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장애인 선교에 대한 소고
양한갑선교사

현재 필리핀의 인구는 약 9,500만명입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2012년에는 1억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든지 전체 국민의 10%를 장애인으로 봐야 한다는 통설에 근거하면 필리핀에는 약 1,000만명의 장애인이 있다는 셈이 됩니다. 필리핀 정부는 장애인들에 대한 장애 수당이나 의료 혜택 혹은 복지 연금과 관련된 정책들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기구들이 정부 산하에 있다 할지라도 예산 부족으로 실제 활동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필리핀 장애인들은 경제적 빈곤과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기본 교육권마저 박탈당한 채 숨겨진 뒷방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이 장성을 했다 할지라도 학교를 다녀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배움도 짧고, 전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로 나아가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집 안에서도 소외된 존재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은 대소변 문제 때문에 밥을 많이 주지 않아 거의 기아 상태에 있었습니다. 처절한 굶주림 속에서도 무엇이 먹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조차 말 한 마디 제대로 꺼낼 수 없는 그들이었습니다. 지체장애인들의 경우도 휠체어가 없기 때문에 외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여러 교회와 선교 단체들이 이름 없이 빛 없이 장애인들을 돕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1,000만명 장애인을 위한 필리핀 정부의 공식적인 복지 정책은 너무도 미흡했습니다.

필리핀 사역지 딸라(Tala)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 수 십 년 동안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에 대한 실태 조사가 단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음을 두 동사무소를 통해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필리핀 장애인들은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 가족들을 통해서도 정부로부터 그 어떤 보조도 받아본 적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처럼 필리핀 장애인들은 소외된 존재로 무서운 외로움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더 큰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아예 희망을 접고 사는 듯 했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 자체가 가난한 가족들에게 더 큰 짐이 된다는 것을 장애인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꿈이 있어도 꿈을 말할 수 없는 그들, 그 아름다운 꿈들을 깊은 궤짝 속에 꼭꼭 구겨서 숨기고 사는 필리핀 장애인들이었습니다.

필리핀 장애인 실태
현재 필리핀에는 시각 장애인이 약 10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한 자료에 의하면 한 주에 약 100여명이 영양실조로 실명을 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들 중에서 약 70%는 정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장애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맹인학교, 농아학교, 특수학교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청각 장애인은 약 3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체장애인의 수는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앞에서 보고 드린 대로 동사무소 혹은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지체장애인의 수를 알 길이 없습니다. 관계 기관에 가서 물으면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많을걸요.” 선천적인 장애인들도 많지만,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최남단 민다나오 섬에서는 이슬람 추종자들의 독립 운동과 필리핀을 공산화시키려는 공산주의자들의 끊임없는 공격 때문에 수많은 전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 십 년 동안 정부군과 지속되는 전투를 통해서 수많은 병사들이 장애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성탄절과 신년이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폭죽놀이가 일어납니다. 그 폭죽놀이를 통해서 매년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장애인이 됩니다. 무엇보다 셀 수 없는 불법 총기류가 널려 있는 필리핀에서는 잦은 총기 사고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필리핀의 사회적 요인들은 필리핀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장애인의 수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선교사들의 필리핀 장애인 선교
주 필리핀 한국 선교단체 협의회에서 발행한 “2005년 선교 단체 및 선교사 요람 (529페이지)”에 의하면 한국 선교 단체 협의회에 등록된 한인 선교사의 가정 수는 약 700 가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5년이 경과된 2010년 현재는 더 많은 선교사 가정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05년 선교사 요람”에 의하면, 700개 한인 선교사 가정들 가운데 장애인 선교를 감당하고 있는 가정은 단 한 가정뿐이었습니다. 이태길, 노화진 부부 선교사. 맹인 선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들 외에 몇몇 선교사들이 장애인 선교에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닐라 은광교회(김관형목사님) 안에 농아학교가 세워졌고, 최남단 민다나오에서는 김영훈선교사가 장애인 사역을 시작했고, 올해 2010년 3월에는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약 360km 떨어진 바기오(Baguio City: 해발 1,500m)에서 한국 밀알선교회 후원으로 김종철목사가 장애인 사역을 시작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한국 선교사들이 장애인 사역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약 1,000만명이 넘는 필리핀 장애인 선교를 위해서는 더 많은 선교사들이 이 사역에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 (Asia Leprosy Mission) 선교 활동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는 아시아에 있는 2,000만 한센(나병)인 복음화를 위해서 2008년 9월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마닐라 근교에 위치한 딸라(Tala)를 그 첫 번째 선교지로 정하고 여러 선교 프로그램을 통해서 주의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딸라에는 필리핀 음성 한센인들이 약 16,000명 거주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센병에서 회복되었지만 많은 분들이 육체적 장애를 입으셨습니다. 그러나 이번 첫 번째 장애인 실태 조사를 통해서 딸라에는 한센병으로 인한 지체장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서 장애인 선교는 필리핀 어느 곳에서 시작을 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을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는 한센 선교와 더불어 장애인 선교까지 병행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그 첫 걸음을 내딛으려고 합니다.

아시아 나사랑 선교회의 장애인 선교 계획

(1) 필리핀 장애인 선교 단체들과 협력 사역
2009년 2월에 방콕에서 WHO(세계보건기구) 주관으로 세계 장애인들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The Community-Based Rehabilitation)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프로그램들을 위해서 정부 부처, 병원, 연구소 및 선교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대표자 약 600명이 약 40개국으로부터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13명의 대표자들이 참석을 했는데 그들 중에서 네 명의 자매(모두 개신교 신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필리핀 국립대학(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교수들로 장애인과 관련된 과목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입니다. 그 교수들과 좋은 관계를 갖게 하신 일이 “이 때를 위함이셨구나”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필리핀 장애인 선교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2009년 2월 19일 방콕에서)

현재 구상 중인 필리핀 장애인 선교 프로그램들
- 장애인을 위한 예배 사역
- 의료적 도움이 당장 필요한 응급 장애 환자 후원 사역
- 장애인에게 필요한 의료기기 후원 사역
- 꿈을 실현하도록 돕는 직업 훈련사역
- 장애인이 가진 달란트 개발 및 후원 사역
- “장애인의 집” 짖기 사역
- 필리핀 여성 장애인을 위한 특별 사역
- 크리스천 장애인 결혼 연결 사역
- 장애인 자녀 장학금 후원 사역
- 장애인 목회자 양성 사역
-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한 대 정부 사역

* 필립 얀시(Philip Yancey)는 그의 저서 "내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은 어디 계십니까?"에서
이렇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나는 큰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 곁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솔직히 말해서 죄의식을 느낀다.
그들은 신음하면서,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홀로 누워있다.
나에게는 그들과 나 사이에 가로놓인 장벽을 넘어 그들의 고통 속으로 돌입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오직 지켜보는 일뿐이다."

그렇게....
성한 몸을 가진 죄의식으로 그저 그들을 지켜보는또 한 죄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이 필요합니다.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