들이 또 내게 범죄하여 나를 욕되게 하였느니라. 내가 내 손을 들어 그들에게 주기로 맹세한 땅으로 그들을 인도하여 들였더니 그들이 모든 높은 산과 모든 무성한 나무를 보고 거기에서 제사를 드리고, 분노하게 하는 제물을 올리며, 거기서 또 분향하고 전제물을 부어 드린지라. 이에 내가 그들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다니는 산당이 무엇이냐 하였노라. 너희가 스스로 이르기를 우리가 이방인 곧 여러 나라 족속 같이 되어서 목석을 경배하리라 하거니와 너희 마음에 품은 것을 결코 이루지 못하리라.”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약속한 땅을 주셨지만, 그들은 그 땅에서 하나님을 욕되게 했다고 하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한탄스럽고 부끄러운 모습이었습니다. 가나안의 풍요가 그들에게는 축복이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최첨단 과학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은 그처럼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은 더 편리한 삶을 주겠다고 우리를 유혹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더 편리한 것을 찾고, 더 편안한 삶을 추구하고, 더 축복된 삶을 소망합니다. 그것을 향해서 또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무섭게 질주해 갑니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최첨단 과학이 주는 미래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돌아서서 꼬불꼬불한 옛길을 향해서 힘차게 질주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옛 일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스라엘의 잘못은 광야에서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고 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리산 촌놈입니다. 아버님은 장애인이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모든 집안 살림을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열흘에 한 번씩 지리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해오셨습니다. 집에 도착하시면 무거운 나무 다발을 마당에 던지시고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우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힘들게 해온 나무로 밥을 지으셨고, 겨울에는 군불을 지피는 땔감으로 쓰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누님을 따라서 서울로 올라갔고, 그 다음 해에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이듬해 어머님은 고향 살림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오셨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서울에서 만났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구공탄이었습니다. 나무를 하기위해서 더 이상 산으로 올라가실 필요가 없게 되셨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변해갔습니다. 군불 세대에서 연탄 세대로, 연탄 세대에서 보일러 세대로, 지금은 도시가스 세대로 혁신되었습니다. 강추위가 와도 이제는 걱정이 없습니다. 스위치만 올리면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는 세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이 편리한 세상이 아닙니다. 어머님이 나무로 군불을 지펴주셨던 그 옛날입니다. 제가 그 옛날의 어머님을 생각했던 것은 옛 추억이 아니라 그것이 참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먼 옛날, 광야 40년 시대로 다시 돌아가 보려고 합니다. 광야 40년의 특징을 말하면 구름기둥과 불기둥입니다. 그리고 반석에 나온 생수와 하늘에서 내려온 만나입니다. 광야에서 구름기둥이 없었다면 모두 일사병으로 죽었을 것입니다. 광야에서 불기둥이 없었다면 모두 밤 추위에 떨면서 죽었을 것입니다. 광야에서 반석의 생수가 없었다면 모두 목이 타는 갈증으로 죽었을 것입니다. 광야에서 만나를 얻지 못했다면 모두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그처럼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은혜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언제 사라졌습니까?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입성했을 때 모두 사라졌습니다. (수 5:12) 그들의 식탁 위에는 광야 40년 때보다 더 풍성한 음식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들의 환경도 광야보다 훨씬 평안해졌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잃어버린 것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구름기둥과 불기둥의 보호를 받지 못했고, 기적의 생수와 만나를 얻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지긋지긋했던 광야 생활을 끝냈다고 환호했지만, 그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임재로부터 멀리 떠나 살게 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가나안의 풍요는 축복이 시작되었던 시점이 아니라, 불행과 재앙이 시작되었던 시발점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편리한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잘 사는 것이 다 축복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축복을 추구하는 신앙은 이제 내려놓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를 가나안에서 출발하지 마십시오. 광야에서 출발하십시오. 가나안의 풍요 속에 빠져 사는 것을 축복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힘들게 사는 광야의 삶을 찾고 선택하십시오. 가나안의 풍성한 식탁보다 광야의 만나를 더 사모하십시오. 축복의 기둥이 아니라 불기둥을 붙잡으십시오. 지금 우리는 사순절 가운데 있습니다. 우리는 갈보리 언덕을 향해서 달려가야 합니다. 그 갈보리 언덕이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의 갈보리 언덕은 예루살렘에 있지 않습니다. 새벽기도가 갈보리 언덕입니다. 그 십자가 동산으로 올라가십시오. 새벽에 예수님의 무덤을 향해서 달려갔던 여인들처럼 새벽에 일어나 갈보리 언덕으로 올라가십시오. 새벽기도회가 불기둥입니다. 우리의 하루 하루는 거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온라인 예배를 드렸습니다. 최첨단 과학과 좋은 컴퓨터 프로그램 때문에 참으로 편리한 예배를 드려왔습니다. 잠옷을 입은 채로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예배를 드려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일어나십시오. 다시 옛날로, 다시 첫사랑으로, 다시 광야로, 다시 불기둥으로, 다시 새벽기도로, 다시 교회로 돌아가야 합니다. 편하게 믿으려 하지 말고, 힘들게 믿으십시오.

    우리가 편안함에 빠져 일어서지 못한다면 하나님은 동일한 경고를 우리에게도 주실 것입니다. “너희가 스스로 이르기를 우리가 이방인 곧 여러 나라 족속 같이 되어서 목석을 경배하리라 하거니와 너희 마음에 품은 것을 결코 이루지 못하리라.” 무슨 말씀입니까?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신실한 [예배자]가 되지 못한다면 그가 그 무엇을 꿈꿔도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경고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이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이런 약속을 주셨습니다. 호세아 14:1, 5-7절입니다.

“이스라엘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오라.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과 같으리니 그가 백합화같이 피겠고,

레바논 백향목같이 뿌리가 박힐 것이라.

그의 가지는 퍼지며, 그의 아름다움은 감람나무와 같고,

그의 향기는 레바논 백향목 같으리니

그 그늘 아래에 거주하는 자가 돌아올지라.

그들은 곡식같이 풍성할 것이며,

포도나무같이 꽃이 필 것이며, 그

향기는 레바논의 포도주같이 되리라.”

     샤론의 백합화가 되기를 원하십니까? 레바논의 백향목이 되기를 원하십니까? 풍성한 곡식이 되기를 원하십니까? 꽃피는 포도나무가 되기를 원하십니까? 레바논의 포도주가 되기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다시 새벽 불기둥을 붙잡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